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지방자치 살림 ‘부담 주는 양돈’서 ‘기여하는 양돈’으로 거듭나야
[기획특집]지방자치 살림 ‘부담 주는 양돈’서 ‘기여하는 양돈’으로 거듭나야
도축세 폐지 후 축산, 지방 재정 기여 낮아
국세•지방세 8:2…지자체 재정 자립도 취약
매년 대규모 살처분…매몰비 100% 지방비
축산농가 소득세, 국세서 지방세로 전환돼야
정부 지방 분권•재정확충 로드맵 발표…기대
업계 의견 수렴•공론화로 입법 관철 이뤄야
  • by 임정은

냄새 민원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양돈 등 축산농가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의 정점에 있는 것이 미(未)허가 축사 적법화다. 최근 이행기간이 연장됐음에도 여전히 적법화의 길은 멀고 농가들의 설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악취관리 지역이 잇달아 지정되면서 농가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이처럼 양돈 등 축산농가들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몰아내기 정책들이 강화되는 흐름과 관련, 축산업의 지방재정 기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티 양돈(축산)의 시작

양돈농가들의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어렵게 하는 주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각 지자체다. 가축사육 거리제한 규제와 관련, 정부의 권고안보다 각 지자체들이 더 강화된 기준을 들이대는가 하면 적법화 시 주민 동의서 등 부당한 서류를 요구하는 등 중앙 정부에 비해서도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기도 한다. 농가들이 적법화 과정에서 직접 대면해야 하는 각 지자체들이 이처럼 더 ‘깐깐한’ 데는 축산농가들이 지자체 살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 그 바탕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년 도축세가 폐지되기 전만해도 양돈농가들은 각 지자체에 도축세를 납부, 지방재정에 어느 정도 기여해 왔다. 당시 도축세는 전국 한해 400억~5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지방세수의 0.1% 정도로 미미했지만 축산농가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그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그런데 도축세가 폐지되면서 축산농가들의 지방재정 기여도가 줄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동시에 지자체들의 축산농가로 인한 재정부담은 늘게 됐다. 2010년 이후 구제역, AI 등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는 가축 전염병이 거의 매년 발생하면서 살처분 비용과 보상금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15년까지 지출된 AI와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및 매몰비용은 4조원이 넘는다. 살처분 보상금 중 20%, 방역비용·생계 안정자금의 50%, 매몰비용 100%를 지방비에서 충당하고 있다. 도축세가 폐지된 지난 11년 이후 거의 매년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각 지자체들이 지방재정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매우 낮다. 우리나라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은 16년 기준 76대 24로 지방자치 실시 초기 수준(79대 21)과 별반 차이가 없다. OECD 국가들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평균 5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도 차이가 크다. 전국 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50%를 넘는 곳이 10개 남짓이고 나머지는 재정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할 정도로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축산농가의 존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정 기여도 제고 방안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축 방역에 소요되는 비용을 당사자인 축산농가로부터 거둬들이자고 나온 것이 ‘가축방역세’다. 즉 지자체들의 방역비 부담에서 나온 해결책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가축방역세 도입을 건의해 정부도 이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각 지자체들은 원인유발자 책임 원칙, 정책 수혜자 부담원칙을 들어 방역 소요 비용을 축산농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지자체가 추산한 가축방역세 규모는 15년 기준 1천290억원으로 이중 양돈농가에서 636억원가량을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방역 비용을 예비비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축질병을 고려할 때 이를 가축방역 특별회계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질병 발생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조치라는 것. 결국 가축방역세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가축방역세 논쟁에서 보듯 추가적인 세금 부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나온 방안은 현재 납부하는 세금을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으로 납부하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소득세가 지금까지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세목이다.

현재 양돈 등 축산농가는 다른 농업분야와는 다른 세금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즉 작물 재배업 가운데 곡물 등 식량작물재배업은 과세 제외 대상이며 그 외 채소, 과실 등 재배업의 경우 수입 10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있다.

