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송년특집②] 高생산비‧불안한 시장에 움츠린 세계 양돈
[2022 송년특집②] 高생산비‧불안한 시장에 움츠린 세계 양돈
  • by 임정은

○…올해 세계 주요 돼지고기 생산‧수출국들은 일제히 돼지 사육두수를 줄였다. 돼짓값 강세도 사육 규모 감축을 막지 못했다. 생산비 상승으로 고돈가도 해소할 수 없는 경영 불안이 일년 내내 양돈업계를 압박한 때문이다. 생산비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사료 곡물가격이 문제였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 침체도 불안을 보탰다. 가중되는 공포와 불안에 움츠릴 수밖에 없었던 올 한해 각국의 양돈산업을 되짚어본다.…○


극과 극 오간 돼짓값, 정부도 난감

수입 수요 반토막…돈육 수출국 타격

중국

상반기와 하반기 양돈시장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생산비는 치솟는 와중에 돼짓값은 속절없이 하락하며 3월까지 돼짓값은 전년 동월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불황이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양돈농가의 적자가 올해도 계속 누적되면서 올 초부터 모돈 두수는 전월비 감소세를 지속, 1월 4천290만마리서 4월 4천192만마리까지 줄었다. 그러다 2분기 들어 반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4월 18.5위안(도매시장 ㎏당)서 5월 20.7위안, 6월 21.6위안으로 소폭이나마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3분기 이후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했다. 빠르게 치솟기 시작한 돼짓값은 7월 29위안으로 한달새 34%가 급등하더니 이후로도 계속 올랐다. 9월 이후로는 30위안대를 넘기며 돼짓값은 작년의 곱절이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그러자 줄기만 하던 모돈도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0월말 4천792만두까지 회복됐다.

돼짓값의 극적 반전만큼 정부의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대책도 극과 극을 달렸다.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돼짓값이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 3~4월에만 네 차례에 걸쳐 돼지고기 비축을 실시했다. 돼짓값 하락이 ASF와 같은 후유증, 즉 돼지 사육두수 감소와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까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돼짓값이 다시 무섭게 치솟자 9월부터 비축육을 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돼짓값은 계속 올랐다.

중국 내 양돈시장 상황은 중국 정부로서도 민생과 물가 안정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이지만 세계 양돈시장에도 중요한 변수이자 관심사였다. 18년 발생한 ASF로 중국은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렸고 20년에는 전 세계 교역 물량(1천200만톤)의 절반 가량(528만톤)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만큼 중국의 비중이 커졌다. 그랬던 중국이 지난해를 시작으로 수입을 줄이기 시작, 올해는 10월말 현재 전년 대비 48% 가량 수입이 줄었다. ASF 이후 급격히 불어났던 중국의 수입 수요는 올해 거의 ASF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수출국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됐다. 때문에 중국의 돼짓값이 다시 상승하는 것을 두고 다시 중국이 수입을 늘릴 여지가 있다는 기대 섞인 추측도 없지 않았다. 불황으로 농가들이 모돈을 줄이면서 공급량이 부족, 돼짓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 회복세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수입량이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2020년 물량은 물론 21년 수준으로도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ASF‧수출 부진‧고비용에 속수무책

돈가 올라도 돼지 줄이고 또 줄여

EU(유럽연합)

EU(유럽연합) 양돈업에는 내우외환의 한 해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생산비 상승과 코로나 19에 따른 소비 부진, ASF 확산, 거기다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까지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다. 여기다 환경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EU의 양돈 농가들은 어느 해보다 높은 불안을 겪어야 했고 이는 돼지 사육두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 중에서도 ASF 발생이 끊이지 않았던 독일과 폴란드는 두수 감소세가 더 뚜렷했다. 올해 6월 기준 독일은 2천234만마리로 일년전에 비해서는 9.6%가 줄면서 지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폴란드는 지난해보다 13% 가량 준 961만마리를 기록, 1천만두대가 무너졌다. 또 덴마크는 지난 10월 기준 1천190만2천마리로 전년 대비 10%가 감소하면서 지난 2000년 이후 2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돼지 두수가 줄었으며 이처럼 몇몇 국가들은 최저 기록을 새로 쓸 만큼 올해 EU 양돈산업은 돼지 사육규모 위축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돼짓값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약세가 올 초까지 이어지다 봄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돼지 사육두수 감소 여파로 생산이 감소한 때문이다. 11월 말 현재 EU 평균 돼짓값은 일년전보다 약 57% 가량 오른 203유로(100㎏ 기준)를 기록했다. 직전 5년 평균가에 비해서도 39%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돼짓값은 강세를 이어갔지만 돼지 사육두수가 다시 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현재 EU의 양돈업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하는 지점이다. 즉 생산비가 워낙 올라 돼짓값 강세로 양돈 경영이 개선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ASF가 계속 확산되고 환경과 관련된 규제와 높은 사회적 요구 등은 향후 양돈 경영 여건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EU 양돈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수출, 그 중에서도 중국 수출은 올해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고 앞으로도 20~21년 수준으로는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월말 현재 EU의 돼지고기 수출은 331만6천톤으로 일년전보다 19.5%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이 106만톤으로 비중은 올해도 가장 컸지만 물량은 지난해보다 51% 급감했다. 이에 필리핀(전년비 34.8%↑), 일본(31%↑), 한국(43%↑) 등 다른 수출시장으로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중국 감소분을 상쇄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EU 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EU 농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양돈산업의 위축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원회는 올해 EU의 돼지고기 생산은 지난해보다 5% 줄고 내년 역시 0.7% 더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EU 위원회는 높은 생산비와 ASF를 주된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으며 이에 ASF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독일, 폴란드 등에서 생산량이 더 큰 폭으로 줄 것으로 예상했다.


