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중국 양돈업 '변신'…향후 세계 양돈업 영향은
[심층분석] 중국 양돈업 '변신'…향후 세계 양돈업 영향은
돈가 급등락‧ASF 지속…양돈업 재편 가속화
정부 돼지 ‘증두’ 지원 속 기업들 몸집 키워
세계 최대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
방역 강화 첨단 기술 접목 양돈장 건설도
기업들 수출로 눈 돌릴 수도…파급력 막대
  • by 임정은

중국의 돼지 값 하락이 최근 돼지고기 수입량 감소로 이어지며 당장 올 하반기 세계 시장에 어떤 변수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ASF 발생이 촉발한 중국 양돈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장기적으로 더 주목해야 할 변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ASF 이후 중국 양돈산업이 더욱 빠르게 규모화 기업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ASF 이후 몸집 불린 기업=중국 양돈산업 역시 기업화 규모화는 주요 추세 중 하나였다. 중국축산업연감에 따르면 전국 양돈농장은 2010년 6천173만5천개서 18년 3천156만개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돼지고기 생산량은 5.2% 증가했다. 여전히 연간 출하물량이 50두 미만인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이들 농가는 같은 기간 절반으로 줄고 50~499두는 38%, 500~4천999두는 16.3% 각각 감소하며 점차 규모화 된 농장들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연간 출하물량 5만마리 이상 양돈장수가 121개서 407개로 3.4배 급증,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런데 ASF는 이 같은 대규모 양돈장의 규모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18년 ASF 발생 전 중국 정부는 점차 양돈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관련 규제를 강화했고 그 영향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돼지고기 생산량이 14년(5천800만톤)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 17년에는 5천450만톤 수준까지 줄었다. 이후 18년 ASF가 발생하고 19년 하반기 이후 돼지고기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중국은 돼지고기 자급률 95%를 목표로 내걸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거나 규제 준수를 지원하는 정책 등을 통해 두수 늘리기에 적극 나섰다. 특히 중국은 업계를 선도할 기업을 ‘용두기업’으로 선정, 지원해 왔는데 이 같은 제도도 뒷받침되면서 양돈기업들의 사육규모 확대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또 중국 정부는 두수를 늘리는데 필수적인 번식모돈 수입도 크게 늘렸는데 지난해 2만9천여마리를 수입, ASF 이전인 17년 1만1천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다 ASF로 돼지 값이 급등하자 양돈기업들의 수익이 치솟으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규모 확대에 나섰다. 18년 월평균 16~21위안/㎏ 사이를 오르내리던 돼지고기 도매시세는 19년 11월 47위안까지 치솟았으며 2020년에는 최고 50위안까지 육박하는 고돈가가 지속됐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과 양돈 경기 호황은 특히 기업들의 사육 규모 확대로 이어졌다. 캐나다 종돈기업 제네서스가 지난해말 기준 세계 주요 양돈기업들의 모돈 두수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며 이들의 모돈 두수만 따져도 772만여마리로 19년(388만여마리) 대비 두 배로 늘었다. 같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다른 나라 기업들이 –10%에서 2.6% 증가폭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커진 변동성, 산업 재편 촉진=중국 양돈산업이 짧은 기간 내 돼지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올해 양돈시장은 지난해와는 전혀 딴판이 됐다. 돼지 값이 2월 이후 내리 하락하면서 연초 47위안대였던 돈가는 7월 평균 22.3위안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다 세계 사료곡물 가격 상승에 중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양돈농가들의 경영은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자칫 이 같은 양돈불황이 농가들의 사육의지를 꺾을 것을 우려, 돼지고기 비축을 늘리는 등 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18년 ASF 발생 이후 돼지 값의 급등락, 최근의 사료비 급등과 같은 시장의 불안과 높아진 변동성은 양돈농가의 경영 불안을 높이고 특히 소규모 양돈장에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여전히 중국 내 ASF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상대적으로 방역에 취약한 소규모 양돈장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반면 ASF 이후 양돈기업들이 새롭게 건설한 양돈장들은 높은 방역 수준과 첨단 ICT 기술을 접목했다. 수직으로 쌓아올린 돼지 호텔, 혹은 아파트라고 불리는 양돈장이 세워졌으며 세계적인 스마트폰·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스마트 양돈’을 표방하며 양돈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IT 기업들의 양돈업 진출로 첨단 기술과 양돈업의 결합도 이뤄졌다.

최근 중국 내 양돈업 불황은 다시 돼지 사육두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측컨대 줄어드는 사육두수의 대부분은 소규모 양돈장일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하면 중국 양돈업의 규모화 기업화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특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ASF 발생과 가격 변동성이 중국 양돈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수세기 양돈산업의 중추였던 소규모 농민들이 주도권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 보도했다.

■중국 양돈업 재편, 영향은=최근 중국 돼지 값이 급락하면서 향후 중국 양돈업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려워졌다. 돼지 사육규모가 다시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 정부는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양돈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ASF 이후 돼지 사육두수 급감이 불러온 돼지 값 급등과 물가 불안 등의 후유증을 겪었던 때문일 것이다. 최근 중국 농업부를 비롯해 6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발전 촉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는 연간 500마리 이상 돼지를 출하하는 18만여개의 규모화된 양돈장을 국가 양돈장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는 등 일정 규모 이상 농장의 사육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주요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기업 양돈장들은 앞서 지적했듯 이미 규모면에서는 세계적이다. 아직 중국 내 돼지고기 자급이 1차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ASF를 계기로 더욱 급성장한 규모화 된 기업형 양돈장들이 세계적인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수출로 눈을 돌릴 여지도 충분하다. ASF 이후 강화된 차단 방역과 사양관리 수준, 거기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된다.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출국이 된다면 이는 수입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된다. 이점이 바로 앞으로 중국 양돈산업의 변화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