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한돈협회 임대의원 워크숍에 초청을 받아 향하는 제주행 비행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피해 농가 옆자리에 앉게 됐다. 비행기 이륙 후부터 착륙까지 1시간가량 이어진 대화의 주제는 ASF 발생 ‘재입식’이었다.
이 농가에 따르면 살처분 이후 100일 넘게 돈사는 비어 있다. 그는 철저한 소독을 거쳐 7월부터 재입식을 기대하고 있지만, 절차는 까다롭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돼지가 없는 농장은 허전했고, ASF 발생 농가라는 꼬리표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살처분을 계기로 돈사 현대화도 고민했지만, 보상금으로는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증·개축 허가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결국 하루라도 빨리 다시 돼지를 들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ASF 발생 이후 농가가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소득 손실이 아니라, 재기를 위한 행정 절차와 각종 현실적인 장벽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하지만 재입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분뇨 처리였다. 돈사에 남은 분뇨를 처리해야 재입식이 가능하지만, 비용과 절차 모두 농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살처분 과정에서 분뇨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ASF는 살처분으로 끝나는 질병이 아니다. 피해 농가가 다시 생산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방역의 완성이다. 특히 분뇨 처리는 농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재입식을 앞당기는 것이야말로 피해 농가의 생계를 회복시키고, 한돈산업을 정상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역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