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이상기후는 더 이상 지구촌 뉴스 속에서만 머물지 않게 됐다. 빨라지는 여름, 더 심해지는 폭염이 기후변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이제 거의 전 국민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한해 유난히 들썩였던 밥상 물가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피부로 실감케 했다. 그런데 금사과, 금배추가 더 이상 한때의 물가파동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4년이 남긴 기록들=24년은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인해 지금까지 당연시하던 일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어느 해보다 실감했던 해였다. 날씨와 관련된 많은 기록들이 새로 쓰여졌다. 동시에 앞으로 더 위력적인 재앙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과도 같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높아 7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다. 전국 폭염 일수는 24일로 3위, 열대야일수는 20.2일로 1위를 기록했다. 그냥 덥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는 계절의 구분마저 무의하게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5~6월 이른 더위는 새로운 얘기가 되지 못하게 된지 오래다. 그런데 지난해 9월에 나타난 난데없는 폭염과 열대야는 기존에 알고 있던 여름의 경계가 적용되지 않는 이변이었다.
9월 전국 평균 기온은 24.7℃로 9월 기온으로는 역대 가장 높았다. 평년의 한여름(6~8월) 평균 기온이 23.7℃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9월은 평년 한여름보다 더 더웠다는 얘기다. 전국 폭염일수는 6일로 가장 많았는데 평년 9월 0.2일의 폭염일수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열대야까지 나타났다. 열대야는 4.3일로 평년 수준(0.1일)과는 비교도 되 되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가장 더웠던 94년이나 18년도 9월 폭염일수는 각각 1.2일, 0일, 열대야일수는 0.3일, 0일에 그쳤다.
그러니까 당시만 해도 아무리 한여름 더위가 극심했어도 계절의 흐름까지 거스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년은 달랐다. 그리고 10월까지도 평균 기온이 16.1℃로 평년(14.3℃)보다 1.8℃높아 가을을 느낄 수 없었다. 이에 지난 가을(9~11월) 평균 기온(16.8℃)도 73년 이래 역대 1위였다.
그렇게 따뜻한 가을과 초겨울 날씨가 이어지다 난데없이 11월 말, 기록적 폭설이 내렸다. 서울, 인천, 수원에서는 11월로는 일최심신적설(하루 동안 내려 쌓인 눈), 일최심적설(하루 중 눈의 최대 깊이)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기후변화의 한 가지 현상으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더 극한의 이상 기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예고했다.
■기후 변화의 미래=기후 변화는 그 자체로 불확실성으로 이뤄진 현상이다.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 두 요소가 모두 관여하는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다양한 기후 요소들, 즉 태양복사 에너지, 큰 해양의 열용량에 의한 지연효과 등 기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도 있다. 바로 기후변화가 온난화의 흐름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측된 지구의 기온과 해수면의 온도, 극지방 얼음의 융해, 지구 평균 해수면의 상승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2021)에 따르면 2011~2020년 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올랐다.
그런데 한반도는 이보다 온난화 속도가 더 빠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지난 109년간(1912~2020) 연평균 기온이 약 1.6℃ 상승, 전 세계 평균인 1.09℃ 보다 빨리 온난화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표층 수온 역시 최근 50년간(1968~2017년) 1.23℃ 올라 전 세계 평균인 0.18℃ 대비 약 2.6배 수준이었으며 최근 30년간(1989~2018년) 해수면도 2.97㎜ 상승해 이 역시도 전 세계 평균 1.7㎜보다 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기후는 어떻게 될까? 정부의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21세기 후반 전지구 연평균 기온은 현재(1995~2014년) 대비 1.9~5.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전 지구 평균 강수량은 현재 대비 5~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서 그 폭은 달라질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 대비 2.6~7℃ 상승, 역시 지구 전체 평균을 웃도는 속도를 보일 전망이다. 강수량은 3~15% 증가하며 지역에 따라 강수량 변화 편차가 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반도 중에서도 남한은 21세기 후반 연평균 기온이 현재(2000~2019년) 대비 2.3~6.3℃ 오르고 극한 고온 현상이 모든 지역에서 증가하며 강수량도 4~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 이 같은 전망들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기후변화가 그 자체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들을 보면 지구 온난화의 징후는 분명하며 어쩌면 지금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더 극한의 기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지난 10월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연례 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23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ppm으로 22년보다 2.3ppm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화 이전(1750년 이전)과 비교하면 151% 증가했다. 12년 연속 연간 2ppm 이상 늘고 있는데 문제는 이산화탄소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재 우리의 기후 변화 억제 노력들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 인류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그리고 한국 양돈업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대 과제라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