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경쟁력 있는 한돈] 구이 문화 주춤, 新시장 개척해야
[신년특집-경쟁력 있는 한돈] 구이 문화 주춤, 新시장 개척해야
고령화•저출산•1인가구 등 사회적 영향과
주 52시간 시행으로 소비시장 ‘지각변동’
수입육과 차별화로 한돈 장점 부각해야
  • by 김현구

작년 10월 추석 이후 돼지 값은 평균 3천800원대를 기록, 4년 만에 고돈가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는 국내 도축두수 및 수입 돈육 증가 등 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한 반면 소비는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돈 소비의 경우 지난 2014년 일본 원전으로 인한 수산물 소비가 한돈으로 대체되면서 한돈 가격도 상승하기 시작, 이후 AI 발생으로 인한 대체 수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 유행 등으로 한돈 소비가 크게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이 같은 한돈 소비 증가 요인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돈육 소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한돈 값을 견인했던 삼겹, 목심 등 ‘구이 문화’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겹, 목심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유통업계도 작업량을 쉽사리 늘리지 못하고 있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겹 목심 등 구입 가격에 비해 판매가격에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목심의 경우 이상육 보도 등으로 소비 자체가 줄어 냉장 판매가 어려워 냉동처리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이 ‘구이 문화’가 주춤하고 있는 원인은 사회적 변화로 인해 구이 문화를 주도하는 소비층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감소와 아울러, 대한민국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결혼 인구 감소 속에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구이 소비층이었던 2인 이상의 가족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해부터 근로시간 주 52시간을 시범 시행하면서부터 직장 회식 수요도 감소, 특히 지난 연말에는 수요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연말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정리하면 구이 문화 주춤은 사회적 변화의 영향으로 구이 문화를 주도하는 소비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차적인 요인으로는 폭염, 미세먼지 악화 등 날씨도 구이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이상육 증가는 최근 구이 문화 주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 접종으로 인한 목심 이상육 발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한돈 목심 구입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구이 문화 주춤 속에, 설상가상으로 한돈 시장을 수입 돈육이 빠르게 파고 들고 있어 한돈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이베리코’ 신드롬을 만든 수입 돈육 유통 업체는 친환경 사육 등 한국과 대비되는 사육 환경의 스토리를 무기로 한국을 공략, 국내 소비자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이 같이 구이 문화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한돈 삼겹은 소비가 감소하는 반면 이베리코 등 수입 돈육의 구이 부위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접어들고 있어 한돈 소비 위험 신호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가성비의 수입 돈육이 지난해부터 고가 전략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으나 ‘방목 사육’ ‘최고의 식재료로 만든 사료를 먹인 돼지’ 등 홍보 전략에 소비자들이 호응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반면 한돈의 경우 가격이 상승한 만큼 품질 향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아, 한돈 소비 유도를 위한 소비자 설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이 문화가 주춤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삼겹, 목심 소비를 위한 홍보 강화와 아울러 구이 부위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新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이 부위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新시장은 간편식 시장이다. 다양한 육가공품을 통해 돼지고기 소비 증가가 기대돼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간편식 시장은 지난 14년 1조5천억원 규모에서 17년 2조6천억원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 한돈 소비의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국내 식품업계의 한돈 사용 비중은 16년 기준 70%였지만 현재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돈이 간편식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이 ‘구이 문화’ 위축 속에 올해 수입 돈육과 한돈의 경쟁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한돈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입 돈육은 관세 인하 및 홍보 강화를 바탕으로 더욱 국내를 공략할 것으로 보이며, 한돈의 경우 올해 협동조합형 패커의 잇따른 완공으로 한돈 유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돈과 수입 돈육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디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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