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민원 피하려 냄새 저감 투자했더니 생산비 ‘눈덩이’
[기획특집] 민원 피하려 냄새 저감 투자했더니 생산비 ‘눈덩이’
금년 돈가 6천원대 안팎 사상 최고
돈가 최고에도 수익성 감소 목소리
사료비 외 투자‧전기세‧금융비 증가
환경 비용 상시 생산비 편입 영향도
냄새 관련 시설 운영비 특히 높아져
3년새 전기 286% 인상 ‘엎친데 덮쳐’
생산비 증가로 돈가 하락 시 큰 부담
환경이 농가 경영 최대 걸림돌 부상
  • by 김현구
AI 생성 이미지

돼짓값만 놓고 보면 올해 양돈농가의 경영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1~9월 kg당 평균 돼짓값은 5천989원으로 전년 동기간 5천782원보다 높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만난 농가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고돈가에도 사료비를 비롯해 전기료와 금융비용, 환경·악취 대응을 위한 시설투자비 등이 크게 늘면서 체감 수익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강원 고성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윤모 농가는 “돈가는 높은데 지난해보다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사료비 부담도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냄새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한 시설과 이를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농가는 농장 주변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액비순환 시스템과 악취저감시설, 콤포스트 등 이른바 ‘악취저감 3종 세트’를 구축하는 데 약 15억원을 투자했다. 시설투자 대부분을 자기자본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상당 부분을 융자에 의존했고, 시설을 설치한 이후에는 원금과 이자뿐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환경시설을 설치했다고 비용 부담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액비순환 시스템의 펌프와 교반장치, 악취저감시설의 환기·공기처리 장치, 콤포스트의 송풍·교반시설 등을 가동하려면 지속적으로 전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돈사 환기팬과 냉방시설까지 가동해야 하는 여름철에는 전기료 부담이 더욱 커진다.

농가 입장에서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환기나 냉방을 줄이기도 어렵고, 냄새저감시설 가동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돼지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민원과 환경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농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료 인상은 고스란히 생산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전력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 한돈연구소가 지난 6월 전국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요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력사용량은 13.6%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5년 전의 286.4% 수준으로 높아졌다. 농사용 전기요금 단가 역시 2021년 대비 2025년 기준 85.9~92.7% 인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양돈농가의 생산비 구조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사료비와 종돈비, 약품비, 인건비 등이 주요 비용으로 꼽혔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환경·악취 대응을 위한 시설투자비와 운영비가 상시적인 경영비로 자리 잡았다. 시설투자에 따른 감가상각과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농가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최근의 환경 관련 투자는 농장의 선택적 투자라기보다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욱 크다. 생산성을 높여 출하두수를 늘리거나 사료비를 절감하는 시설이라면 투자 이후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냄새저감시설은 투자 효과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익을 늘리기 위한 투자와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투자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냄새저감시설은 생산성을 높여 추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민원과 환경 문제를 줄이고 농장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사실상 갖춰야 하는 비용에 가깝다. 농가들이 “돼짓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만큼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다.

여기에 시설의 유지·보수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기계와 설비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장이 발생하고 부품 교체도 필요하다. 시설을 설치한 농가일수록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정상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유지관리 비용까지 경영비로 쌓인다.

농가들은 악취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관리되는 농장과 실제 생활 불편을 유발하는 악취를 구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과 민원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농가는 “농장도 냄새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수억원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고 계속 관리하고 있다”며 “시설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농장까지 반복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 농가는 버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농가가 체감하는 경영 성적은 돼짓값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같은 6천원대 돈가라도 생산성이 높은 농장과 그렇지 않은 농장의 수익 차이가 크고, 환경시설 투자 규모와 금융비용, 전력 사용량 등에 따라서도 실제 농가에 남는 금액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농가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돼짓값이 내려갈 경우다. 현재처럼 kg당 6천원 안팎의 돈가가 유지될 때는 높은 매출로 늘어난 비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쉽게 줄이기 어려운 시설비·금융비용·전기료가 경영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돼짓값이 kg당 5천5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산성이 높은 일부 농가를 제외하면 경영 부담이 크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SY와 사료요구율, 출하일령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춘 농가는 버틸 여지가 있지만 평균적인 생산성을 가진 농가는 비용 절감만으로 가격 하락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시설투자에 따른 고정비는 돼짓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함께 줄어들지 않는다. 사료비처럼 사육두수나 출하물량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비용과 달리 대출 원리금이나 시설 감가상각비, 기본적인 전력 사용료 등은 농가가 경영 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 돈가 하락기에 농가의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역대 최고 수준의 돼짓값만으로 양돈농가의 경영 여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높아진 매출 뒤편에서 환경시설 투자와 금융비용, 전기료 등 새로운 비용이 농가 수익을 지속적으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농가의 시설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돼짓값 안정뿐 아니라 농가가 환경시설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투자·운영비 지원과 전력비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환경 개선을 농가의 의무로만 접근하기보다 산업 전체가 함께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가들이 말하는 핵심은 결국 ‘고돈가=고수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돼짓값이 6천원대를 형성하고 있어도 생산비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실제 농가에 남는 소득은 별도로 들여다봐야 한다. 높은 돈가와 함께 높아진 비용까지 살펴봐야 지금 양돈농가의 경영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겉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돈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농가의 경영 성적표에는 또 다른 숫자들이 쌓이고 있다. 사료비와 전기료, 금융비용에 환경시설 투자비와 유지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매출과 소득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고돈가가 농가의 실질적인 경영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제 돼짓값보다 비용 구조와 농가의 실제 소득을 함께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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