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미 FTA 10년,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심층분석] 한-미 FTA 10년,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지난해 전면 무관세…돈육 수입 47%↑
美 쇠고기도 4배, 점유율 1위로 올라서
동시다발적 FTA, 수입 육류 시장 키워
美 쇠고기 26년 무관세, 한돈 ‘첩첩산중’
  • by 임정은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냉장 삼겹살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냉장 삼겹살

한-미 FTA 발효 10년, 한돈은 미국산 육류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FTA 발효 이전과 비교하면 이미 미국산 돼지고기와 쇠고기 모두 물량이 급증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모든 관세가 사라지면서 한돈 시장을 잠식해나갈 수 있는 더 탄탄한 발판을 가지게 됐다. 여기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쇠고기는 앞으로 관세가 더 낮아지면서 한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더욱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한-미 FTA 10년, 미국산 육류와의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美 돈육 물량 비중 모두 늘어=미국과의 FTA는 지난 12년 3월 발효돼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는 모두 철폐됐다. 16년 냉동이, 그리고 지난해 냉장에 대한 관세가 사라졌다. 그 사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12만1천톤으로 FTA 발효 이전(07~11년 단순 평균) 8만2천톤 대비 무려 47% 늘었다. 물론 이 기간 전체 수입량도 증가(24만4천톤→33만3천톤, 36%↑)했지만 미국산 수입량이 월등히 큰 폭으로 늘었다. 이에 전체 수입 돼지고기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FTA 발효 이전 34%서 36.4%로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이 감소하면서 유독 미국산 수입물량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시기를 그 이전(18~20년 평균)으로 바꿔보면 미국산의 평균 비중은 40%를 넘어 그 차이가 더 확실해진다.

■쇠고기, 점유율 1위로=그런데 돼지고기보다 더 두드러진 변화는 쇠고기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량(45만3천톤) 가운데 미국산은 25만5천톤으로 FTA 발효 이전(전체 수입량 23만2천톤 중 미국산 6만3천톤)과 비교하면 미국산은 무려 4배 가량 늘었다. 특히 전체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27%서 56%로 껑충 뛰었다. 당연히 호주산을 비롯해 다른 수출국들을 따돌리고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FTA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수입물량뿐만 아니라 미국산의 비중 역시 빠르게 커진 것이다. 다만 쇠고기에 비해 돼지고기에서 FTA 전후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은 돼지고기의 경우 미국 이외에 칠레와 EU 등이 먼저 FTA가 발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와는 11년 7월 FTA가 발효돼 16년 냉동 돈육(삼겹 제외)이, 21년 삼겹(7월부터 냉장․냉동)의 관세가 사라져 미국만 FTA에 대한 독점적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같은 동시 다발적인 관세 인하와 철폐로 수출국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쇠고기의 경우 미국과 함께 수입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호주가 미국보다 2년 이상 늦은 14년 12월에 FTA가 발효됐다. 21년 기준 미국산에는 13.3%(기준 관세율 40%), 호주산에는 18.6%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 같은 관세 인하 효과와 함께 지속적인 한우 가격 상승, 국내 식문화의 변화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수요는 전반적으로 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이 크게 낮아지면서 수입물량이 급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돈 피해, 아직 끝나지 않아=이에 향후 더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 관세가 더 낮아질 쇠고기의 수입물량 추이다. 미국산은 26년부터, 호주산은 28년부터 관세가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다. 수입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수입 쇠고기가 소비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른 한돈으로서는 향후 수입 쇠고기의 관세 인하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발효 10년,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는 사라졌지만 한돈에 있어서 한-미 FTA의 파급력과 피해는 완결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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