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민관이 함께 푼 냄새 저감 해법…새로운 이정표 되다
[기획특집] 민관이 함께 푼 냄새 저감 해법…새로운 이정표 되다
김해 한림 농가 악취관리지역 위기
배출허용기준 관리 의무 규제 직면
한돈협, 김해 찾아 농가 입장 전달

‘규제’ 대신 ‘자발적 개선 노력’ 이행
민관 협력체계 통해 냄새 저감 모색

암모니아 15ppm 유지 현저히 저감
냄새 민원도 42% 줄어 “약속 지켜”
전국적 냄새 저감 롤모델 확산 기대
  • by 김현구

경남 김해 한림지역 양돈농가들이 악취관리지역 지정이라는 위기 앞에서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지자체의 규제 움직임에 반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가가 직접 냄새 저감에 나서면서, 약 10개월 만에 축산악취 민원과 복합악취,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 등에서 가시적인 개선 성과를 만들어냈다.

악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규제와 반발에서 농가의 자율개선과 민관 협력으로 전환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한림지역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향후 전국의 축산악취 갈등을 풀어가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 놓고 농가 ‘생존권’ 우려=김해시는 지난해 한림면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한림지역에는 50여 농가가 74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지역 내 악취 문제를 둘러싼 주민 민원도 이어지고 있었다.

농가들의 반발도 컸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악취 배출허용기준과 관리 의무가 강화되는 만큼 농가들은 사실상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한돈협회는 이 문제를 지역 농가만의 문제로 두지 않았다. 이기홍 한돈협회장은 김해지부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김해시를 찾아 홍태용 시장과 직접 면담하며 농가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한림지역 74개 농가에 대한 일률적인 악취관리지역 지정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서 김해지역 축산악취 민원은 2020년 5천157건에서 2025년 650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정 대상 농가 가운데 상당수는 법적 기준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법을 준수하며 자발적으로 개선 노력을 이어온 농가들까지 획일적인 규제로 묶는 것은 과도하다”며 “협회가 책임지고 농가 개선을 추진할 테니 스스로 냄새를 줄일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규제보다 농가가 먼저 바꿔보자”=농가의 요구에 김해시도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홍태용 시장은 한돈협회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성과를 검증한다면 악취관리지역 지정 연기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돈협회와 김해시는 규제를 앞세우기보다 농가가 직접 냄새를 줄이고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의 협력 모델을 추진했다.

협회는 김해시 환경·축산 부서와 중앙회, 김해지부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림·생림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하고 농가별 냄새 개선계획도 수립했다.

농가들도 움직였다. 한림지역 농가들은 냄새 저감 활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협약서를 작성하며 자율적인 개선에 동참했다. 컨설팅과 냄새 측정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저감 조치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농장 관리 수준을 높여갔다.

■10개월의 노력, 숫자로 나타난 변화=농가들의 노력은 약 10개월 만에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열린 ‘김해 한림지역 양돈장 냄새저감 집중사업’ 중간발표회에서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복합악취 측정에서 집중 관리가 필요했던 43개 농가 가운데 37개 농가가 현재 복합악취 희석배수 10배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배출허용기준인 15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축사 내 암모니아 농도 역시 개선됐다. 돼지를 입식하지 않은 4개 농장을 제외한 39개 농가 가운데 34개 농가가 15ppm 이하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농장에서는 암모니아가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관리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민원도 감소했다. 김해지역 축산악취 민원은 지난해 85건에서 올해 49건으로 42.4% 줄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 농장을 중심으로 민원이 이어지고 있고, 농가별 시설과 사육환경에 따라 냄새 발생 요인도 다른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농가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에 나설 경우 악취 문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적 상생 모델 구축 기대=한림지역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만이 아니다. 갈등의 출발점이었던 악취관리지역 지정 문제를 놓고 지자체와 농가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는 대신, 일정 기간을 정해 농가의 자율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데 있다.

농가는 “규제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내놨고, 지자체는 이를 전제로 기다리면서 결과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돈협회는 양측 사이에서 농가의 실천을 이끌고 개선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결과론적으로 이번 사례는 축산악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함께, 농가의 책임 있는 참여가 뒷받침될 경우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림지역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정 유예 기간 동안 만들어낸 변화가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농장 관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냄새 저감이 이어질 경우 이번 사례는 향후 축산악취를 둘러싼 지역 갈등에서 민관 협력을 통한 제3의 해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은 “축산 냄새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농가 스스로 냄새를 줄이려는 자정 노력과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농가가 먼저 개선에 나서고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획일적인 규제와 행정처분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근본적인 답을 찾기 어렵다”며 “농장마다 시설과 사육환경, 분뇨처리 방식 등이 다른 만큼 농가별 냄새 발생 원인을 진단하고 맞춤형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이번 사업을 통해 반드시 하나의 제대로 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첨단 냄새저감 기술과 시설 개선, 철저한 농장 관리를 통해 냄새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주민들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와 농가가 서로를 규제하는 기관과 규제받는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도 농가를 정책의 대상자가 아니라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측정 수치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변화를 체감하고 민원이 줄어들며, 동시에 농가의 생산성까지 향상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농가가 함께 전국 한돈농가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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