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산계룡축협 자원순환센터장님과 인터뷰 도중 순간 무릎을 쳤다. ‘퇴·액비 사용 농산물 인증제’ 얘기를 듣고서다. 센터장님의 단순한 아이디어 같지만, 어쩌면 지금 경축순환농업이 풀지 못한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와 현장은 가축분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해왔다. 악취를 줄이고, 민원을 막고, 처리 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현장에서 반복되는 이야기는 결국 같았다. 아무리 좋은 액비를 만들어도 써주는 사람이 없으면 끝 이라는 것이다.
실제 액비를 생산하는 축협과 자원화시설은 막대한 운영비와 시설 유지비를 감당하고 있다. 반면 경종농가는 액비를 선택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고, 잘못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결국 화학비료 중심 구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퇴·액비 사용 농산물 인증제’는 시선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생산자 지원이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 중심 접근이다. 지역 내 가축분 퇴·액비를 활용해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인증만으로도 충분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생각해보면 이미 시장은 무항생제·동물복지·저탄소 같은 ‘가치 소비’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까지 함께 소비한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나온 양분을 다시 토양으로 환원하고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생산한 농산물 역시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액비를 처리 대상이 아닌 찾아서 쓰는 자원으로 바꾸는 일이다. 소비자가 찾고, 경종농가가 먼저 사용하려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경축순환농업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