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양돈의 ‘돈키호테’를 아시나요
[농장탐방] 양돈의 ‘돈키호테’를 아시나요
94년 부친 운영 사과밭서 양돈 시작
평범한 사양 거부, 혁신과 변화 추구
사람‧돼지 모두 편한 사양 시스템 골몰
모돈 그룹 관리 차용, 양돈장 접목키로
3‧5주간 성공하자 7주간 관리에 도전
맞춤형 돈사 직접 설계, 어렵사리 완공
리스크 극복하고 10년간 7주간 관리 성공
7주치 업무 한주에 집중, 평소는 오전 근무
올인-올아웃 수시, 질병 고리 완전 끊어
“철저한 기록 관리가 변화와 혁신의 힘”

경북 청도 ‘쌍둥이농장’
  • by 김현구
이승목 대표 부부(오른쪽서 첫 번째, 두 번째)는 30년간의 양돈장 운영을 통해 쌍둥이 아들, 자매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멋진 삶을 영유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그를 ‘돈키호테’라 지칭한다. 남들과 다른 발상, 때로는 무모해보이는 사양 전략으로 평범하지 않는 양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돈키호테와 같은 발상을 하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남편을 적극 옹호한다. 아내 역시 농장의 모든 기록을 철저히 관리, 남편이 돈키호테와 같은 발상을 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 농장은 이승목 대표가 경북 청도군에서 모돈 280 규모로 운영 중인 ‘쌍둥이농장’이다.

소싸움의 고장 경북 청도군에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자 선선한 가을이 왔다. 인터뷰 하기도 좋은 날씨, 청도군 이서면 흥선리에 위치한 농장 앞에서 이승목 대표와 아내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긴 머리와 턱수염, 범상치 않는 외모의 이 대표, 그 옆에 단정한 차림의 아내의 첫 인상이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또한 멋스럽게 꾸며진 양돈장 사무실과 잔디 마당, 그리고 바로 뒤에 위치한 빨간 벽돌의 2층 돈사는 여기가 진짜 양돈장인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양돈장을 둘러 보고 있을 때, 아들로 추정되는 누군가 지나간다. 아직 20대라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목례로 인사만 전한 후 갈길을 간다. 12시 30분 점심 시간이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나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이제 자기 할 일을 하러 가고 있다고 이 대표가 기자에게 귀띔한다. “퇴근을 한다고요?” 의아해서 물었다. 그는 “우리 농장은 모든 일과가 오전 12시30분에 종료됩니다. 오후에는 돼지도 편안하게 쉬고, 우리도 이제 각자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늘 기자님 덕분에 야근(?)을 하게 됐네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세한 얘기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들려주겠다며, 기자를 재촉한다.

‘쌍둥이농장’은 누구나 예측하다시피 ‘쌍둥이’가 태어난 후 농장 이름도 쌍둥이농장으로 개명됐다. 부부는 지난 94년 부친이 운영하던 사과밭 자리에 양돈장을 시작했다. 양돈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게 된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졸업 후 진로를 축산으로 정했다. 부부는 대학생 시절 만나 졸업과 함께 결혼 후 함께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두 딸, 그리고 쌍둥이 아들 등 4명의 자녀와 함께 터전을 일구어 나갔다. 이후 2012년 퇴비장으로 운영하던 부지에 최신식 2층 돈사를 새롭게 지어 현재에 이르게 된다. 현재 쌍둥이 아들 중 큰 아이는 고등학교‧대학교에서 축산 전공을 하며, 3년전부터 농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대표가 들려준 농장 스토리는 여느 농장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범상치 않는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부부가 들려준 얘기는 너무 놀라워 양돈 전문가들도 이들의 양돈 경영에 혀를 내두르며, 직접 보지 않는 사람은 반신반의한다.

