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 분석 결과는 우리 축산업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지난 100여 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약 2.8℃ 상승했으며, 폭염일수와 열대야 발생일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강수일수는 줄어든 반면, 한 번 내릴 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는 오히려 늘어나 기후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여름철 더위는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닌 ‘재난’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기상청이 기존 폭염특보보다 한 단계 높은 ‘폭염 중대경보’와 ‘열대야 주의보’를 신설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양돈장과 같은 생산현장에 더욱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양돈장에서 폭염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고온스트레스다. 돼지는 체온 조절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부 온도가 상승하면 즉각적인 생리적 변화를 보인다. 활동량이 감소하고 사료섭취량이 줄어들며, 이는 곧 성장 지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하절기에는 연중 가장 낮은 사료섭취량을 보이는데, 이는 단순한 섭취 감소를 넘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자체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증체량은 감소하고 출하일령은 늘어나며, 농장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온스트레스는 단순히 섭취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호흡수가 증가하면서 체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혈액의 산·염기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여기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 분비 증가까지 더해지면 근육 단백질 합성이 저하되고 체내 대사 균형이 붕괴된다. 결국 생산성 저하와 질병 취약성 증가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사료섭취량을 유지하고 높이는 것이다. “먹어야 큰다”는 기본 원칙은 폭염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관리가 가장 쉽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급이기 관리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잔여 사료의 변질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는 사료의 기호성을 떨어뜨려 섭취량 감소로 직결된다. 더 나아가 부패된 사료는 돈사 내 미생물 증식의 원인이 되어 위생 환경까지 악화시킨다. 따라서 하절기일수록 급이기의 청결 유지와 잔량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돼지는 물 섭취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료섭취도 함께 감소하는 특성을 보인다. 일부 농장에서 물 낭비를 이유로 급수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관리 방식이다. 비육돈 기준 분당 1.0~2.0리터 수준의 충분한 급수 유속을 유지하고, 급수기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 측면에서는 단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열이 취약한 돈사는 여름철 외부 열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환기나 냉방시설의 효율도 크게 떨어진다. 특히 최근과 같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환경에서는 온도 편차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돼지는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호흡기 질병이나 설사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돈사 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단열 보강과 시설 점검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환기 관리 또한 균형이 핵심이다. 환기가 부족하면 암모니아,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증가하고 습도가 상승해 병원성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진다. 반대로 과도한 환기는 샛바람을 유발해 돼지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고 호흡기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온도뿐 아니라 습도까지 함께 고려한 정밀한 환기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온도라도 습도에 따라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폭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냉방시설이 도입되고 있다. 냉풍기, 에어컨, 칠러 시스템 등 여러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냉방시설 설치 여부에 따라 생산성 지표인 PSY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폭염 대응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모돈을 대상으로 한 냉방 시스템은 번식 성적 개선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여름철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단연 모돈이다. 모돈은 자돈 생산의 출발점이자 농장 생산성의 핵심 축이다. 모돈이 고온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료섭취량 감소로 유량이 줄어들고, 이는 이유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재귀발정 지연이나 번식 장애로 연결될 수 있어 농장 전체 성적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폭염 대응의 핵심은 모돈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돈장의 경쟁력은 첨단 기술이나 대규모 투자 이전에 ‘기본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료섭취량 관리, 충분한 급수, 철저한 단열, 균형 잡힌 환기, 그리고 적절한 냉방시설 운영.
결국 폭염 재난시대의 해답은 새로움이 아니라 기본에 있다. 이 기본을 얼마나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실천하느냐가 앞으로 양돈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