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짝! 짝! 짝!”…박수 세 번 설악양돈회 특별한 구호
[동행취재] “짝! 짝! 짝!”…박수 세 번 설악양돈회 특별한 구호
10년간 매월 27일 정기 모임
친목 및 사양관리 경험 공유
각종 정보 교류 생산성 제고
박수 세 번 구호 ‘단합 도모’

농협사료와 동행 경쟁력 강화
ASF 위기 돌파하며 신뢰 굳건
거래를 넘어 ‘동반성장 파트너’
  • by 김현구

건배사가 끝나자 회원 농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힘차게 박수를 세 번 쳤다. 짧고 빠른 세 번의 박수였지만 그 안에는 설악양돈회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건배를 제안한 농가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모임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단합을 상징하는 이 모임만의 구호이기도 하다.

이 특별한 박수 구호는 설악양돈회 설립 당시 한 회원이 제안한 것으로, 어느덧 모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을 마치고 식사자리로 이어지면 누군가 건배를 제안하고, 건배가 끝나면 어김없이 “짝! 짝! 짝!”이 이어진다. 단순한 박수 세 번이지만 회원들은 이 순간만큼은 하나의 조직으로 뭉친다.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과 양양지역 양돈농가들이 매월 27일 한자리에 모이는 설악양돈회. 지난 2016년 시작된 이 모임은 어느덧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 양돈농가들의 정보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고성·양양지역 11개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농장별 생산 성적을 공유하고 사양관리 경험을 나누는 것은 물론 양돈시장과 질병, 방역 등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기자가 특별취재를 위해 찾은 이날 역시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회원들은 교육을 통해 최근 한돈산업의 흐름과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뒤 한자리에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시간에는 진지하게 자료와 설명에 귀를 기울였고, 식사자리에서는 농장 이야기를 비롯해 최근 돼짓값과 출하, 질병, 방역 등 다양한 현안이 자연스럽게 화제로 올랐다. 농장에서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고민도 이 자리에서는 편하게 공유됐다.

설악양돈회가 일반적인 농가 모임과 다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함께 생산성을 높인다’는 공동의 목표가 분명하다. 농장마다 규모와 시설, 사육환경, 질병 상황이 다른 만큼 같은 문제를 겪더라도 해결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회원들은 각자의 농장에서 직접 경험한 시행착오와 개선 사례를 공유하면서 다른 농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은 “매월 27일 모임을 기다린다”고 말할 정도로 설악양돈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장 운영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한 농가의 성적이 좋아지면 그 비결을 함께 공유하고,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있으면 원인을 함께 고민한다. 경쟁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농협사료의 양돈 전문인력이 참여하면서 모임의 역할은 더욱 확대됐다. 설악양돈회 회원 농가들은 농협사료와 5년 이상 거래를 이어온 장기 거래농가들이다. 농협사료는 사료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전문인력을 모임에 참여시켜 국내외 양돈시장 동향과 사료·원료시장 흐름, 사양관리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급변하는 양돈산업에서 농가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료가격과 원료곡물 시장은 물론 돼짓값과 수입육 동향, 소비시장 변화 등 농장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매월 한자리에 모여 산업 흐름을 확인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농가 경영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설악양돈회와 농협사료의 관계를 단순한 거래관계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양측의 관계는 ASF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더욱 깊어졌다. 고성지역과 양양 양돈단지에서 ASF가 발생하면서 일부 회원 농가들이 살처분이라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하루 아침에 농장을 비우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생산 중단을 넘어 농가의 경영 기반 자체를 흔드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협사료는 피해 농가들의 재입식과 경영 정상화를 지원했다. 특히 농가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여금 상환을 장기간 유예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 생산 기반을 잃은 농가가 다시 농장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거래관계를 넘어 농가의 재기를 지원한 것이다.

평상시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어려운 시기에는 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관계. 설악양돈회와 농협사료의 상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모임에서도 회원들은 교육이 끝난 뒤 식사자리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농장에서는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오가고, 서로의 근황을 묻는 사이 농장 운영에 대한 정보도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그러다 한 회원이 건배를 제안했고, 모두가 잔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짝! 짝! 짝!”

누구 하나 먼저 나서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회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약속이었다. 건배를 제안한 농가를 향한 박수이면서 동시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세 번의 짧은 박수에 설악양돈회가 1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결속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설악양돈회 회장은 금강농장 김일섭 대표가 맡고 있으며, 우정농장과 이언농장 김남식 대표도 각종 행사와 정기 모임의 진행을 맡는 등 모임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 농가들은 각자의 농장 운영에 바쁜 가운데서도 매월 27일이면 한자리에 모인다.

2016년 설립된 설악양돈회는 이제 단순한 지역 농가 모임을 넘어 고성·양양지역 양돈산업의 작은 네트워크로 자리 잡았다. 농가들이 개별 농장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시장을 바라보고, 질병과 방역 문제를 공유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해법을 찾는 공간이 됐다.

농협사료 역시 현장 중심의 소통을 이어가며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경영 안정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농가와 사료업체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장기간 협력하면서 만들어낸 관계인 셈이다.

한돈산업은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부담에 더해 ASF 등 가축전염병,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 수입육 증가 등 수많은 변수에 직면해 있다. 과거처럼 농가 혼자 모든 정보를 확보하고 대응하기에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결국 농가 간 경험 공유와 전문기관·업체와의 정보 교류가 농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설악양돈회의 매월 27일은 단순히 달력에 표시된 하루가 아니다. 농가들이 한 달 동안 각자의 농장에서 쌓은 경험을 들고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정보를 얻고, 다음 한 달을 준비하는 날이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월 한자리에 모여온 11개 농가. 설악양돈회가 오랜 시간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매월 만나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농장을 걱정해주는 관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들은 교육을 받고, 한자리에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세 번의 박수가 울렸다.

“짝! 짝! 짝!”

고성과 양양지역 양돈농가들이 함께 걸어온 10년의 시간이 그 짧은 박수 안에 담겨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