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특집-고급화전략Ⅰ] 대표 육류 한돈, 고급화로 더 넓게 더 높게
[2022년 신년특집-고급화전략Ⅰ] 대표 육류 한돈, 고급화로 더 넓게 더 높게
한우, 시장 개방‧수입산 대응 위해 고급화
마블링‧품질 위주 전략으로 차별화 성공
등급이 품질인 한우, 한돈 등급제 개선 시급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한돈 유연하게 대처해야
고급화로 인한 희소성, 고가로 시장 확대엔 한계
한돈 양적성장 이끈 대중성과 고급화 공존 고민을
  • by 임정은

한돈이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왜 고급화여야 할까. 농축산물의 고급화 전략은 시장 개방과 함께 등장했다. 즉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의 공세를 막아낼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 중에서도 한우 고급화는 한우가 수입육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그 결과 한우산업이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한돈 고급화의 동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한돈이 고급화를 추구하는 이유 역시 수입육, 대체육 등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이라는 점에서 한우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우 고급화의 시사점=95년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는 국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의 신호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입 농축산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에 당시 국내 소 사육농가와 정부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고급화였다. 고급화 전략의 성공은 한우 산업의 호황으로, 또 이를 뒷받침하는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로 입증되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는 지난 03년 이후 매년 증가, 지난해 9월 기준 345만마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동시에 한우 가격은 상승세(11년 1만2천782원→15년 1만6천284원→20년 1만9천891원)를 지속하는 중이다. GS&J인스티튜트 분석에 따르면 한우고기 공급량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4.5%씩 증가했지만 실질 도매가격은 연평균 1.6% 상승하는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쇠고기 수입량(2010년 24만5천톤→20년 41만9천톤)이 연평균 6.3%씩 증가했지만 한우와 수입육의 소비자 가격은 거의 모든 부위에서 2.5배 이상의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 물량 증가에도 한우가 이처럼 고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한우의 고급화 전략이 그 바탕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급화를 통해 한우는 수입 쇠고기가 대체할 수 없는 고급육 시장을 독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블링 중심의 한우 개량과 사료가 한우 맛의 차별화, 그리고 이를 통한 고급화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급제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등급제가 한우 고기의 표준화와 품질 향상에 동시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등급만보고도 믿을 수 있는 맛과 품질의 고기를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산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했다. 93년 1, 2, 3 등급으로 시작한 등급판정제도는 마블링이 점차 맛과 품질의 차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97년 1+를, 04년에는 1++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한우에 있어서 마블링이 품질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매김 했다. 아울러 한우 거세 장려금과 고급육 출하 장려금 등은 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농가의 노력을 독려했으며 이는 한우가 빠른 시간 내 고급화를 이루는데 등급제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계와 교훈=그렇다면 한돈의 고급화는 어떨까? 사실 한우와 한돈은 품종에서부터 다르다. 한우는 국내 사육되는 육우와도 유전적으로 다른 우리 고유 품종으로 수입육과는 당연히 차이가 크다. 그런데 한우의 고급화가 품종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우 고급화 성공에 있어서 등급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투뿔’ 쇠고기는 곧 고급육의 대명사로 인식될 만큼 등급만으로도 쇠고기의 맛과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맛 차이는 가격에도 반영됐으며 이는 한우 농가들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한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준과 유인책을 제공, 한우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이 같은 점에 비춰보면 돼지고기 등급제는 고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서 손을 보고 넘어가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돼지 등급제를 알고 있다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했다. 또 한우와 달리 돼지고기 등급은 구매 기준으로도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돼지고기 등급이 소비자 선호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돼지 등급이 곧 돼지의 품질과 맛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현재와 같은 의무적인 돼지 등급 기준 적용은 되레 규제이면서 비용 증가 요인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한돈의 고급화 이전에 한돈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돼지 등급판정 제도의 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통한 품질 제고 유인책이 한우 고급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몇 년째 지지부진한 국내 출하돼지 등급 판정 성적을 높일 방안으로 품질 장려금과 같은 정부 보조 지원도 검토돼야 한다.

그런데 성공적인 듯 보이던 한우 고급화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19년 마블링에 높은 가중치를 두던 육질 위주의 등급 기준을 육색, 지방색, 탄력도 등에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돈 고급화에 있어서 한돈이 추구해야 할 가치 역시 바로 소비자들의 기호 및 소비 트랜드의 변화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점에서 한돈 맛에 대한 고민에서 더 나아가 탄소 중립과 동물복지 등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한돈에 대한 고민 역시 한돈 고급화에 있어서 안고 가야 할 숙제가 되는 것이다.

■고급화의 함정=최근 한우 시장의 호황에도 산업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시장 호황으로 두수가 늘었는데 이로 인해 한우 가격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1인당 19년 기준 13㎏, 그 중에서도 한우는 4.1㎏에 불과하다. 한우 소비와 가격을 고려할 때 적정 소비량이 4~4.3㎏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급화와 대중화를 동시에 성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고급화는 희소성을 전재로 하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기 쉽다. 한우를 서민 고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우를 소비할 수 있는 일부 소비자들로 시장은 한정되고 나머지 시장은 수입산에 의해 채워지기 십상이다. 95년 51.4%이던 쇠고기 자급률은 19년 36.5%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한돈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계층과 세대를 불문하고 친숙하고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는 한돈이 지금껏 기록해온 빠른 양적 성장의 동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돈이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대표 고기 한돈으로서의 대중성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한돈산업이 고급화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한돈의 차별화와 대중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폭넓은 과제와 고민, 그 속에서 한돈산업을 지속 발전시킬 진정한 한돈의 고급화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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