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으레 떠올리던 한돈 선물세트가 한돈산업의 소비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삼겹살에 집중된 국내 돼지고기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한돈선물 캠페인'이 어느덧 16년을 맞으면서 명절 한돈 소비 확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겹살 중심 소비에서 시작된 ‘한돈햄’=한돈 선물세트 캠페인의 출발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돼지고기 소비는 삼겹살 등 구이류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비가 부진했던 뒷다리 등 비선호 부위는 재고 부담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생산농가의 고민도 커졌다.
이에 당시 양돈협회 및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비선호 부위의 새로운 소비처를 만드는 데 주목했다. 뒷다리를 활용한 수제햄을 명절 선물로 선보이며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비선호 부위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한돈햄’은 단순한 명절 판촉사업을 넘어 돼지고기 소비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촉진 사업으로 출발한 셈이다. 특히 한돈 뒷다리를 사용한 수제햄을 선보여 차별성을 두면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2012년 신선육으로 확대…‘한돈’ 선물세트로 진화=한돈 명절 캠페인은 2012년부터 신선육까지 품목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변화를 맞았다. 햄 중심에서 돼지갈비 등 다양한 신선육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고, 이후 ‘한돈햄’에서 ‘한돈 선물세트’로 캠페인의 외연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당시 한돈 캠페인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돈 정육 패키징 시스템에 우려가 많았다. 배송 과정에서 신선도 유지 저하로 내용물이 상하는 등 변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유통업계와의 논의 과정에서 패키징 기술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한돈 정육 선물세트 캠페인이 본격화됐다.
특히 정육을 확대하면서 명절이라는 대규모 소비 시기에 국산 돼지고기를 선물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국산 돼지고기=한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도 역할을 했다.
실제 과거 캠페인에서는 한돈햄과 신선육 선물세트 판매가 크게 늘었으며, 일반 소비자와 기업 소비자의 참여 비중도 확대됐다. 이는 농가와 유관기관 중심으로 시작했던 캠페인이 일반 소비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16년간 진화한 한돈 선물세트=1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돈 선물세트도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했다. 초기에는 뒷다리 등 비선호 부위 소비 확대를 위한 ‘한돈햄’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햄과 육가공품은 물론 신선육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한돈 선물세트로 발전했다.
명절 선물세트 캠페인을 통해 명절이라는 특정 시기의 소비를 활용해 한돈의 다양한 부위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제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한돈 소비 저변 자체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소비 확대를 넘어 돼짓값 비수기 지지 기반을 넘어 현재는 가격 성수기로 발전했다. 한돈 선물세트 캠페인의 또 다른 의미는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데 있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여전히 삼겹살 등 특정 부위에 소비가 집중돼 있어 부위별 수급 불균형이 반복되고 있다. 특정 부위에 대한 소비 쏠림이 심해질수록 다른 부위의 재고가 쌓이고, 이는 전체 돼지고기 시장의 가격 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돈햄과 육가공품, 신선육 선물세트의 소비 확대는 이러한 부위별 소비 불균형을 완화하고 돼지고기 전체의 소비 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명절 소비를 넘어 연중 한돈 수요를 지지하고, 생산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돼짓값 지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명절은 돼지고기 소비가 집중되는 대표적인 시기인 만큼 이 기간 한돈 선물세트 판매 확대는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돈을 선물한다’는 새로운 소비문화=한돈 선물세트 캠페인이 16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도 있다. 과거 명절 선물로 햄이나 육가공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품질과 원산지를 고려해 우리 돼지고기인 한돈을 선물하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업계 역시 여기에 발맞춰 선물세트의 품질과 구성,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한돈 선물세트가 단순한 명절 판촉상품을 넘어 한돈의 가치와 품질을 전달하는 하나의 브랜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같은 명절 소비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평상시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한돈햄에서 시작해 신선육, 육가공품으로 확장해온 지난 16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다양한 형태의 한돈을 일상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6년 전 비선호 부위 소비 확대라는 작은 고민에서 시작된 한돈햄 캠페인은 이제 한돈 선물세트라는 이름으로 외연을 넓히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한돈 소비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명절 선물 하나가 돼지고기 소비의 균형을 바꾸고, 나아가 한돈산업의 안정적인 수요와 가격을 지지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