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선거는 압도적인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2차 대전이 아니라 윤 대통령과 조국 대표와 싸움이었다. 조국은 윤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불러냈고, 윤 대통령은 ‘거의 죽은’ 조국을 불러내 살려냈다. 그 기조에는 공정(公正)과 상식(常識), 법 앞에 평등이라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등 최첨단 과학 문명을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의식 속에는 유교(儒敎)라는 이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끊고 맺고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론적 사고보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더 존중하도록 배워왔다. 일방적-독단적 태도보다는 협력-협의-합의하면서 현안을 해결하도록 학습했다.
요즘 세상이 빠르게 소가족화, 개인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사고는 사단(四端=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단은 주관적 개념보다는 상대적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처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언이 폐지하고 그런 관점에서 양돈산업을 봤다. 돼짓값만 보면 한돈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차지할 수 없다. 저렴한 수입 돈육과는 경쟁이 안된다. 그래서 한돈 가격대와 비슷한 수입 쇠고기와 경쟁한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고맙게도 한돈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선거와 비슷하다. 유권자들은 정부 정책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많지 않으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을 선택하듯이 육류 역시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한돈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라는 유교의 공동체적 정신이 구매에서 나타나고 있다. 측은지심이랄까?
하지만 국민, 소비자들은 늘 배려하지 않는다. ‘왕이 배(舟)라면 백성들은 물(水)’이란 말이 있듯이 한번씩 뒤집기도 한다. 참다 참다 못 참으면 가만 놔두지 않는다. 국민이 선거로 집권세력을 혼내듯이 양돈업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한돈 품질에 소홀하고 있다고 소문나면 구매하지 않는다. 경쟁 육류를 선택한다. ASF 등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와 작년 삼겹살 과지방이 오도(誤導)됐을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시비지심이다.
소비자들은 또 부끄러움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당당(?)하게 수입 육류를 구매하지 않고 사더라도 옆사람 눈치를 본다. 매사 조심조심한다. 수오지심이다. 그들은 또 양보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 안다. 어렵고 힘들게 키운 한돈농가에게 감사할 줄도 알고 있는 것이다. 사양지심이다.
소비자들의 그런 배려가 있어서 한돈 자급률이 72~73%를 차지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양돈농가와 관련 업계는 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가격 안정에 노력했으면 한다. 아울러 양질의 한돈 생산에 매진, 소비자들의 변심을 잠재우고 항상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었으면 한다. 각종 선거 결과가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듯이 한돈 소비도 농가와 업계가 어떻게 하기에 결정돼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