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Ⅱ①] 양돈 ‘성쇠’ 새 정부 역할 무엇보다 중요
[창간 25주년 특집Ⅱ①] 양돈 ‘성쇠’ 새 정부 역할 무엇보다 중요
허가제 시행 및 규제 강화한지 10년째
사육두수 정체 속 매년 100농가씩 폐업
규제→사육 기반 약화→공급 부족→수입↑

러-우 전쟁으로 사룟값 등 생산비 급등
돈가 5천원대 형성에도 수익 되레 저조
농가 “4천원대 시절이 살림살이 더 나아”

한돈협, 한돈종합발전대책 위한 6개항 제시
양돈 인프라 구축 위해 정부 지원 확대 요구
국회 한돈육성법 발의, 규제→진흥 전환 기대
  • by 김현구

새 정부가 내달 출범한다. 그동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많이 하는 정책적 립-서비스가 ‘규제 완화 또는 철폐’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의 전봇대’를 빼겠다, 박근혜는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겠다, 문재인은 ‘규제의 샌드박스’를 제시했고, 윤석열 정부는 ‘신발 속 돌멩이’를 언급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하나 같이 규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신통치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는 동안 지난 2013년 이후 한돈산업은 규제 강화 속 성장은 지체된 체 돼지고기는 정부의 물가 관리 품목으로 지정돼 중점 관리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10년 만에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추진하면서 돈육 시장에 개입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부추겨 돼지 사육 생산비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다수의 양돈농가들은 22년 이전 4천원대 돼짓값 형성할 때가 살림살이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최근 3년간 돼짓값 5천원대 고돈가에도 4천원대 돈가 형성 때보다 농가 수익률은 되레 하락했기 때문. 이는 그동안 돈가 상승폭보다 생산비 오름 폭이 더 컸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돈미래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3년 양돈 생산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수익률도 크게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2020년 기준 연평균 돼짓값이 4천185원(제주제외, 탕박 기준)을 형성, 돈가 대비 평균 소득율(소득÷총수입)은 17.3%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3년은 돼짓값이 5천134원을 형성했음에도 되레 평균 소득율은 10.8%로 20년 대비 6.5%P 하락한 것. 이에 생산성 하위 양돈농가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정부의 양돈 경영 안정 대책은 전무한 가운데 물가 관리에만 치중하고 사육 규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어 한돈 사육 기반이 지속 위축되며 한돈업 쇠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에 새 정부의 양돈 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규제 강화를 유지할 것인지, 진흥 정책을 확대할 것인지,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한돈업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좌우할 중요한 전환기가 되고 있다.

■규제 10년, 한돈농가 설 곳 줄다=정부의 축산 정책 기조가 진흥은 도외시되고 ‘질병‧환경‧안전’으로 변화된지 10년이 넘었다. 정부 정책이 변화된 요인은 지난 2013년 축산업 허가제가 시행되고 ‘축산법’ ‘가축분뇨법’이 잇달아 개정되며 규제 정책을 기존 법에 강화하기 시작한 부터다. 축산업 허가제 도입 이후 한돈산업에서 대표적인 규제 정책은 바로 ‘축산법’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가 도입되자 사실상 신규 진입을 막은 가운데 기존 농가 조차 증개축을 허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불을 지른 건 2015년 환경부의 ‘가축사육제한 거리 재설정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가축사육제한거리 권고안. 이에 일선 지자체들은 환경부 권고안보다 강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사실상 지역 면적의 거의 모든 지역을 가축사육제한 지역으로 묶어 양돈업을 위축시켰다.

특히 가육사육제한지역은 법적으로 신설, 증설에 한정되어야 하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 기준 시설 개축, 대수선, 오염 방지시설 설치 등도 제한하고 있어 재산권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축산 정책 흐름으로 양돈업은 ‘규제→사육 기반 약화→공급 부족→수입 증가’ 순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 정부 농정부처가 중심을 잡고 축산업 기반 유지와 규제가 조화되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규제 중심 속에서도 진흥을 위한 정책 병행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한돈 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 기반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돈 전환기, 쇠퇴‧발전 갈림길=사육 규제 10년, 국내 돼지 사육두수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국내 돈육 자급률 저하도 전망, 자급률 사수를 위한 양돈 경영안정제도 도입이 시급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기준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1천79만6천마리로 전년 동기(1천99만4천마리)에 견줘 1.8% 감소했다. 이는 모돈 두수 감소 영향으로 풀이되며, 사육두수는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사육두수다. 이런 가운데 양돈장 수도 매년 100여 농가씩 줄고 있다. 전체 돼지 사육농장수는 5천602개로 이런 추세라면 5년 후에는 5천농장 미만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이를 볼 때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매년 감소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2년 이후 돼지 kg당 생산비가 돈가와 비슷한 5천원선을 훌쩍 뛰어 넘으며, 소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양돈장 폐업이 우려되는 가운데, 양돈 고령화 및 도시화, 그리고 동물복지 전환 및 탄소 저감 등 각종 정부의 규제 정책도 강화되면서 양돈장 폐업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돈종합발전대책 주목해야=한돈협회는 지난 3월 연구 용역을 통해 ‘한돈산업 종합 발전 대책’을 마련했다. 연구 결과에서 한돈 중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 만족 △생산 체계 혁신 △ESG 경영 △양돈농가 경영 안정화 △동반 성장 △강한 생산자 등 6대 전략 목표가 제시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산 체계 혁신’ 목표다. 한돈산업은 장치 산업이자 지식 산업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 전체 농가 절반이 시설 낙후 농장으로 분석됐다. 이에 질병‧환경적 이유로 한돈산업의 폐사율은 14.6%에 달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때문에 연구 보고서에서는 양돈 생산 체계 혁신을 위해서는 스마트 축사 및 시설 현대화의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한돈업이 소모성 질병이 줄고, 생산성 제고를 통해 국가 식량 안보에 공헌하고, AI 기술 도입으로 미래 첨단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 체계가 혁신돼야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ESG 경영을 도입할 수 있으며, 생산성 제고를 통해 양돈농가 경영도 안정화될 수 있으므로 생산 기반 구축, 즉 양돈 인프라 확대가 한돈 전환기를 거쳐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돈 종합 발전 대책 시행을 위해 정부에 10년간 7조원 가량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밀폐형 스마트팜 축사시설 전환을 위해 약 4천억원, 악취 저감 지설 지원을 위해 1조2천500억원, 사료 원료 수급 안정화를 위한 1천억원, 한돈농가 ICT 지원 사업을 위해 1조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산출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김민경 건국대학교 교수는 “한돈 중장기 계획 마련은 다가올 미래 과제를 미리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한돈산업의 기틀을 닦고자 마련됐다”며 “재원 마련은 자조금에서 매년 140억원, 장기 저리 융자 형태로 정부에서 매년 7천억원을 지원한다면 한돈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이 중장기 한돈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된 한돈종합발전대책들이 새 정부에서 시행될 수 있다면, 한국 양돈업은 쇠퇴와 발전의 갈림길에서 성쇠(盛衰)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국회서 발의된 ‘한돈육성법’이 국회서 통과된다면 양돈 규제서 진흥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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