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양돈은 나의 인생...사명감 갖고 돼지 키웁니다”
[농장탐방] “양돈은 나의 인생...사명감 갖고 돼지 키웁니다”
父 가르침 아래 혹독한 후계자 수업
시행착오 경험 쌓으며 노하우 습득
시설 한계 극복 MSY 평균 22두 달성
남다른 깔끔 성격 ‘깨끗한 농장’ 지정도
스마트 축산 청년 서포터즈에도 위촉
최근 돼짓값↓‧생산비↑ 첫 고비 맞아
생산성 제고 시설 투자도 중단 ‘한숨’
추석 이전까지 고돈가 지속돼야 숨통
“현재 상황 어렵지만 반드시 이겨낼 터”
  • by 김현구
한국농장 이대한 전무
한국농장 이대한 전무

최근 한돈업에서 세대교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돈 1세와 2~3세가 공존하며 성장하고 있다. 양돈 1세들은 전통적인 사양관리를 통해 양돈을 개척했다면 2~3세들은 1세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정보를 양돈장에 적용하고 있다. 즉 현재 한돈업은 사자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옛 것의 경험과 새로운 시도가 결합되면서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위치한 모돈 500두 규모의 ‘한국농장’은 온고지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농장이다. 현재 이 농장은 2세인 이대한 전무가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전무는 지난 2012년 농장에 들어오며 후계 수업을 본격 시작, 어느덧 12년차 양돈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버지가 제 나이 4살 때부터 양돈장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돼지 사료도 주고, 주로 소일거리로 아버지를 도와드렸어요. 유년 생활을 양돈장에서 보내다 군생활을 장교로 전역하고, 경찰 간부 시험을 보게 됐어요. 아쉽게도 낙방하면서 방황하다가 아버지께서 냉동 창고 관련된 사업을 확장하는데 혼자 하기 어렵다며, 농장일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4형제 중 누구하나는 가업을 이어야한다는 생각에 제가 농장으로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받겠다해서 오늘에 이르렀네요.”

누구나 그렇듯이 시행 착오를 톡톡히 치렀다. 실수는 기본,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지면서 양돈이 결코 쉽지 않다고 깨달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가르침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되면서 시행 착오는 경험으로 누적되며 하나하나씩 자신 만의 노하우로 만들었다.

“해가 갈수록 일이 손에 익으면서 아버지도 부업에 치중을 하게 됐어요. 현장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책임감이 더욱 높아졌어요. 아버지에게 배운 사양관리를 바탕으로 제가 현장에서 경험하고 외부에서 배운 사양 관리를 접목하면서 성적도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현재 MSY 평균은 22두를 기록하고 있어요. 남들이 볼 때는 낮게 볼 수도 있지만 오래된 시설 대비해서는 최선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농장은 지난해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됐다. 깨끗한 축산농장은 축산농가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농장 스스로 깨끗한 사육환경을 조성해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을 말한다. 이는 축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업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 후에도 잘 유지되고 있는 지 기자가 직접 방역복을 입고, 소독을 하고 이 전무와 함께 농장 안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우선 외부 울타리가 양돈장을 감싸며 혹시나 모를 야생 동물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료빈은 조류들의 난입에 대비해 조류망도 설치됐으며 곳곳에 별도 표시를 통해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을 구분하고 있었다. 특히 양돈장 내 곳곳에 수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고, 풀도 많아 탄소 중립에도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모든 장소가 청결하고, 각종 정리가 매우 잘 돼 있었다. 모든 사양 장비들은 일목정연하게 정리되었으며,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들었다. 냄새는 특유의 돼지 냄새를 빼고는 거의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둘러본 결과 매우 깨끗한 축산농장이었다.

청결한 양돈장 환경에 대해 이 전무는 “제 성격이 아주 깔끔합니다”고 한 마리로 정리했다. 깔끔한 성격이라 양돈장 내외부가 지저분한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류 상의 깨끗한 축산농장이 아닌 직접 쓸고, 닦고, 정리하는 실천하는 깨끗한 축산농장을 구현하고 있다고 멋쩍어했다.

