[2020 신년특집-환경과 육식] ‘진짜 고기’ 위기, 친환경이 극복 열쇠
[2020 신년특집-환경과 육식] ‘진짜 고기’ 위기, 친환경이 극복 열쇠
축산, 지구 환경 악영향 주장 설득력 높아
中 ASF로 대체육 가치·필요성 더 부각
국내 채식 인구 10년 만에 10배 증가
‘대체육=친환경’ 의문, 아직 기회 있어
  • by 임정은

올해 ASF 발생 이후 한돈업계가 우려했던 사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소비 기피현상이었고 실제 소비자들의 불안은 생각보다 컸다. 그런데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틈을 타 급부상한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대체육’이다. 그동안 거의 매년 거듭되는 가축 전염병은 양돈 등 축산업의 생산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회의감을 키웠고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기로 육식 반대 구호도 점차 커졌다. 다만 이 같은 육식 반대 구호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 문제의식에는 공감을 얻더라도 실천으로까지 나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육은 달랐다. 즉 지금까지처럼 고기는 먹을 수 있지만 동물을 죽이지 않고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대체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번 ASF 사태는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육식의 위기=지난해 8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토지사용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토지 이용과 식량 생산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으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해외 언론 매체들은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전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육식을 지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후 전문가들이 더 많은 야채와 더 적은 고기 섭취를 권장”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BBC는 “고기 대신 채식을 하면 기후 변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축산업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 받은 지 오래다. 유럽연합(EU) 통계를 분석한 ‘비건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년 기준 전 세계 육식 인구가 100% 비건(엄격한 채식)으로 전환하면 음식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량 배출을 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료(곡물)과 물의 양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인류의 물 부족과 사료 경작을 위한 산림파괴, 식량 부족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같이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향후 2050년까지 세계의 육류 소비량은 지금보다 70% 가량 증가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의 경우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에 있어서는 세계 1위이나 쇠고기 등을 포함한 전체 육류 소비량으로 따지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니 앞으로 늘어나는 인류의 고기 수요를 과연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커가는 대체육 시장=진작부터 해외에서는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세를 탄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모두 대표적인 대체육 회사들이다. 업계 선두주자인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5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인 25달러보다 163% 급등했으며 이후 23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대체육에 대한 높은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육류 대체제 시장이 지난해 85만톤 규모에서 오는 24년까지 120만톤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회사 바클레이스는 대안 고기가 오는 29년까지 지금보다 10배 가량 늘어나 1천40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는 일부 채식주의자들에만 소비가 국한되지 않고 육식을 즐기는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대체 육류의 소비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뒷받침된 결과다.

■ASF, 대체육 기폭제=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ASF로 대체육 성장은 다시 한번 탄력을 받았다.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 감소로 돼지고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가격은 치솟았다. 정부도 치솟는 돼지고기 가격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체 육류 회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홍콩의 푸드테크 업체인 ‘옴니포크’가 지난해 11월 인조고기를 출시, 하루만에 2천여개 제품이 판매됐다. 이에 임파서블 푸드 등 다른 대체육 회사들도 중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및 육류 소비 시장인 중국은 대체육에 있어서도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ASF로 가축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대체육의 가치가 더욱 주목되면서 대체육은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대체육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대체육 회사인 비욘드 미트는 이미 지난 18년 12월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월평균 10% 이상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국내 굴지의 식품 회사들이 자체 식물성 고기 브랜드를 출시하는가 하면 미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식물성 고기를 선택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발생한 ASF가 중요한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환경과 생명, 건강에 대해 높아지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의식은 대체육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 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3~4%인 150만~2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08년 15만명에서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과거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했다면 최근에는 생명, 환경 등 친환경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대체육은 보다 쉽게 환경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 기회는 있다=해외에서는 대체육 시장의 성장에 기존 축산업계가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체육이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데 비해 정작 양돈 등 축산업계의 문제의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환경,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할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체육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육이 인기를 얻을수록 아직까지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할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금의 대체육이 과연 대중화단계까지 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더 높다. 현재의 대체육 제품들이 대게 햄버거 패티처럼 분쇄육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기의 육질이 중요하고 주로 구워먹는 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진짜 고기와 같은 인공 배양육도 있다. 다만 그동안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싼 생산비와 오랜 배양 시간 등이 상품화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양육이나 대체육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물과 에너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배양육의 경우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아직 높은데다 식물성 대체육도 맛을 위해 들어가는 첨가물을 고려하면 건강에 과연 더 좋다고 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대체육의 성장은 앞서 지적했던 대로 그 자체의 경쟁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즉 기존 축산업 생산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제의식이 높아진데 따른 반대급부의 성격이 짙다. 대체육에 대한 양돈 등 기존 축산업계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왜 사람들이 대체육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체육과의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친환경 양돈으로의 전환과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환경 친화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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