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와의 FTA가 발효 10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FTA 체결로 인한 농업 부문의 피해가 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양돈 부문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돼지고기를 비롯해 FTA로 인한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임에도 FTA 국내보완대책 사업들은 집행률이 극히 저조하고 그나마도 종료되거나 축소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FTA 피해 예상치, 실제와 차이=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FTA 농업부문 영향 및 국내보완대책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책처는 이를 통해 주요 FTA 체결국별 농업부문 생산 피해액을 사후 영향 평가를 통해 점검하고 사전 영향 평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를 보면 FTA 체결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FTA는 한-미 FTA로 10년간 누적 6조8천억원, 연평균 6천774억원에 달했다. 2011년 실시한 사전 영향 평가에서는 연평균 6천56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보다 실제 피해가 더 컸던 것이다. 이 가운데 양돈은 연평균 1천918억원 감소, 사전 영향 평가 1천406억원 대비 512억원 가량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체 축산업으로 보면 연평균 3천639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4천822억원으로 1천억원 이상 더 피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EU FTA는 특히 양돈에 피해가 집중됐다. 한-EU FTA로 인한 전체 농업 생산액 감소액은 연평균 1천292억원, 10년 누적 1조3천억원 수준으로 09년 사전 영향 평가 추산액인 1천448억원보다 적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돼지는 예상치 733억원보다 6억원 가량 많은 73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한육우(사전 평가 206억원-이행 평가 145억원)나 낙농(246억원-86억원) 육계(157억원-91억원) 등 다른 축종에 비해 피해 규모도 크고 예상 대비 실제 피해가 더 큰 유일한 축종이었다.
정책처는 이처럼 사전영향평가와 사후영향평가의 농업생산액 감소 추정치가 차이나는 원인이 FTA 발효 이후 경제여건 및 교역의 변화와 국내외 수급변화, 국내보완대책 시행의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향후 체결되는 FTA에서는 면밀하게 생산피해규모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피해 대책은 부실=이처럼 농업 부문에는 FTA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주요 FTA 국내 보완대책들은 집행률이 매우 저조하거나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보전직불제는 내년 일몰을 앞두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책처는 지적했다.
피해보전직불제는 그동안 지원 대상 품목 확대, 발동기준 완화, 보전비율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이 사업의 평균 집행률은 37%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내년 일몰 예정이다. 그동안 한-칠레 FTA 발효 후 7년에서 한-EU FTA 발효 후 10년으로 연장됐고 한-중국 FTA 발효 후 10년으로 재연장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는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FTA 시행 초기 농업인의 단기적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고 종료되더라도 향후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농가경영 안정장치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는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28년에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냉장육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캐나다산 돼지고기는 27년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어 국내 양돈산업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이에 향후 국내 농어업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정책처는 지적했다.
현재 피해보전직불제 시행 기간 연장 대책을 마련하고자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총 5건 발의되어 있다. 정책처는 피해보전직불제도를 일몰시키기보다는 농산물 시장개방 대응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마련 등 다각적인 대책방안을 검토해 시장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보전직불제 외 주요 FTA 국내 농업보완대책 가운데 하나인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의 경우 집행률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22~24년) 평균 실집행률은 보조 58.3%, 융자 53%, 그리고 올해 7월 기준 보조사업 실집행률은 34.2%에 불과했다. 이에 정책처는 그 사유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실집행률 부진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처는 FTA 국내보완대책 예산 및 사업 범위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폭은 확대되고 최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 등 강조했다. 이에 중장기적 측면에서 종합적 FTA 국내보완대책으로 전환해 사업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성과분석을 통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