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년특집-고급화전략Ⅱ] 한돈 고급화, 한돈 안에 답이 있다
[2022 신년특집-고급화전략Ⅱ] 한돈 고급화, 한돈 안에 답이 있다
재래돼지 ‘한국형 이베리코’화 가치 충분
우리 흑돈‧난축 맛돈 등 가능성 주목을
맛‧품질 기준 모호‧다양, 고급화 난제
각기 개성‧장점 뚜렷한 브랜드육 육성해
고급육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 요구 충족
  • by 임정은

한돈 고급화는 한돈산업이 지속발전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리고 한돈 고급화 역시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돈의 상향평준화가 그 시작이자 필수 조건이라면 품종, 맛, 생산과정, 품질 등 한돈의 특화는 고급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차별화의 핵심일 것이다.

■재래돼지의 재발견=한돈산업이 고급화의 필요성에 대해 가장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도록 한 계기는 누가 뭐래도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등장일 것이다. 때문에 고급화의 방향을 이베리코에 대적할만한 한돈 품종을 발굴, 육성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도 고급화 방안을 모색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고급화의 중요한 목적이 수입산과의 차별화에 있는 만큼 어디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품종은 한돈의 차별화와 고급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한돈은 우리 땅에서 자라지만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면 우리 돼지라고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스페인의 돼지 품종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재래돼지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래돼지는 출하까지 200일 이상 걸리고 산자수도 6~8마리로 생산성이 낮다. 이에 국내서 사육되는 흑돼지(18년 기준 19만여마리)도 대부분(87%)이 수입 품종을 활용해 생산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베리코와 같은 수입 돼지고기의 공습에 대적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보급을 시작한 ‘우리 흑돈’에 대해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축산과학원이 우리나라 고유 재래돼지인 축진참돈과 개량종인 축진듀록을 활용해 개발한 ‘우리 흑돈’은 재래 돼지의 육질은 유지하면서 성장 능력도 일반 상업용 돼지와 견줄만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 흑돈의 사육일수는 180~190일로 성장 능력이 재래돼지에 비해 우수하고 무엇보다 맛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내 지방이 4.3%로 일반 돼지에 비해 1.3%P 높고 전문가 시식 평가에서는 육색 점수가 6점 만점에 4.96점으로 재래돼지(5.22)보다는 낮았지만 개량종 돼지(3.15) 보다 높고 향미는 4.81점으로 개량종 돼지는 물론 재래돼지에 비해서도 높았다. 산업적으로나 맛과 풍미에 있어서도 충분히 이베리코와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실제 일반 돼지와는 차별화된 우리 품종의 돼지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사례도 있다. 우리 흑돈보다 먼저 개발된 난축맛돈은 대표적인 재래돼지인 제주 흑돼지와 랜드레이스 개량종(한라랜드)를 교배한 품종으로 제주 재래돼지의 뛰어난 육질과 검은 털색을 물려받았다. 특히 지방이 고르게 퍼져 있어 일반 돼지에서는 구이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등심, 앞다리살 등을 포함해 전 부위를 구이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난축맛돈에 있어서는 굳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구이문화를 다른 요리법으로 유도하지 않아도 삼겹살 위주의 부위별 소비 불균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난축맛돈은 국내 유명 쉐프가 현재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값 하는’ 맛으로 소문이 나면서 19년 1호점을 낸 난축맛돈 전문 식당은 현재 20곳 이상으로 늘었다. 우리 재래돼지 역시 고급육으로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고 차별화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물론 이베리코는 도토리를 먹여 키웠다는 스토리텔링과 실제 오랜 비육기간을 거치면서 맛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품종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맛과 풍미가 우수한 재래돼지는 고급육 시장에서 보다 탄탄한 한돈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임에는 분명하다. 더 나아가 수출도 고려한다면 더욱 우리 재래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의 와규는 12년 51억엔이던 수출액이 19년 297억엔으로 매년 급증한 것은 물론 전체 농림수산수출액 가운데서도 가장 비중이 크다. 쇠고기 자급률은 우리와 같이 30%대에 불과하지만 경쟁력 있는 수출품목으로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얘기다. 하지만 한돈산업의 지속발전 차원에서 세계 시장은 욕심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격 경쟁력을 떠나 차별화된 맛과 풍미를 지닌 재래돼지의 가치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한돈 브랜드 키워라=돼지고기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차별화가 쉽지 않다. 냉장육이냐 냉동육이냐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정도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때문에 하나하나가 그만의 차별화를 갖는 한돈 브랜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그 좋은 본보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본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브랜드 돼지고기의 특징은 각기 개성이 뚜렷한 가운데서도 품종, 사료, 출하일령 등 브랜드 자체적인 생산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는 점이다. 품종에 있어서 각 지역의 재래돼지(오키나와 가고시마 흑돼지 등)부터 브랜드 자체적으로 육종개량을 통해 새로운 계통을 만들어내는 등 품종은 일본 돼지 브랜드별 차별화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품종뿐만 아니라 고구마, 쌀, 보리 등을 함유한 사료로 차별화하거나 음이온수나 특정 지역의 지하수 등 음수에서도 브랜드만의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또 출하일령도 브랜드에 따라 짧게는 120일에서 400일 가까이 길러 출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각 브랜드만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사양 전반에 걸쳐 동물복지와 안전성을 주요 가치로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다. 이는 곧 같은 일본산 돈육 내에서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일본산 돈육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일본 전체 돈육 자급률은 50%를 겨우 유지하는 정도니 이들 브랜드육들의 시장 점유율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본의 사례는 충분히 주목할 이유가 있다. 일본산 돼지고기는 세계서 생산비가 가장 비싸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돼지고기 품질에 특화한 국산 돈육으로 값싼 수입육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고품질의 토대위에 다양한 브랜드육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돈의 품질 제고와 고급화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숙제는 무엇을 고급화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고급이라는 개념도 그렇지만 더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핵심적인 요소인 맛은 더욱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다. 때문에 돼지고기에 대한 다양한 취향만큼 고급화를 통해 추구해야 할 한돈의 맛과 가치도 하나의 방향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추구하는 맛과 가치가 다른 개성있는 한돈 브랜드들이 더욱 늘어난다면 고급화의 과제는 한돈 브랜드 육성과 활성화로 상당부분 대체될 수도 있다.

아울러 한돈 품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브랜드 육성이 고려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한돈 소비자의 67.4%가 브랜드 돼지고기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데 중요한 사실은 구입해본 소비자들 중 대다수(90.6%)는 브랜드 돼지고기 구입을 유지 내지는 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 돼지고기의 품질, 안전성, 맛이 주요 구입 이유다. 브랜드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평가를 유추할 수 있는 조사 결과다. 한돈 품질에 있어서 가장 취약하고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되는 것이 들쑥날쑥한 맛과 품질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브랜드육은 기본적으로 3통을 기반으로 규격화를 추구한다. 물론 차별화 없는 브랜드들의 난립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확실한 개성과 그에 맞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들은 분명 한돈 고급화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촘촘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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