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②] 수입 돈육과의 경쟁, 양돈장서 승부 결정된다
[창간 26주년 특집②] 수입 돈육과의 경쟁, 양돈장서 승부 결정된다
시장 개방 맞서 경쟁력 외쳤지만
선진국과 생산성 차이 더 벌어져
덴 MSY 13% 늘 때 韓 5% 그쳐
韓 MSY 丁‧美보다 7~14두 뒤져
PSY보다 MSY 더 낮아…질병이 主因

05년 4P 청정화 대책 25년 재등장
소모성 문제 고착화, 경쟁력 제자리
한돈 생산도 제한, 소비 못 따라가
저렴‧물량 풍부 수입육 계속 늘 수밖에

허가제로 생산 기반 확대는커녕 위축
한돈 늘리기 위해서라도 질병 줄여야
  • by 임정은

한국 양돈업의 가장 오래된 고민 중 하나는 낮은 생산성과 그리고 이에 따른 낮은 경쟁력일 것이다. 수입 돼지고기들은 그 먼 거리를 거쳐 한국에 들어오지만 그럼에도 한돈 대비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한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종 승부처인 시장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승부는 어쩌면 시작 단계인 양돈장에서 이미 결판이 난 싸움일지 모른다.

■한국 양돈 경쟁력의 현주소=세계서 양돈 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다. 생산성이 높은 EU(유럽연합) 내에서도 덴마크는 독보적이다. 가장 최근 생산성 통계를 보면 지난 24년 기준 덴마크의 PSY와 MSY는 각각 35.6마리와 33마리다. 상위 농장이 아니라 전체 양돈농장 평균 성적이 이렇다. 이에 비해 한국은 24년 22.2두, 18.9두를 기록했다. 그 차이가 13~14두에 이른다.

더구나 이 같은 차이는 점차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덴마크의 PSY와 MSY는 각각 31.26두, 29.17두였다. 한국이 당시 20.8두, 17.9두로 PSY는 10.46두(33.5%), MSY는 11.27두(38.6%) 차이로 뒤쳐져 있었다. 그런데 24년 그 차이는 PSY는 13.3두(37.4%), MSY는 14.1두(42.7%)로 더 커졌다. 덴마크가 세계 최고 양돈 생산성을 보유하고도 꾸준히 성적이 개선되는 동안 한국은 거의 제자리걸음 하고 있었던 결과다. 즉 덴마크 MSY가 13% 증가할 동안 한국은 5.6% 증가한데 그친 것이다. 미국과의 비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2015년만 해도 한국과 미국의 PSY와 MSY 차이는 각각 4.46두(17.7%), 5.05두(22%)였지만 24년에는 6.81두(23.4%), 7.6두(28.7%)로 커졌다.

FTA로 한국의 돼지고기 시장이 개방된 이후 유럽과 미국산 돼지고기가 그처럼 물밀듯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관세 인하가 주된 이유겠지만 이 같은 성적 차이,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차이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PSY보다 MSY 차이가 더 크다는 점이다. 덴마크와 비교해 보면 24년 기준 PSY는 37%, MSY는 43% 가량 한국이 더 낮았고 미국과도 마찬가지로 PSY는 한국이 23%, MSY는 29% 더 낮다. 돼지고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따질 때 더 중요한 생산성 지표는 MSY인데 유독 한국의 MSY가 낮다. 또한 덴마크와 미국이 PSY와 MSY가 2015년과 24년 사이 거의 비슷한 성장률을 보인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즉 PSY가 20.8두에서 22.3두로 7.2% 향상될 동안 MSY는 17.9두에서 18.9두로 5.6% 나아지는데 그쳤다.

■질병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그럼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PSY 대비 상대적으로 MSY가 더 낮고 또 유독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유 후 출하까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많은 돼지들이 죽어 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양돈산업의 경쟁력에 있어서 돼지 질병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돈장의 소모성 질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 전인 2005년 돼지 소모성 질병 청정화를 위한 대책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양돈장 소모성 질병, 즉 4P(PED PRRS PMWS PRDC), 그 중에서도 PMWS는 돼지 폐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피해가 대단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양돈장은 여전히 질병과의 전쟁을 치루는 중이며 그로 인해 한국 양돈 생산성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현재 양돈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질병을 꼽으라면 PRRS와 PED가 꼽힌다. 이에 정부는 다시 돼지 소모성 질병 해결에 팔을 걷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오는 2030년까지 돼지열병 청정화와 PED와 PRRS 등 돼지 소모성 질병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全 농장 질병 진단과 질병 발생 정보를 농가에 공유해 농장 간 교차오염을 사전 예방하고 △PED‧PRRS 백신의 올바른 접종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는 한편 △3색 방역 캠페인을 추진키로 했다. 그리고 양돈장에 ICT와 AI 기술을 도입해 질병의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시스템의 도입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허가제 시대의 질병=지금보다 질병의 피해를 줄이고, 그래서 MSY를 개선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보다 한돈 생산량에서 나타날 것이다. 동일한 모돈 규모에서도 더 많은 한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MSY가 월등히 높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유럽 국가 중 프랑스의 돼지 사육두수는 1천170만마리, 모돈은 83만6천마리 수준으로 모돈은 우리보다 14% 가량 적다. 그런데 프랑스의 한해 돼지고기 생산량은 210만톤으로 한국보다 85% 가량 많다. 더 적은 모돈으로도 2배 가까운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는 24년 기준 MSY가 29.5두 였다. 우리와는 10두 가량 차이가 났고 이는 돼지고기 생산량 차이로 이어졌다. 이 모두를 질병 탓으로 돌릴 수 없겠지만 이 같은 차이가 결국 태어난 돼지를 얼마나 많은 비율로 출하시킬 수 있는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질병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이제 40만톤이 기본값이 됐고 돼지고기 자급률은 70%대도 위태롭다. 돼지고기 소비는 빠르게 늘었지만 한돈 생산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 때문이다. 24년 기준 한돈 생산량은 113만2천톤으로 10년 전 83만톤에 비해 36% 늘었다. 그런데 그 사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1.5㎏에서 30.9㎏으로 44% 늘었다. 소비 증가세를 생산이 따라 잡지 못한 것이다. 대신 수입육은 27만4천톤에서 45만3천톤으로 무려 65%가 증가하며 나머지 부족분을 채웠다.

한돈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양돈장을 더 짓는 것은 더 어려운 시대다. 돼지 출하 농장수는 14년 8천200여개에서 24년 5천200여개로 36% 가량 줄었다. 각종 규제들로 돼지를 키울 땅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원치 않아도 더 많은 돼지고기를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결국 한돈의 생산성 제고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입육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내 시장에 충분한 한돈을 공급, 수입육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허가제 시대, 한 마리의 돼지라도 더 출하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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