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역정책, 호랑이보다 무섭다
[칼럼] 방역정책, 호랑이보다 무섭다
8대 방역시설 안 하면 규제 대폭 강화
사전 조치 없이 사육 제한‧폐쇄 명령도
  • by 김오환

90년대 중후반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를 빌려, 처음 틀면 “불법 비디오, 호환(虎患)마마보다 무섭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동요에서 호랑이가 사람 잡아먹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에게 호랑이는 가장 무섭고 경계하는 동물이다.

고사(古史)에도 있다. 공자님에 제자들과 어느 고을을 지나다가 무덤에서 통곡하는 여인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예전에는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죽었고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죽었다는 여인이 말했다. 공자께서 그런데 왜 여기를 떠나지 않느냐라는 말에 여인이 여기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여기서 유래한 성어(成語)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

ASF 이후 양돈농가들은 호랑이보다 멧돼지를 더 무서워한다. 멧돼지로 인해 농장의 방역이 대폭 강화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멧돼지가 ASF를 전파시키는 주범이라 단정하고 전국 양돈장에 대해 8대 방역시설을 갖출 것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더욱이 8대 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사육을 제한하거나 농장 폐쇄도 명령 조치키로 했다.

이 정도면 정치(법)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고사(故事)가 그냥 유래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농가의 사유재산이고 먹고 사는 생업임에도 농장을 제한, 폐쇄한다고 한 것은 정부가 너무 가볍게 처신했다. 되레 이는 8대 방역시설의 타당과 설득은커녕 반발과 역효과만 가져오고 있다. 8대 방역시설 안한다고 ASF 등 각종 질병이 아무리 창궐한다 해도 제한이니 폐쇄는 온당치도 않고 적절치도 않다. 그것도 위반한 농가에게 계도나 벌금 부과 등 사전 조치 없이 말이다. 이건 양돈농가에 대한 폭력이며 협박이다. 그러니 현 정부의 표(標) 떨어뜨리는 정책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호랑이보다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정책이 또 있다. 모돈 이력제다. 올해는 시범실시키로 해 큰 반발이 예상되지 않고 있지만 전면 시행할 경우 8대 방역시설처럼 비판,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후보돈 포함 모돈이력제(등록 폐사 이동 출하 등)를 실시할 경우 방역 및 수급관리에 도움이 기대된다. 농장에서는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모돈 전용인력을 고용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고, 이력제가 한우처럼 효과가 크지 않고, 스트레스를 유발 모돈 생산성이 염려되고, 또 모돈이 이력표를 뜯을 수도 있고~등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장관 퇴임 후 경북 의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동필 전 농축산부장관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22년 1월 17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농업 회생 대안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三農:편농, 厚農:수익, 上農:지위)을 인용하면서 “무엇보다 농사짓기가 수월한 편농(便農)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돼지 농사짓기 편안한지 농가들에게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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