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고물가 속 수입육 홍수…한돈 설자리는?
[심층분석] 고물가 속 수입육 홍수…한돈 설자리는?
소비자 물가 24년만 최대폭 상승
기록적 폭우도 겹쳐 먹거리 급등
가성비 실속 저가 선호 뚜렷해져
고기 소비도, 한돈 ↓ 수입산 ↑
“돈육 살 때 가격 먼저 본다” 늘어
돼지‧소 수입 급증, 한돈 입지 위태
할당관세로 가격 경쟁력 더 벌어져
한돈만의 가치로 승부 더 중요해져
  • by 임정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한돈의 설자리가 더 위협받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맞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 질보다는 양, 품질보다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한돈 소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최근 돼지와 소까지 수입육의 물량, 가격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고물가 속 달라지는 소비패턴=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8.74로 전년 동월보다 6.3% 상승, 지난 98년 11월 이후 2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단 7월뿐만 아니라 올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결과 7월말 기준 4.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까지 덮치면서 채소류를 중심으로 물가가 다시 한번 급등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시금치가 7만2천980원(4㎏), 애호박 5만1천180원(20개)으로 일주일 사이 54%, 45% 올랐으며 상추와 오이도 3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와 작황 부진이 가격을 올린 결정적 이유다. 당장 추석 물가가 걱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도 씀씀이 줄이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데다 물가까지 오르면서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가성비를 내세운 추석 선물세트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고객들을 상대로 추석 선물세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물 구매 시 무엇을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실용성(45%), 저렴한 가격(35%), 품질(16%) 순으로 조사됐다. 가성비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추석 시장만 문제가 아니다. 계속된 고물가에 일상 생활 속 소비패턴은 이미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외국에서도 고물가의 여파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aT는 프랑스 소비자들이 유기농 제품 구매를 10% 가량 줄인 대신 가성비 높은 유통매장의 PB제품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인플레이션으로 유럽 내 소비자들의 지출 양상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이 국제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기도 가격 먼저 본다=한국에서도, 그리고 돼지고기 소비 시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나타나고 있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달 조사, 발표하는 축산물 소비정보 분석 결과를 보면 한돈의 판매는 매달 감소(일평균 기준, 4월 2만1천㎏→6월 1만8천㎏)하는 반면 수입산은 증가(9천200㎏→1만1천㎏)하고 있다. 특히 가격이 비싼 삼겹살이나 목살은 더 감소폭이 큰데 문제는 한돈 삼겹 구매를 줄인 대신 수입산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가격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구입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항목에 있어서 한돈의 경우 가격의 비중이 4월 25.5%에서 6월에는 30.6%까지 올랐으며 수입육 역시 66.9%에서 70%로 올라 수입육, 한돈 모두 가격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떠올랐다. 가격이 비싸도 수입육 대비 높은 가치를 인정받던 한돈의 입지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에 흔들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수입육 홍수 속 한돈의 살길은=그런데 이 같은 위기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쇠고기까지 할당관세가 시행되면서 그야말로 한돈은 수입육의 홍수 속에서 시장을 지켜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때문이다. 7월말 돼지고기 수입량은 27만6천톤으로 일년전(19만톤)보다 45% 증가했는데 8월은 17일 현재 2만5천여톤으로 지난해 동월 수입량(2만7천톤)에 벌써 육박, 8월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쇠고기 수입량은 7월말 27만5천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8% 가량 증가했는데 문제는 쇠고기의 경우 할당관세 이후 할인판매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한돈 시장에 대한 공세가 더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할당관세와 그 이후 수입육에 집중된 할인행사가 한돈과 수입육의 가격 차이를 더 벌리고 있는 셈이다.

고물가 속 가성비가 다시 주목받는 시대, 여기에 수입육의 홍수 속에서 한돈은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꾸준한 생산성 제고 노력으로 한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하지만 한돈만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노력 역시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돈이 수입육 대비 고가라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넘어서는 한돈만의 맛과 품질, 그리고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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