이 전무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로 위촉 받았다. 앞으로 스마트 축산 도입 확산을 위한 전도사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최근 시범적으로 돈사 1동에 스마트 기기인 포유모돈사료급이기를 설치했어요. 현재 양돈장에 인력난은 심화되고, 반면 근로자들의 요구는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예전에 비해 인건비는 많이 주는데, 근무태만은 더욱 많아져 사람 관리가 힘들어지고 있어요. 이에 장기적안 관점에서 노동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장에 사료자동급이기를 설치했어요. 대당 100만원 수준의 높은 비용이지만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1명 분의 1년 인건비는 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앞으로도 이러한 이유로 스마트 장비 보급은 확산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스마트 장비 오류가 많아 확신을 가지고 대폭 투자할 생각은 없어요.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서는 스마트 장비에 대한 농가 신뢰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화두를 바꿨다. 5월 들어 돼짓값이 오르고 있어, 양돈장 경영이 좀 수월해졌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2012년에 농장에 들어오면서 두 번의 불황을 겪었어요. 2013년과 2019년 모두 돈가 폭락으로 적자를 기록했어요. 그러나 올해는 이전과 비교가 안 돼요. 아버지도 그래요. 양돈장 40년 동안 최악이라고요. 21년말 러-우 전쟁으로 사료가격이 체감적으로 배가 오른 것 같아요. 한달에 사료 250톤을 쓰는데 kg당 250원 올랐으면 한달에 6천만원 정도 더 들어요. 일년이면 숨만 쉬어도 7억5천만원이 더 나가네요. 예전에는 MSY 20두만 해도 돈을 벌었는데 지금 MSY 22두라도 나가는 돈이 많아요. 그래서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도 현재는 중단된 상황이에요. 돈가가 현재 5천500원대 안팎으로 상승해서 그나마 다행인데, 추석 이전까지라도 높은 시세가 지속돼야 연간 겨우 적자를 면할 것 같아요.”

농장 안을 나와 시원한 나무 그늘로 이동했다. 방역복을 벗고 시원한 캔 커피를 마시며 못다한 대화를 이어갔다. “돼짓값도 낮고, 생산비는 높은 상황에서 2세들은 현재 동요하는 분위기에요. 가업을 잇겠다고 한돈업에 들어왔는데 정부의 규제에다 민원도 많고, 돼짓값이 조금만 올라도 정부는 할당관세로 누르려하고...이를 볼 때 정부는 1차산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아요. 젊은 친구들이 식량 안보라는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양돈업에 들어왔다는 것을 후회하는 친구도 나타나고 있어요. 청년 한돈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소득 보장 정책이 필요해요. 그리고 잘하는 농가들은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화도 필요해요. 그래야 미래가 보이니까요.”

이대한 전무는 인터뷰를 마치며 양돈은 나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농업 생산액 1위 품목으로 국내 단백질 공급원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는 것. “양돈업에서 온고지신은 현재 가장 필요한 말 같아요. 옛 것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익히는 일이 바로 2세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1세들이 물려준 가업을 발전시켜 국민들이 한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보다 더 정교하게 사육 할 거에요. 그리고 현재 아들이 있는데 양돈을 하길 원한다면 전력을 다해 도울 거에요. 현재 상황을 볼 때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이겨낼 거에요. 2세들이 여기서 무너진다면 한돈업 근간이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을 갖고 돼지를 키울게요. 지켜봐 주세요.”

‘한국농장’의 흥성(興城)은 곧 대한민국 양돈의 흥성과 같다. 현재 각종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 한돈인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양돈 1세 및 관련업계는 물심양면 도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단백질 안보도 굳건히 사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 양돈인들은 농촌을 지킬 파수꾼이다. 농촌 청년들에 대한, 특히 양돈 후계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곧 국민 건강을 지킬 핵심 사항이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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