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특집 ①프롤로그] 한돈 경쟁력, 부위별 시장 점유가 관건
[창간 19주년 특집 ①프롤로그] 한돈 경쟁력, 부위별 시장 점유가 관건
돈육 공급 한돈 10% 늘 때 수입육 70% 증가
가공육 및 가정간편식 시장 수입육이 잠식 중
한돈 부위에 따라 가격과 품질서 경쟁력 낮아
고품질 한돈 위해 정부 규제 총체적 완화를
  • by 김현구

2019년 황금 돼지의 해 출발부터 돈가가 크게 하락하며 국내 한돈산업은 삐끗했다. 지난 4년간(2014년 9월~2018년 9월, 탕박 평균 4천529원) 지속됐던 고돈가가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3천542원(탕박, kg당)을 형성, 생산비 시세 이하까지 내려앉았다. 다행히 올 3월부터 출하두수 감소 및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돼지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 농가들은 한 시름 덜게 됐으나 돼지 값이 폭락한 5개월간 한국 양돈산업의 밑면이 고스란히 들어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승승장구했던 돼지 값이 폭락한 배경에는 한돈 고돈가를 바탕으로 수입 돈육이 크게 늘면서 국내 돈육 시장을 잠식한 데 있다. 한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던 2014년 이후 국내 돼지 출하물량은 11%(14년 1천569만마리→18년 1천737만마리) 증가한 반면 수입량은 70%(17만4천톤→46만3천톤) 급증한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이 시장이 급변하는 사이 한돈 품질은 제자리걸음 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돈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FTA로 인한 관세 인하를 무기로 수입 돈육 유통업계는 무한리필 삼겹살 및 갈비, 육가공품 원료육 시장 장악, 가정 간편식 시장 선점, 프리미엄급 삼겹 시장 형성 등 그들만의 소비처를 구축, 야금야금 국내 돈육 시장 잠식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분육 시장 잠식 가속=지난해 돼지 도축두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육 생산량도 처음으로 100만톤(축산물품질평가원 기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수입 돈육도 급증, 한돈 자급률이 70% 미만으로 하락하며 특히 삼겹과 앞다리살 자급률은 50%대를 위협 받았다. 지난해 부분별 한돈 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한돈 비중은 69.1%(한돈 103.6만톤+수입 46.4만톤=150만톤)로 삼겹과 앞다리 수입이 급증하면서 이 부위에 대한 자급률이 지속 하락했다. 한돈 삼겹의 국내 생산량은 19만6천톤, 수입은 18만5천톤을 기록하면서 점유율은 51.4%로 나타났으며, 앞다리 국내 생산량은 20만3천톤, 수입은 19만7천톤으로 50.8%로 분석됐다. 또한 돼지 부산물도 수입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한돈 시장을 위협했다. 지난해 전체 돼지 부산물 수입물량은 19만6천여톤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한돈 품질 문제 심화=지난해 한돈업계는 ‘이베리코 쇼크’를 겪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베리코는 수입 돈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면서 프리미엄 돈육으로써 한돈 삼겹을 위협했다. 대형마트 ‘이베리코 흑돼지’ 판매 가격이 한돈 삼겹·목심보다 약 30% 비싸게 형성됐음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한돈 품질은 몇 년째 답보 상태로 가격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 등급판정에서 1등급 이상 출현율은 지난 14년 63.8%서 15년 64%, 16년 63.5%, 17~18년 각 63.8%로 몇 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특히 목살의 경우 구제역 백신 접종 이후 목심 이상육이 증가하면서 한돈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더욱 악화시켜 한돈을 기피하게 된 한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정책 변화도 한 몫=정부 정책의 변화도 한돈 품질 저하 및 한돈 소비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기준법을 개정,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직장인들에 한해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의 직장에서의 시간이 줄어들고 회식 메뉴의 최강자였던 한돈 외식 소비가 감소, 한돈 외식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통계청의 서비스업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18년 기준 음식업 및 주점업 판매액 지수가 98(2015년=100)로 17년보다 1.8% 하락하면서 지난 201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을 근거로 둘 수 있다. 이에 외식업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한돈 소비 증가 방안 모색이 향후 과제로 대두 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2011년 이후 양돈 사육 규제를 강화, 농가들의 품질 향상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시설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FTA에 따른 정부의 대표적인 강화 대책 중 하나인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이 현재 수요자 부족으로 좌초위기를 겪고 있다.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은 국내 축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 2009년에 추진된 이후, 매년 예산이 삭감돼 올해 현재 1천787억원 수준으로 12년(4천885억원) 대비 36.6%로 삭감됐다. 농가들이 신청을 하고 싶어도 사육거리 제한 및 지자체 규제 등으로 신청이 제한되고 있어 불용 예산이 늘면서 사업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정부 정책 변화로 소비 시장에서는 한돈 소비 감소를 불러왔고, 생산 쪽에서는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생산 기반이 축소되며 수입 돈육 시장 잠식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부위별 판매 제고 노력 및 다양화해야=돈육 수입이 5년간 70% 는 가운데 수입 돈육은 어디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 것일까? 부위별로 살펴보자. FTA 이후 가장 많이 수입되고 있는 부위는 삼겹살로 지난해 18만5천톤이 수입됐다. 대부분 냉동 삼겹살로 저가에 판매되면서 구매력이 약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특히 지난 2016년 무한리필 삼겹살 체인점 성황 등 자체적인 시장도 형성하면서 고정적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앞다리다. 미산 앞다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원료육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실제 과거 수입량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이후 앞다리 연간 수입량은 4만톤에서 19만7천톤으로 5배 늘어나면서 국내산 육가공품 원료로 한돈 후지를 대체하면서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한 국내 돈까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돈 등심 수요가 급증하자, 수입 비중도 크게 느는 등 나머지 부위에서도 수입 증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이 한돈과 수입 돈육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돈의 부위별 판매 제고를 위해서는 업계의 어떤 노력이 수반돼야 할까? 우선 한돈 부위별 소비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한돈과 수입 돈육의 차별화를 지속 연구해야 한다. 한돈과 수입 돈육 마블링을 비교한 맛의 차이 분석, 현재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YLD 외 새로운 품종 개발, 한돈의 스토리텔링 개발 등이 한 예이다. 또한 한돈을 이용한 다양한 맛의 개발도 요구된다. 한돈의 신선한 이미지라는 기존의 홍보 바탕에 숙성, 급속 냉동 등 한돈을 이용한 다양한 맛을 발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래야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들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농가들의 품질 제고 없이는 값 싸고, 정형화된 수입 돈육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사육 규제 강화 대신 한돈 품질 제고를 위한 한돈 진흥 정책으로 전환돼야 수입 돈육에 맞설 한돈사육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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