두수․출하 줄어도 돈가 ‘지지부진’

고생산비 속 동물복지로 속 끓여

미국

올해 내내 돼지 사육두수가 줄었다. 자연히 돼지고기 생산도 줄었지만 다른 수출국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수요 감소로 수출실적은 저조했으며 돼짓값은 시원찮았다. 2020년 9월부터 감소세를 이어온 미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올 9월 기준 7천380만마리로 일년전(7천487만마리)보다 1.4%, 2년전 동기간(7천810만마리)에 견줘서는 5.5% 적었다. 이에 10월말 돼지고기 생산량은 1천17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가량 감소했지만 돼짓값은 4월부터 작년 동월과 견줘 하락세가 계속됐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급등한 미국 돼짓값은 올해 이처럼 하락했음에도 코로나 이전에 견줘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수요 측면에서, 특히 수출 부진이 돼지고기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10월말 돼지고기 수출은 218만톤으로 일년전보다 12% 가량 줄었는데 최대 수출 시장인 멕시코 수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했어도 중국 수출이 35% 가량 급감하면서 수출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계속된 생산비 상승도 부담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 곡물 가격이 더 치솟으면서 농업 그 중에서도 양돈 등 축산업의 사료비가 크게 올라서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추정한 22년도 농업부문 생산비 자료를 보면 사료비는 766억달러로 전년 대비 17.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에너지 관련 비용은 더 큰 폭으로 상승, 비용 부담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 미국 양돈업계가 주목하고 불안해했던 이슈는 또 있었다. 동물복지가 그 중 하나다. 올해 이전부터 양돈장 동물복지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 주가 없지 않았지만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메사추세츠와 캘리포니아의 복지법안은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양돈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양돈업계를 긴장시켰다. 두 개 지역 모두 동물복지 측면에서 강화된 양돈장 사육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사육되는 돼지 사육두수가 미국 내 전체 돼지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소비되는 돼지고기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들 지역의 동물복지 규정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 걸쳐 양돈 생산비 상승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양돈업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메사추세츠가 해당 법안의 시행을 연기했으며 캘리포니아 발의안 12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심의 중으로 최종 판결이 해를 넘기며 법안의 시행도 자연히 미뤄지게 됐다.


ASF는 세계 생산․무역의 핵심 변수

수출 11% 감소는 전적으로 中 때문

높은 생산비 양돈업 규모 확대 제한

세계양돈

ASF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 고 생산비, 불안한 소비 시장이 올 한해 세계 양돈산업을 움직인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최근 ‘육류 시장 리뷰-최신 경향과 전망’을 통해 ASF가 계속해서 전 세계 생산 및 무역 패턴의 핵심 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FAO 분석에 따르면 ASF는 각 나라별 돼지고기 생산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즉 ASF 발생이 부분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등에서는 생산이 다소나마 증가하는 반면 ASF가 계속 발생, 확산하고 있는 유럽연합, 태국, 필리핀은 돼지고기 생산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올 1월 ASF 첫 발생이후 양돈산업이 혼란에 빠졌고 올해 돼지고기 생산이 30% 이상 줄 것으로 FAO는 추산했다.

높은 생산비도 세계 양돈업 규모와 생산량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FAO는 EU의 경우 ASF 확산과 함께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 생산비 증가로 올해 생산이 5% 가량 줄고 미국의 경우 높은 투입 비용으로 모돈 감축이 진행되면서 올해 1.9% 가량 생산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은 상반기까지는 생산이 6.7% 늘었지만 비용 문제로 모돈 도축이 늘어 하반기 지속적인 둔화 가능성이 지적됐다. 반면 멕시코는 강력한 수요와 생산 성적 개선으로 생산이 2.7% 가량 늘 것으로 FAO는 전망했다.

돼지고기 교역에 있어서는 중국이 결정적인 방향키 역할을 했다. FAO는 올해 세계 돼지고기 수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는 중국이 올해 자국내 생산량 증가와 돼짓값 하락으로 수입을 크게 줄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베트남은 생산량 증가로, 또 캐나다와 칠레는 수요 부진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린 나라도 있다. 미국, 한국, 멕시코, 일본, 영국, 필리핀이 수입을 늘렸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두드러진 수입 증가를 보인 나라로 지목됐다. 특히 FAO는 한국이 6월 현지 가격 안정을 이유로 관세를 해제한데 이어 9월초에는 ASF에 대해 지역화 원칙을 수용함에 따라 독일, 폴란드와 같은 ASF 발생국들도 비발생 지역에서 한국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생산이 감소하면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수입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동시에 영국 내 생산비 상승으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수입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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