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특집-종돈] '고급형' 종돈 개량에 지혜 모아야
[2022년 신년특집-종돈] '고급형' 종돈 개량에 지혜 모아야
대일 수출 계기로 한국형 종돈 추진
산자수 개량에 치중, 육질 개량 미미
‘특화 종돈’ 역차별로 생산비율 낮아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 기준 조사 필요
구이 문화에 맞게 맛 지표 개발도 시급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종돈 개량 논의를
  • by 김현구

1990년대 대일 한돈 수출을 계기로 ‘한국형 종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국내 양돈산업 발전 및 돼지고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종돈개량을 통한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돼지고기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 양돈장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국형 종돈 개량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형 종돈 개량은 현재의 한돈 고급화와 맞물려 있다. 한국형 종돈은 국내 소비자 식문화 경향을 고려, 우리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적합한 특징을 보유한 종돈이 한국형 종돈으로 정의했다. 즉 한국형 종돈이란 국내 사계절 환경에 적합화된 종돈이어야 하고, 농가에게는 산자수 등 경제적 이익을 높이고, 세계 종돈들과 다르게 삼겹살 생산량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대일 수출 중단 이후 한국형 종돈은 산자 개량 쪽만 치우쳐 진행됐다. 그 결과 산자수는 매년 증가한 반면 육질 개량은 미미했다. 이에 한돈 육질 고급화가 그동안 요원했던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한국형 종돈 중 소비자형 종돈의 정의를 새로 논의, 고급형 종돈으로의 개량을 통해 한돈 고급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돈 고급화를 위한 종돈의 역할=고급형 종돈은 한돈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야한다. 즉 한국 환경에 적합화된 종돈이어야 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있는 돈육 생산을 위한 종돈이다. 외국 수입 종돈의 경우 식문화 영향으로 가공육 소비가 발달했다. 그러나 가공육보다 신선육의 소비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돼지고기의 품질과 맛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신선육은 별도의 첨가물이나 가공과정 없이 소비하게 되므로 육질과 맛이 더욱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유럽은 주로 돼지고기를 가공육으로 사용, 고기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향미나 기타 성분을 추가하여 기호도를 높인 형태이다.
또한 한돈 고급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으로 이는 종자와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돼지들의 요크셔‧듀록‧렌드레이스의 삼원교잡 대신 버크셔, 재래돼지 등 다양한 품종을 교잡하면 돼지고기 맛도 달라져 한돈 고급화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의 돼지고기 등급판정 제도는 품종이 아닌 전체 돼지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만을 적용하고 있다. 흑돼지, 재래돼지, 특화 품종(YBD, YBB 등) 등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일반 돼지 사육 농가 외 특화 품종을 사육하는 농가들 경우 양돈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생산비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을 얻기 어려워 현재 일부 농가만이 특화 품종을 생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산자 개량은 전진, 육질은 후퇴=최근 5년간 다산성 유럽 종돈이 다량으로 수입되면서 종돈 개량이 활발해지고 종돈장간 네트워크 사업을 통한 핵돈 공유로 산자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종돈장 평균 산자수(요크셔)는 지난 2015년 11.6두 이후 매해 꾸준히 상승하면서 작년에는 평균 산자수가 처음으로 13두를 넘어섰다. 아울러 다산종돈의 특성인 등지방두께가 얇은 쪽으로 개량되고 있다. 한돈업에는 화색이 돌 만한 성적이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전반적인 한돈 품질이 뒷걸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산성 모돈 보급 확대로 인한 도체 품질 변화 및 돈가 강세로 인한 농가들의 속성 사육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양돈연구회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돼지 냉도체 육질 측정 결과를 근거로 고기 ‘맛’과 관련된 근내지방도 출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내지방도는 돼지 육질 및 맛을 가늠하는 요소로 총 5개(No.1~No.5)로 구분, 단계가 높을수록 품질 및 맛이 좋은 돼지다. 즉 근내지방도와 돼지 등급 판정과 관계는 △No.1=2등급 △No.2~No3=1등급 △No.4~No.5=1+등급 관계다.
그러나 근내지방도의 No.1 출현율이 2016년 10.94%에서 2020년 18.12%로 매년 증가 추세에 접어들었다. 또한 삼겹살의 지방 함량을 의미하는 근간지방 두께 역시 얇아지면서 지방 없는 삼겹 출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축평원 관계자는 “돼지 냉도체 분석 결과 2016년 이후부터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는 원인은 아마도 다산 모돈이 확대된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또한 돼지 품질은 돈가와도 상관관계가 있어 돈가가 높아지면 대체적으로 품질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한돈은=최근 소비자단체들은 한돈 차별화 요소가 희미해지면서 수입 돈육과 경쟁할 새로운 차별화 요소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냉장 삼겹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입에 대응한 한돈 삼겹에 대한 차별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국산 삼겹살의 경우 등지방두께에 따라 품질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등지방두께가 너무 얇을 경우 삼겹살 두께가 너무 얇아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고 지방이 두꺼울 경우 과지방으로 소비자들이 기피하여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에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삼겹을 생산해야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대안은 있다. 바로 농장에 맞는 정액 사용이다.

삼겹살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도체중과 등지방두께 모두 삼겹살 수율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등지방두께가 삼겹살 수율에 미치는 영향이 도체중에 비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농가들은 돼지 출하시 등지방 두께가 두꺼운 경향을 보이는 농장의 경우 얇은 웅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등지방두께가 얇은 경향을 보이는 농장의 경우에는 출하체중을 증가시키거나 등지방두께가 두꺼운 웅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한돈 고급화의 출발은 종돈 개량=한돈 고급화의 출발은 육질 개량부터다. 이에 전문가들은 육질에 영향을 주는 부계의 경우 육질 형질은 산도(PH), 가열감량, 근섬유조성, 근내지방도 등을 고려하되 성장형질은 일당증체량, 사료효율, 등지방 두께와 지율을 각각 반영해 개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방향설정을 토대로 개량목표도 재정립돼야 한다. 한국인 식문화 중 구이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돼지고기도 구이문화에 맞게 돼지고기 영양지수를 개발해야 한다.

이에 국내 종돈 육질 연구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이를 통해 돈육의 맛에 관한 정확한 지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맛은 개인 차이가 크고 추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에 관한 연구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돈육의 어떤 성분이 맛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고기의 일반성분 및 육질 특성들이 맛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이것이 한돈 고급화의 출발점으로 뿌리를 단단히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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