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처분 정책과 개인의 재산권
[칼럼] 살처분 정책과 개인의 재산권
공공의 이익 우선하는 시대 지나
세상 달라진 만큼 정책도 변해야
  • by 김오환

정부의 정책은 양(陽)을 지향한다. 말 그대로 양은 희망, 행복, 건설, 창조, 성공, 미래 등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세상만사 그렇듯 양이 있으면 음(陰)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 음은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양이 긍정적 의미라면 음은 희생, 손실, 피해, 강요, 강제, 억압 등 부정적 의미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순(順)과 역(逆)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정책은 양을 극대, 최대화하면서 음을 극소,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재산과 관련한 정책’에서 그렇게 돼야 한다. 한국의 정체(政體)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官) 주도의 개발시대를 60~70년간 거치면서 개인의 권한과 권익보다, 전체 또는 공공의 편리와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게 익숙해져 있고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다. 정권이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수차 교체된 지금까지 말이다.

이젠 그런 숙명(宿命)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변하고 있다. 집단보다 개인의 삶과 권리를 앞세우고 중시하고 있다. 도시만 그러는 게 아니다. 농업, 농촌도 그렇게 가고 있다. 신작로 내고 새마을 운동하던 농촌이 아니다. 농업도 1970~80년대 농업이 아니다. 특히 축산업은 더욱 그렇다. 도시의 제조업처럼 대형화, 규모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개인의 권한과 권리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다. 바로 그것이 가축의 살처분 정책에 대한 변화 요구다.

알다시피 ‘살처분’ 정책은 가축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농장 밖으로 확산을 막기 위해 16세기 영국에서 처음 실시했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다 백신 개발되면서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국가는 시행) 그럼에도 한국은 아직도 시행하고 있다. 질병이 발생된 농장의 살처분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인근 농장’까지 죽이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일률적으로 몇 km로 고시, 살처분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와 무관치 않음으로 입식부터 출하까지의 축산업의 시간적 특성을 고려하면 살처분 정책 재고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ASF 방역과 관련, 16개 권역화 방안도 개인의 재산권과 지적치 않을 수 없다. 권역 내에서만 사료 수급과 돼지 및 분뇨 출하, 종돈 입식 등이 가능케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국내 양돈산업의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권리(재산권 보호, 행복 추구 등)마저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방역’이 법적으로 개인의 권익보다 앞설지 모르겠으나 세상이 바뀌고 변화하고 달라지는 상황에 맞게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이 불가피한 경우 정부는 그 이유를 농가에게 명확하고 정중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시대, 농가에 대한 예의다. 그럴 때 정책의 효과는 배가되고 양돈업은 한 단계 성장, 성숙하면서 한돈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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