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개 가량의 양돈장이 사라지고 있다. 농가 고령화는 심화되는데 새로 진입도 쉽지 않다. 특히 문을 닫는 양돈장들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생산기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담은 ‘인력구조 변화에 대응한 축산업의 성장 기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폐축사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해당 보고서를 요약, 정리했다.
■사라지는 생산 기반=돼지 사육두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이와는 반대로 사육 농장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2000년 2만4천58호였던 농장수는 24년 5천610호로 줄고 이에 따라 농장당 평균 사육 두수는 2000년 약 300마리 수준에서 24년 약 2천 마리 수준으로 대폭 증가, 타 축종 대비 매우 빠른 속도로 규모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농가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다. 23년 기준 국내 전체 농가 경영주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66.4%에 달하며 70세 이상 경영주가 4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비교할 때 축산농가의 고령화율은 54.1%로 타 작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축산업이 다른 작목에 비해 높은 노동 강도와 자본 투자를 요구하여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이 종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령화 속도다. 2010년부터 23년까지 축산농가의 고령화율은 연평균 4.8% 증가해 전체 농가 평균(2.8%)은 물론 모든 타 작목의 고령화 속도를 압도했다. 이는 현재의 상대적 젊음이 수년 내에 사라지고 머지않아 타 분야보다 훨씬 심각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다.
■축사시설 이용 현황=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팜스(FAHMS) 축산농장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연도별 동일 시점 데이터로 축산농장의 운영, 휴업, 폐업 등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5년 6월 기준 운영 및 휴업 중인 돼지 농장은 5천134호이며 그중 운영 중인 돼지 농장은 5천호, 휴업 중인 돼지 농장은 134호로 전체 농장의 2.6% 수준이었다. 2024년 6월에서 25년 6월 사이 신규(승계, 구매 등) 돼지 농장 수는 241호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폐업(이양, 판매 등) 농장은 312호였다. 신규 농장보다 폐업 농장이 더 많아 팜스(FAHMS) 축산농장 데이터베이스의 돼지 농장 수는 1년 동안 71호 줄었는데 2021년부터 현재까지 돼지 농장 수는 매년 100호 내외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GIS 정보를 이용해 폐업 농장 발생 부지에 신규 돼지 농장이 입지했는지, 폐업 상태가 유지되는지를 검토한 결과, 2021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폐업(이양, 판매) 돼지 농장은 총 1천233호였으며, 그중 390호(31.6%)의 부지는 축사로 활용됐으나 843호(68.4%)는 축사로 활용되지 못하고 폐업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규(승계, 구매) 농장의 GIS 정보를 이용하여 해당 농장이 기존 축사가 있던 장소에 입지했는지, 신규 부지에 입지했는지를 검토한 결과, 4년(21/25) 동안 신규 농장은 856호였으며 그중 390호(54.4%)는 기존 축사가 있는 장소, 466호(45.6%)는 신규 부지에 입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축종의 경우 한육우의 경우 4년(21/25) 동안 폐업 농장은 총 2만1천151호였으며 그중 1천956호(9.2%)는 축사로 활용됐으나 1만9천195호(90.8%)는 폐업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젖소농장은 1천124호 폐업해 그 중 136호(12.1%)만 축사로 활용되고 육용계의 경우 총 3천55호가 폐업했으며 그 중 284호(9.3%)만 다시 축사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농가 다발 시군 특성=축종별 폐업/신축 시군 특성을 분석한 결과 축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폐업 축사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사육 제한 거리 규정, 인근 주민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제한의 엄격함과 인근 주민의 반대는 폐업 축사의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경영주의 고령화 정도도 폐업 축사 활용 여부의 요인으로 나타났는데 축사 이전의 기회(후계자 또는 3자 양도)가 제한적인 경우 은퇴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돼지 농장의 경우 축사입지 규제 환경과 농장주의 연령이 재활용 여부를 가르는 중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방치된 폐축사(843호) 중 상위 3개 시군은 가축사육제한 거리 평균이 2천m에 달하고 축산악취 민원 비중이 16.4%(2024년)로 폐축사가 활용되는 시군에 비해 높았다. 또한 농장주의 70대 이상 비중이 20.6%로 폐축사가 활용된 농장(17.2%)에 비해 고령 농가의 비율이 높았다. 한육우도 방치된 폐축사(1만9천195호)가 가장 많이 분포한 상위 3개 시군의 가축사육제한 거리(766m)는 폐업축사 활용이 많은 3지역(450m)에 비해 더 엄격했으며 축산악취 민원의 경우도 방치 축사 3개 시군의 축산악취 비율은 11.1%로 폐업축사 활용의 경우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폐축사의 방치=상속이나 매매에 실패한 축사는 유휴 또는 폐축사로 방치되어, 개인 자산 손실을 넘어 농촌 공간의 질 저해 및 사회적 비용 유발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관점을 전환하면 폐축사는 새로운 가치 창출 잠재력을 가진 자산이기도 하다. 폐축사 재사용의 성패는 경제성과 규제에 달려있다.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 후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축 비용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장벽은 강화된 환경 규제다.
