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산이 방역보다 먼저다
[칼럼] 축산이 방역보다 먼저다
가전법 개정(안) 주객전도 본말전도
농가 스스로 수익 위해 방역에 매진
  • by 김오환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있다. 주인과 손님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성어(成語)로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있다. 이는 일의 앞뒤 순서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이는 본질과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현상이나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나 분위기, 여건을 말한다. 이 성어의 공통점은 ‘어이가 없다’는 점이다. 있(었)다면 해괴망측한 일이요, 오만하고 거만한 작태다.

이런(주객전도, 본말전도) 경우는 드물다.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주위로부터 바로 지탄받아 수정된다. 그런데도 바로 잡지 못하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분열되고 적대시한다. 그런데 주객전도나 본말전도를 부추기거나 그것들을 당연시 인정토록 하는 것이 ‘법’이다. 물론 그 법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 특히 반대함에도 강행할 때 주객은 완전히 뒤바뀐다. 최근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이 대표적인 그런 사례다.

축산이란 산업을 살펴보자. 축산이 있는 다음 다른 것이 있다. 가축을 키울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먹일 먹이가 필요하고, 그들을 다룰 기자재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가축이 아프면 치료한 사람이 필요하다. 가축이 없다면 치료할 사람도 소용없고, 먹이나 자재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가축이 주(主)고 다른 나머지는 객(客)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축산은 가축이 중심이었다. 어떻게 하면 돈 덜 들이고 잘 키우는 게 지상과제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관련 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기여했고, 농가는 농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가축 질병 치료도 아닌 예방이 축산을 주(主)가 된 것이다. 물론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프기 전에, 악성 질병에 감염되기 전에 미리미리 조심토록 관여하는 것 말이다.

문제는 그 관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수차 개정된 가전법 조항을 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번에 개정(안)을 더욱 그렇다. 간섭을 넘어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8대 방역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사전 통보도 없이 두수를 줄이게 하고, 심하면 농장에 폐쇄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물론 정부나 관련 당국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어렵더라도 ‘될 수 있으면’ 8대 방역 시설을 갖추라는 의미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가전법 개정(안)은 주객전도며 본말전도다. 축산에 있어 가축 사육하는 게 먼저지 방역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게 선(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방역은 당국이 강력하게 권(勸)하지 않더라도 농가는 가축을 잘 키우기 위해 방역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는 성장단계별 접종한 백신 종류가 입증하고 있고, 방역을 위한 각종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방역이 아니라 농가 스스로 수익 제고를 위해 방역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 방역은 축산의 객(客)이)다. 객이 주인보다 앞설 수는 없다. 방역 정책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성공적인 방역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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