반면 축산업은 농업부업규모 이상이면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부업 범위는 돼지의 경우 700마리다. 17년 12월 기준 전국 4천406호의 양돈농가 가운데 500마리 미만을 키우는 농가가 700호에 불과했으며 500~1천마리 규모 886호, 그 이상 규모가 2천821호로 사육규모로만 보면 대부분의 양돈농가들이 소득세 납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소득세는 국세로 납부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세로 전환해 양돈농가가 지자체들의 세원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양돈농가들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물론 지금까지 세금과 관련된 이슈에 있어서 주로 축산농가도 다른 농업분야와 같이 세금을 감면받아야 한다든지 부가세 면세 품목 확대 등 주로 세금 감면 주장이 주를 이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축산농가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병모 전 양돈협회장은 지난 2010년 기자 간담회에서 농업소득세 폐지와 관련 축산소득세를 폐지하거나 지방세로 전환해 민원을 낼 때 축산농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김유용 서울대 교수도 잡지와 신문 기고를 통해 “축산업이 일반 국민이나 지자체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산업이란 것을 인식시키려면 축산농가들도 추가로 지방세를 부담하는 상생의 묘를 찾아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지자체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편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는 축산농가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 정서가 사라질 수 있도록 하루속히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축산업과 세금

조세는 과세주체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로 나뉜다. 국세는 14개의 세목으로, 지방세는 11개의 세목으로 구성돼 있다. 농업인과 관련있는 세금 가운데 지방세는 재산세, 취득세, 등록면허세, 주민세 정도이며 나머지는 모두 국세다.

그렇다면 축산농가들이 납부하는 소득세는 어느 정도 일까. 국세청의 국세통계에서 제시하는 농업분야 소득세 신고 현황을 보면 17년 기준 소득신고 건수가 2만6천여건이며 총 과세소득은 5천184억원으로 전체 과세 소득 대비 0.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벼를 포함한 작물 재배업이 사실상 세금 면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농어임업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이를 통해 축산농가의 소득세 규모를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축산농가들이 국세로 납부하고 있는 농가부업 규모 이상 소득에 대해 지난 12년 기준으로 소득세를 추산한 자료(1차 산업에 대한 지방소득세 과세 방안, 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축산농가 농업 소득에 대한 세수액은 653억8천~818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현 시점과 차이는 있겠지만 당시 전체 지방세 53조9천억원 가운데 0.12~0.15% 가량 차지해 그 규모를 대강 짐작은 할 수 있다. 도축세와 마찬가지로 전국 평균으로는 비중이 낮지만 축산 농가들이 많은 지역은 그 비중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마침 현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재정 확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마련된 지방자치분권 5년의 로드맵을 보면 현재 8: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을 거쳐 6:4로 개편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같은 정부 기조와 함께 최근 심해지고 있는 ‘안티축산’의 분위기를 볼 때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냄새, 환경 등에 대한 해결 노력이 더 중요하겠지만 하루하루 설 자리가 줄고 있는 축산농가로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지금껏 세금에 있어서 축산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감면에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감면이 아닌 지방세 전환에 대해 축산업계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서 환영받는 기업, 원인은 세금

축산농가들이 지자체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반면 기업들은 유치를 위한 다양한 혜택까지 제시받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기업들을 유치하면 일자리 창출, 인구유입 등의 효과와 함께 법인지방소득세가 중요한 세원이 되기 때문이다. 법인지방소득세는 법인 소득에 대해 법인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 내는 세금으로 지자체별로 어떤 기업이 있는가에 따라 세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 마감된 법인지방소득세 신고 납부 결과 삼성, SK 주요 대기업을 유치한 지자체들은 막대한 세수를 확보했다. 경기도 이천시의 경우 SK 하이닉스 본사와 반도체 공장이 올해 지방소득세로 1903원을 납부했다. 이천시 금년 예산이 8366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천시로서는 SK 하이닉스가 없어서는 주요 세원이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는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 삼성이 납부한 법인지방소득세가 811억원으로 수원시 전체 지방소득세(3195억원) 45.5%, 전체 세입(7895억원) 21.3% 차지했다. 수원시 뿐만 아니라 용인시에서도 159억원을 삼성전자가 납부했는데 이는 전체 용인시 법인 지방소득세(234억원)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납부하는 소득세가 주요 세원이 되는 만큼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저마다 기업 유치 촉진 조례를 제정,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에 지방세 감면, 고용보조, 설비투자 보조, 금융지원, 교육훈련보조, 각종행정 지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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