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코로나 협공에 세계돈육 시장 불확실성 가중
ASF‧코로나 협공에 세계돈육 시장 불확실성 가중
작년 이어 올해도 세계 돈가 이상 흐름
EU‧美 돈가 성수기에 ↓, 생산도 불안
中 수입 육류 검사 강화해 수출국 긴장
발병 추이가 주요 변수돼 예측 어려워
  • by 임정은

돼지 전염병인 ASF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 19라는 신종 전염병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돼지고기 시장을 연이어 강타했다. 그 결과 최근 세계 돼지고기 시장은 높은 변동성 속에 단 한 달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만 남은 시장이 됐다.

■ASF 엎친데 코로나 덮쳐=지난해 한돈시세 약세가 본격화되며 연평균 가격이 13년 이후 처음으로 4천원대 이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보다 지난해는 4월 돼지 값이 5~6월보다 높았고 9월에 연중 최고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더 이례적이었다. ASF가 주원인이었다. 18년 중국에서 발생한 ASF로 인해 국내 돼지고기 수입 감소가 예견되면서 4월 가수요가 발생한데 이어 9월에는 국내서 ASF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이동제한으로 공급물량이 줄어 대표적인 저돈가 시기인 추석 이후 돼지 값이 오히려 급등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그리고 올해도 ASF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이 감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하나 더 얹혀졌다. 예상치 못했던 가정 내 한돈 수요를 이끌어낸데 이어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면서 5월 한돈 가격은 5천원대까지 치고 올라설 수 있었다. 그렇게 코로나는 6월보다 5월 돼지 값이 더 높은 또 하나의 예외적 사례를 만들었다.

그런데 안정화 되는 듯 보이던 코로나가 최근 재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반에도 악재가 되면서 한돈시장도 코로나 재확산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전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퍼지면서 지금까지 코로나가 한돈시장에 미쳤던 여파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어서다.

■세계 양돈시장도 혼란=ASF와 코로나가 겹친 양돈시장의 혼란은 세계, 특히 주요 수출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돼지 값의 등락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두 개의 전염병이 주된 이유라는 점에서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먼저 EU(유럽연합)의 돼지 값은 지난해 3월부터 대 중국 수출 증가 효과로 치솟으면서 올 초 전년 동월 대비 40%에 육박하는 상승폭을 보였다. 그러던 돈가가 코로나로 인한 소비 저조로 하락, 계절적 흐름을 역행하며 내림세를 형성했다. 그 결과 5월 평균 돈가(162유로/100㎏)가 3월(190.96유로)에 비해 15% 가량 떨어졌고 지난해 대비로도 6% 낮았다. 여기다 6월 중순 코로나로 인해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독일에서 최대 돼지고기 생산시설 폐쇄까지 겹치면서 7월 152유로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중국의 ASF 특수를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코로나를 만나 고전 중이다. 그동안 무역분쟁으로 EU에 비해 對중국 수출이 크게 늘지 못했지만 지난 1월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 수출이 증가하는 듯했다. 4월말 현재 대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로 양돈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혼란 그 자체다. 5월까지 월평균 돼지고기 지육 도매시세(100㎏)를 보면 165달러→147달러→161달러→134달러→226달러로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던 돈가는 6월 152달러로 급락한 이후 7월 148달러로 추가 하락하며 약세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로 인한 돼지고기 공급망의 혼란과 외식 등 소비 시장의 침체가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최근의 저돈가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미국의 올해 생산량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은 ASF가 올해도 양돈시장에 가장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으며 돼지고기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수입량이 44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79.5% 가량 늘 것으로 추산한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이유로 수입 육류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실제 수입 중단 조치들을 단행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EU 등 수출국에서 최근 코로나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코로나 사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돼지고기의 세계 교역이 다른 양상으로 이끌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여전히 중국은 돼지고기가 부족하고 따라서 중국의 수입량 증가와 이에 따른 수출국들의 대 중국 수출 증가 전망은 유효한 상황이지만 코로나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

라보뱅크는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ASF가 세계 돼지고기 시장에 가장 큰 변수이나 최근 전 세계적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망에 추가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SF와 코로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글로벌 돈육 시장의 주요 불확실성으로 △가공공장 폐쇄와 관련된 생산 손실 및 운영 둔화 △미중간 지속적 긴장 관계 △독일 등 유럽 주요 생산국의 ASF 발생 위험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향후 추가 확산 등 발병 추이를 예단하기 힘든 ASF와 코로나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양돈시장에 주요 변수가 된 만큼 당분간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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