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분뇨의 재발견] 분뇨, 줄이기보다 가치 극대화에 초점
[2020 신년특집-분뇨의 재발견] 분뇨, 줄이기보다 가치 극대화에 초점
농경지 갈수록 줄고 도시화 진행
퇴액비화 통한 자원화 어려움 가중
‘바이오 에너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분뇨의 친환경 가치 높여야 양돈도 지속
  • by 임정은

가축분뇨가 애초에 환경오염 주범의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농경지를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었던 분뇨는 돼지 사육두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질, 토양, 대기 오염에 악취까지 풍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이에 다시 분뇨를 자원화해 친환경 농업의 고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엉뚱하게도 가축분뇨 자원화가 오히려 돼지 사육두수 제한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토양 양분관리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가축분뇨가 가지는 친환경적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가축분뇨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그 가치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친환경 실천이 요구받는 지금, 가축분뇨 가치의 재발견이 이뤄져야 할 때인 것이다.

■분뇨, 자원화 한계=양돈산업이 환경에 있어서 규제의 대상이 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물론 분뇨 때문이다. 분뇨가 빠른 속도로 증가(90년 2천674만톤→18년 5천100만톤, 돼지 40.6% 차지)해 기존의 해양배출이나 정화 방류처리에 한계를 인식하면서 04년 11월 환경부와 농림부 합동으로 가축분뇨 관리이용대책을 통해 자원화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퇴액비화는 갈수록 수요처의 한계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경지는 감소(09년 173만ha→17년 162만ha)하고 동시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퇴액비화가 악취 민원 증가(축산악취 민원 14년 2천838건→16년 6천398건)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경종농가들은 퇴액비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일부 불량 퇴액비 사용 경험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화학비료를 선호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분뇨의 자원화가 되레 돼지 사육두수 제한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퇴액비의 사용에도 화학비료 사용은 오히려 늘다 보니 토양에 양분이 과다 투입되고 있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돼지 사육두수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지난 04년 축산분뇨 관리 이용대책 추진기획단의 핵심 정책 프로그램으로 지역단위 양분총량제가 등장한바 있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를 통해 다시 소환됐다.

■국민 의식 변화 속 강화되는 규제=최근 양돈 등 축산업은 국민들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특히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과 제주도의 숨골 분뇨 무단 배출에 이르러 친환경 축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매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에 지난해 ASF까지 발생하면서 축산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과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특위가 지역자원 순환형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양분관리제를 들고 나오면서 양돈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환경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가축분뇨가 발생할 경우 적정 사육두수를 관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 주도로 실행을 저울질해 왔던 제도이지만 과거와 달리 환경과 양돈업에 대한 국민 의식이 양분관리제 추진 동력이 될 만큼 변화했다는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더욱이 여전히 양분관리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양분수지 산정 기준에 대한 정부와 양돈 등 축산업계간 시각 차이가 크다.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양분관리제의 주요 논거가 되지만 지난 18년 한돈협회가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는 우리나라의 가축분뇨 투입량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분 요구량을 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가축분뇨의 퇴액비화는 거의 유일한 자원화 방법이지만 되레 양돈산업의 생산 기반을 위협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는 가축 분뇨가 환경 오염원이라는 인식 강화가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분뇨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친환경 시대 양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돼지 분뇨의 가치를 높여라=최근 퇴액비화에 한정된 지금의 분뇨 자원화에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돼지 분뇨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바이오 에너지화를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가축분뇨 퇴액비화가 수요처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지만 에너지화할 경우 이를 통해 생산된 가스 전기 등을 지역주민에게 공급함으로써 민원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화가 주목되는 것은 분뇨가 가지는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가치가 높아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환경 이슈에 있어서 주된 관심사는 바로 기후변화다. 정부 역시 원전·석탄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기본 방침(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2019년 6월)을 세웠다.

돼지 분뇨의 경우 바이오 가스화를 통해 메탄가스라는 에너지를 회수하고 이를 열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하거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던 분뇨가 이렇듯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분뇨 에너지화 시설은 10개 내외이며 분뇨 발생량 중 에너지화 비율은 3% 남짓이다.

에너지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낮은 경제성이 자주 지목된다. 산업부의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가 1.0에 불과하고 가축분뇨 처리 수수료도 낮다. 여기다 가축분뇨 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민원 발생 소지도 크고 원료 수급의 어려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책적 연계가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분뇨에 대한 정부 부처간 시각 차이도 있고 바이오 에너지로서 가축분뇨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덜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분뇨의 바이오 에너지화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각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사업들을 하나의 목표 아래 통합하려는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개최한 가축분뇨 바이오 에너지화 과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 즉 바이오에너지화 시설 확장을 위해 설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생산적 복지가 가능한 인센티브 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부처간 연관성 있는 사업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자원화사업과 환경부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 산자부의 LPG 소형저장탱크 및 배관망지원사업, 행정안전부 마을 조성사업, 농축산부의 첨단온실사업 등을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성이 낮다는 점 역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다. 유럽연합의 경우 90년도부터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법령을 통해 기준별로 다양한 추가보조금 제도를 통해 수익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독일에서는 전체 전력생산량 중 8%를 바이오매스 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계획 달성을 위해서도 현재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뿐만 아니라 바이오메스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축분뇨는 그대로 두면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으나 이를 바이오에너지화할 경우 훌륭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 우리 사회의 친환경 지수를 더욱 높이는 길이며 그 속에 우리 양돈산업이 지속할 수 있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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