이 대표는 94년 농장 시작부터 2012년 신축 돈사를 운영하기 전까지 최적의 사양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농장 사양관리 시스템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였다. 부부가 말하는 효율적인 농장 시스템이란 사람의 노동력이 적게 들고, 돼지는 건강하게 자라는 등 결국 돼지와 사람 모두 편안한 농장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10여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부부는 모돈 그룹 관리 방식이 돼지와 사람 모두에게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최종 결정하고 이 방식을 농장에 도입하게 된다. ‘모돈 그룹 관리’란 양돈장의 모든 총 두수, 돈사 시설 등을 고려해 그룹 위주로 관리하는 사양 방법을 일컬으며, 관리 주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즉 모돈의 주간관리와 그룹관리 방법은 농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단점이 존재하며, 시설과 모돈 수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관리 방법을 농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모돈의 그룹관리는 형태에 따라 2, 3, 5 주간 그룹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이중에서도 대중적으로 3주간 그룹관리가 많이 사용된다. 3주간 관리는 주간관리, 2, 5주간 관리에 비해 돈군의 흐름과 모돈의 번식 생리를 적절히 활용하고, 관리자의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는 관리 방법으로 널리 인식돼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농장은 현재 3그룹 7주간 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7주간 관리 방식은 이론에도 자세히 소개돼 있지 않을 만큼 생소한 방식이며, 국내 6천여 농가 중 7주 관리를 차용한 농가는 아마 다섯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그 만큼 대중적이지 않으며, 리스크가 큰 사양관리 방식인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처음에는 주간부터 시작해 3주간 관리로 확대 적용했다. 이후 3주간 관리가 양돈장에 잘 스며들자, 5주간 관리를 시도했다. 5주간 관리 역시 잘 운영되자 7주간 관리를 하면 어떨까하고 구상에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이를 위해 양돈 인생에 있어 큰 도전을 하기로 단단히 마음 먹고, 7주간 그룹관리를 위한 맞춤형 농장 설계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7주간 관리를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정보 역시 없었다. 이에 그들 부부는 축산박람회를 찾아다니고 양돈 관련 책을 모두 습득하는 등 뒤늦게 양돈 만학도가 되어 그들만의 방식의 농장 만들기에 골몰했다.

2012년, 드디어 설계를 마치고 신축 농장 건축에 돌입했다. 7주간 그룹 관리에 맞도록 약 70m 길이로 돈사를 짓기로 하고, 시공사 없이 이 대표가 직접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할 뻔 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구조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목숨과 바꿀뻔 했던 농장이 드디어 완성되고, 고대하던 7주간 관리를 농장에 접목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7주간 관리는 성공적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 농장의 성적은 MSY 24.2두, FCR 2.8로 국내 양돈장 상위 성적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한돈 출하 품질 역시 1등급 이상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성적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엇보다 7주간 그룹 관리를 통해 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근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7주간 관리는 7주치 업무가 한주에 진행(7주치 교배‧분만‧이유) 되기 때문에 주간 관리 대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업무 집중 환경으로 집중 근로 시간 외에는 평소에는 근로 시간이 현저히 줄어, 평소에는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해도 사람과 돼지에게는 무방한 것이다.

이 같이 7주간 관리의 성공 핵심은 ‘철저한 기록’이다. 기록 관리는 농장 시작부터 아내가 담당해오고 있다. 그는 “전산관리 이전부터 아내가 후보돈, 생산대장, 사료, 정액, 출하, 분뇨처리 등 모든 데이터 장부에 철저한 기록 및 보관 중이다”며 “기록 관리가 7주간 시스템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선진 전산관리 프로그램 ‘피그 온’을 사용하며, 사료 거래처 선진과 합(合)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7주간 그룹관리를 통해 질병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냈다. 한 그룹씩 그룹 단위로 관리되므로 섞이는 경우가 적어 질병전파 차단이 가능하다. 또 이유 후 자돈사로 이동할 때, 돈사가 올-아웃되어 수세와 건조가 가능해 질병이 현저히 감소한다. 정기적인 올인-올 아웃을 통해 청결한 환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대표는 “7주간 그룹관리를 통해 노동력이 절감되고, 비싼 젖먹이 사료 구간도 줄게 되고, 출하일령도 빨라 현재와 같은 고생산비 구조하에서 효율적으로 양돈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7주간 그룹관리의 효율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쌍둥이농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혁신 농가로 거듭나고 있다.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부부 만의 차별화된 양돈을 완성을 시킨 것. 이면에는 철저한 기록과 양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밑바탕이 됐다. 부부의 차별화된 양돈은 2세 및 많은 농가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혁신과 도전은 대한민국 양돈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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