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조금 생명은 자율성이다
[칼럼] 자조금 생명은 자율성이다
정부 대대적인 운영 방침 개편 추진
민-관 업무 분담 통해 경쟁력 제고를
  • by 김오환

자조금이 ‘바람 앞의 등불’ 운명이다. 20년 동안 하루도 꺼지지 않은 횃불인 만큼 쉽게 꺼지지 않겠지만 바람이 여간 매섭지 않다. 그 바람이 ‘작정’하고 불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태풍급이다. 그 발원지는 농축산부다. 농축산부는 지난달 ‘축산자조금 기능 강화 등 제도 개편 추진 계획’을 통해 자조금 운용 방안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축산부는 이를 통해 소비홍보 중심의 자조금을 수급 조절에 비중을 두고, 나아가 방역관리 및 환경개선 사업을 신설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살처분 보상금이나 이동제한조치로 인한 소득안정자금도 자조금에서 일부 지원할 계획이라 했다.

또 축산물 가격이 오를 때 자조금 상향 논의를 의무화하는 한편 자조금을 자조금관리원으로 특수법인화하고 관리위원회를 이사회로 변경키로 했다. 이사회 구성은 절반은 축산단체, 절반은 농축산부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자조금 거출-운영-폐지를 자조금관리원에서 담당토록 할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축산단체에서 운영했던 자조금을 이제는 특수법인을 만들어 정부의 의도로 운영하겠다는 포고(布告)다.

축산단체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그동안 금전사고 한번 터지지 않았고, 축산업 경쟁력 제고와 축산농가의 권익 보호 및 소득 증대를 위해 알뜰살뜰하게 운영, 자리매김한 것을 ‘내놓으라’ 하니 말이다. 단체와 농가의 분기탱천(憤氣撑天), 이해하고 남는다.

사실 수급 조절이나 방역, 환경, 보상 등은 농가의 의무도 임무도 아니다. 방역 및 환경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 그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해서다. 소소하면서 농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농가가 하지만, 대외 관계 등 굵직굵직한 업무는 정부에서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처럼 민간과 정부가 업무 분담과 상호 보완 및 협력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선진국이다.

만약, 농축산부의 뜻대로 자조금을 수급 조절 등 ‘그런’ 곳에 사용한다면 축산정책국 위상과 입지는 좁아지고 위축되고 초라해질 것이다. 수급 조절-방역-환경-보상 등 축산 핵심업무를 오히려 관(官)이 아닌 산하기관이 담당해서다. 그럴 때 예산 확보도 덜 되고 인원이 감소하면서 담당 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럼으로써 축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局)이 일개 과(課)로 전락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축산업의 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게 될는지 모른다.

만약, 자조금 운영과 사업 방향에 문제가 된다면 정부는 감사를 통해 지적, 개선을 요구하면 된다. 자조금은 의무적으로 내는 세금이 아니다. 말 그대로 농가 스스로(自) 돕기(助) 위해 거출한 돈(金)이다. 축산물 수입 자유화 시대 그들끼리 ‘살기 위해’ 말이다. 그런 만큼 자율적 운용은 보장돼야 한다. 그게 자조금의 생명이자 도입 목적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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