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정부 경기 둔화 공식 인정…한돈 ‘발등의 불’
[심층분석] 정부 경기 둔화 공식 인정…한돈 ‘발등의 불’
경기침체→소비둔화→돈가하락
농가=출하 두당 10만원 적자
육가공=돼지 가공 두수 줄여
사료‧종돈=외상늘고, 종돈갱신↓
결국 소비로 돈(豚)맥경화 뚫어야
  • by 임정은‧김현구

정부는 최근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둔화라는 공식 진단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물가가 여전히 높고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며,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경기 둔화 우려로 표현해왔다. 이처럼 경기 둔화로 못 박은 것은 코로나 19 유행 이후 처음이다.

같은 영향으로 최근 돼짓값도 생산비 이하 시세가 형성, 올해 들어 농가들의 재무 안정성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에 따라 농가들의 사료 외상 비율 전환 및 외상 자금 미환수 비율도 높아지고 한돈 소비 감소 여파로 후방산업까지 위축되는 등 관련산업도 연쇄적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빠듯한 살림에 고기 소비 타격=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4.1% 늘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1.1% 감소했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 것이다. 이에 소비지출도 둔화하는 흐름이 역력했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2만5천원으로 일년전보다 6.4% 늘었는데 실질 지출은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전체 지출이 늘었지만 먹거리 지출은 줄였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39만9천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으며 이 중 육류 역시 한달 평균 6만1천원을 지출, 일년전보다 4.6% 적었다.

다른 항목들에서 지출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고기 등 먹거리 지출을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연료비 항목과 이자비용은 일년전보다 각각 16.4%, 28.9% 급증, 두 항목 다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고물가에 가계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해당 부문의 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다른 분야에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22년 연간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즉 지난해 국내 가구당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9만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고 이 가운데 육류는 6만5천원으로 일년전보다 3.1% 감소했다. 이를 볼 때 지난해 한정된 소득과 지출 여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먹거리, 그 중에서도 고기 소비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가 두당 10만원 손해=한돈협회는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생산비 상승과 돼지가격 하락으로 인해 최근 한돈농가에서는 두당 약 1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돈농가 총 손실액은 한 주간 약 406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 추세라면 최근 1, 2월 무려 2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며, 평균 규모(모돈 200두) 농가에서는 월 3천만원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 잡을 여력이 없다=최근 돼지고기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12월 기준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량은 전년(2만5천톤) 대비 58.0% 증가한 3만9천톤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산 삼겹살은 9천996톤으로 전년(5천982톤) 대비 67.1% 증가, 목심은 전년(2천742톤) 대비 44.0% 증가했다. 1~2월 소비 감소 여파로 재고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이 재고가 증가하면서 육가공업체에서는 돼지 잡을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이후 필드에 돼지가 없다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면서, 육가공업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이 도매시장 출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돼짓값은 설 이후 지속 4천500원대 이하의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관련 산업도 살얼음판=일부 경영 악화 농장의 경우 사료 외상 전환 및 사료 외상 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사료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의 10% 이상이 외상 비율로 집계되면서 외상 비율이 전년보다 증가 추세에 접어 들었다”며 “또한 외상 자금 미환수 비율도 높아지면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종돈, 동물약품업체, 육가공업계 등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산비 증가, 경기 둔화에 따른 한돈 소비 부진으로 경영 적자가 가시화되면서 관련산업도 경영 악화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다.

■돈맥경화, 결국 소비로 뚫어야=1분기 돈가 약세는 본지 뿐 아니라 많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예상했었다. 그러나 1분기 이후 올해는 어떨지 변수다. 매년 삼겹살데이를 기점으로 상승한 패턴이 올해도 반복되면 다행이지만, 경기 둔화라는 변수가 어떻게 한돈산업에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이런 분위기에서 농가에 힘을 줄 수 있는 희소식은 한돈 소비 증가밖에 없다. 소비 증가만이 농가의 경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이에 결국 전방위적 소비 홍보를 통해 돈맥경화를 뚫어야 돼짓값도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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