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그때도 틀렸고 지금은 더 틀렸다
[기자의 시각] 그때도 틀렸고 지금은 더 틀렸다
  • by 임정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고 그 여파가 최근 먹거리 전체로 번지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각국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물가 안정을 위해 14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는데 그중에는 돼지고기도 포함됐다. 이미 대부분의 수입육은 FTA 체결국인 칠레, 미국, EU(유럽연합)에서 들여오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연말까지 5만톤에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근데 진짜 우려되는 지점은 할당관세의 실효성이 아니다. 이미 돼지고기 가격을 잡기 위한 할당관세는 처음 시도됐던 지난 11~12년에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가 내려졌다. 11년 6만톤에서 시작해 그해만 26만톤이 무관세로 들어왔지만 정작 당시 가격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12년까지도 할당관세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의도했던 물가 안정대신 12~13년 돈가 폭락의 결과를 낳았다. 업계의 경고와 우려에도 당장의 물가 잡기만을 내세운 무리한 정책 추진을 이번에도 답습하지 않을지, 그게 더 걱정이다.

물론 당시와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문제는 어쩌면 할당관세가 더 부적합한 시기인지도 모른다는데 있다. 당시처럼 돼지 사육두수가 급감해 절대적인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 게 아니며 돈가 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고 곡물가와 생산비 상승은 세계적 현상인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수입물량을 더 늘리는 게 과연 적절한 돈가 안정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EU, 미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조차 생산비 상승과 불안한 시장 상황에 돼지 사육두수가 줄고 있다. 중국은 ASF가 아니라 이번에는 적자로 돼지들이 증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차원의 수출제한이 곡물을 넘어 이제 동물성 단백질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 지금, 수입에만 의존하는 태도는 분명 위험하다.

특히 돼짓값은 불안한 경영 환경에도 그나마 농가들을 버티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인데 그마저 무리하게 꺾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EU, 미국의 양돈농가들 조차 돼지들을 줄이고 있는 지금의 엄혹한 양돈경영 환경 속에서 혹여 10년전처럼 돼짓값 폭락을 불러온다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양돈농가가 짊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그로 인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기반 손실이 현실화된다면 그때는 할당관세정도로는 수습이 안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분명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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