과거 기준의 폐축사를 현재 축산업 용도로 재사용하려면 강화된 악취 저감, 분뇨 처리, 저탄소 사양관리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 비용은 막대하여 신축 비용에 육박해 재사용의 경제적 타당성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많은 유휴 축사를 본래 목적으로 재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장 힘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좌초자산 문제를 발생시키고 공공 개입과 환원(철거) 정책의 배경이 된다. 무허가 축사 문제 역시 합법적 재사용을 가로막는다.
■축사 거래시장 현황=승계가 어려운 고령 농가에게 남은 선택지는 매매나 임대지만 현재 축사 거래는 시장이 협소하고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이다. 이는 축사 자산의 유동성을 극도로 저해하며 세대 간 이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 평가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역할이 필요하지만 축사 매매 시장은 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축사는 토지, 건물, 자동화 설비, 분뇨처리 시설 등 부속시설과 허가권이 결합된 특수한 부동산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한 표준화된 감정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감정평가는 원가방식, 거래사례비교법, 수익환원법 등 일반 부동산 평가 원칙에 의존하나 입지 규제에 따른 희소성, 최신 환경설비 가치, 실제 운영 수익성 등 핵심 요인을 객관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러한 가치평가 공백은 감정평가 신뢰도를 떨어뜨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 장애요인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 부재는 금융기관의 담보 인정 어려움으로 이어져 농가의 자금 조달 능력을 제약하며 이는 농업 금융이 정책자금이나 신용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결국 이는 축산 부문으로의 원활한 자본 유입을 막는다.
축사 거래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비대칭성이다. 매물 정보, 임대료, 실거래가 등이 체계적으로 집계·제공되는 공신력 있는 정보 플랫폼이 부재하다. 거래는 소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져 합리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고 불필요한 탐색 및 거래 비용을 발생시켜 시장 효율성을 저해한다.
■복잡한 규제 환경=축사 거래 시장은 여러 법률이 얽힌 복잡한 규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축사는 농지에 부속된 시설물로서 농지법의 적용을 받아, 매입자는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비농업인의 축사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도 축사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신규 축사 건축은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 주민 민원 등으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기존 축사의 입지적 가치(기득권)를 높일 수 있다. 반면, 악취·분뇨 처리 규제 강화는 기존 축사의 운영 비용을 증가시켜 자산 가치 평가 시 감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가축사육 제한 거리는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편차가 크고 강화되는 추세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동의서까지 요구하여 신규 설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축사은행 도입=앞서 지적한 시장의 구조적 문제, 즉 가치평가 기준 부재,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 복잡한 법적 제약 등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축사은행이 필요하다. 이에 축사은행의 비전은 축사 자산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축산 자산관리 허브로서, 자산 유동성 극대화, 세대 간 원활한 이전 지원, 농촌 공간의 효율적 재구조화 촉진을 목표로 한다.축사은행의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국 축사 정보 플랫폼 구축 및 투명한 정보 제공하며 △매매·임대중개 및 법률·세무 컨설팅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표준화된 가치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휴 축사 매입·비축 후 리모델링해 청년농에게 장기간 저리로 임대할 뿐만 아니라 △농촌공간정비사업과 연계한 폐축사 환원(철거)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정보 플랫폼 기능은 전국 단위의 축사 현황, 유휴 축사 실태, 매매·임대 희망 정보, 실거래가 등 핵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거래 중개 및 컨설팅 기능은 매도자와 매수자(또는 신규 진입자)를 연계하여 중개·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률·세무 자문 등을 지원함으로써 축사 거래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또 가치 평가 기능은 축사의 부속 설비와 입지, 생산성 등을 반영한 객관적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보급하여, 표준화된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정한 시장가격 형성을 유도한다. 또한 매입·비축 및 임대 기능을 통해 경영난으로 인한 유휴 축사를 축사 은행이 직접 매입·비축한 후, 청년·신규 축산인에게 장기 임대 또는 분양하는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축산업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정보제공 및 거래 중개 역할에 추가하여 정책 및 재기 지원 기능을 수행한다. 정책 및 재기 지원 기능은 경영회생지원사업 등 정부의 관련 제도와 연계해 실패한 축산 경영주가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정리하고 재도전이 가능한 임대형 영농 모델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구조적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이를 통해 축사 은행은 단절된 축산자원의 선순환 고리를 연결하고 고령 농가의 안정적 은퇴와 청년의 성공적 진입을 동시에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