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욕심을 비우면 돼지도 사람도 편합니다”
[농장탐방] “욕심을 비우면 돼지도 사람도 편합니다”
경기 화성 '경기종축'

가축인공수정사로 축산업 입문
국내 인공수정기술 확대 기여
모돈 150두 규모 양돈 새출발
수태율 90% 이상, 자타공인 전문가
MSY 22두…확고한 3원칙 준수로
밀사無, 암수분리사육, 차단방역必
주변 공장지대 우호적인 이웃 없어
굴러온 돌 ‘공장’들 민원에 마음고생
30년 지기 ‘선진’과 동행, 신뢰 업
“하루하루 돼지와 함께 여생 보낼 터”
  • by 김현구
김장겸 대표는 30년 양돈장 생활을 함께한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옆에서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담아 한 마리, 한 마리의 돼지를 출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장겸 대표는 30년 양돈장 생활을 함께한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옆에서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담아 한 마리, 한 마리의 돼지를 출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화성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수많은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마치 공장 숲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20여분을 공장 뷰(view)를 보다가 드디어 진짜 숲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다가가니 오래된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주변으로 병풍을 치고 있으며, 나무 사이를 노니는 새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작은 숲을 연상시키는 이 곳은 다름아닌 양돈장이다.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모돈 150두 규모의 ‘경기종축’. 이 곳의 터줏대감 김장겸 대표는 1990년대초부터 30년간 양돈업에 종사하며, 한국 양돈산업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김 대표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 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처럼 내일이 어떻게 되든 하루하루를 돼지와 함께 보내겠다고 강조, 남은 여생도 양돈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한다.

김장겸 대표는 평생 축산과 함께한 정통 축산인이다. 고등학교 축산관련 전공 이후 20대를 동물병원에서 재직하며 가축인공수정사로 지역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30대에 접어들어 가축 인공수정 기술을 바탕으로 직접 가축을 기르기로 마음먹고, 양돈에 뛰어 들었다. 돼지인공수정 보급률은 현재는 거의 99%에 다다르고 있으나,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10% 안팎으로 낮았다. 이에 김 대표는 인공수정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위치인 팔탄면에 당시 최신 돈사 시설을 구축하면서 30년 양돈인생의 첫 출발을 알렸다.

농장 설립 이후 지역에서 손꼽히는 생산성을 기록했다. 특히 자신의 전문 사양 기술과 함께 부인의 내조와 조력으로 생산성을 끌어 올렸다. 그는 “양돈장하는데 부인이 큰 도움을 줬다. 모돈 분만 시 매번 간호 분만을 통해 한 마리라도 더 살려냈다. 이후 질 좋은 사료 먹고 자돈들은 살이 땡땡하게 붙어 활력도 좋아 당시 신나게 일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소회했다. 특히 모돈 수태율에서는 김 대표는 자타공인하는 전문가다. 그는 “여느 농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인공수업 작업을 하지만 30년 동안 인공수업 업무는 내 차지였다”며 “인공수정 시 후보돈, 경산돈, 노산돈별로 인공수정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수태율도 90% 이상으로 유지된다”고 자랑했다.

이 같이 김 대표의 전문가 능력, 아내의 조력 등으로 현재 농장의 MSY는 22두에 이른다. 농장 시설이 점점 낡고, 기후도 변화하면서 생산성도 줄어들만 하지만 30년간 높은 생산성은 건재한 것이다. 이러한 생산성 유지는 사양 기술 외 김 대표의 확고한 3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농장 시작부터 지금까지 3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원칙은 ‘밀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 2원칙은 ‘암수분리 사육’을 통해 규격돈 생산을 증가하겠다는 것. 마지막은 철저한 방역 및 질병 예방. 특히 밀사에 대해 그는 “밀사를 하지 않으려면 내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 내 마음을 비우면 욕심도 사라지고, 돼지도 공간적으로 여유롭고, 돼지 품질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또한 2원칙인 ‘암수분리 사육’을 통해 규격돈 출하가 가능, 소비자에게도 사랑받는다라는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질 좋은 암퇘지를 매번 돼지 경매시장에 출하한다. 이에 높은 경락가격을 받음으로써, 한돈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0년간 농장에 생산성에 타격을 입힌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2010년 경기도 지역을 휩쓸은 구제역 화마(火魔)도 다행히 비껴갔다. 김 대표는 모돈농장과 비육장간 2site를 운영하면서, 질병 발생 불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으며 수의 컨설팅을 통해 적절한 백신을 지속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방역 노력이다. 출하차‧사료차에 대한 이동 동선 구분 및 기사들에 대한 방역을 당부하면서 방역 구멍 발견 시마다 적절하게 메꾸고 있다.

양돈 인생에서 첫 단추를 잘 꿰고 중간 단추도 잘 꿴 김 대표는 어느덧 마지막 단추를 꿸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추 꿰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당장의 양돈장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은 서울 및 수도권 대도시와 가까워 교통이 편하고 물동량이 많으면서 지가는 낮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보니 2010년 이후 높은 지가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형 공장들이 양돈장이 있는 이곳, 팔탄면으로 몰려들면서 양돈을 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이 ‘굴러온’ 공장들이 잘 정착하고 있는 양돈장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전까지 생각했으나, 거리제한 사육규제 등으로 쉽지 않다.

김 대표는 “2000년대초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토록 하는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작은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몰려들어 현재처럼 공장 숲을 이루고 있다”며 “양돈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나 이 곳이 고향이자 평생의 일터이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돼지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다 한다. 주위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냄새에 대한 민원이 크게 증가해서다. 이에 미생물제부터 시작해서 첨가제 등 좋다고 소문난 제품을 농장에 사용, 수년간에 걸쳐 결국 노하우를 획득하면서 냄새를 줄였다. 이제는 냄새 줄이기 전문가가 돼 지역 농장에 냄새 저감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김장겸(사진 왼쪽) 대표와 장석재(오른쪽) 선진 지역부장.
김장겸(사진 왼쪽) 대표와 장석재(오른쪽) 선진 지역부장.

이 같이 ‘경기종축’은 주위 공장 숲으로 둘러싸여 현재 우호적인 이웃사촌은 없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웃사촌보다 좋은 30년 지기 친구가 있다. 30년간 동행 파트너가 되어준 사료회사 선진은 어려운 환경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동행해준다. 그는 “30년간 인연을 맺은 선진은 이제 가족같은 파트너로, 종돈부터 사료, 출하까지 전분야에 걸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고 있다”며 “불만 많은 이웃사촌보다 오랜 친구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랜세월 함께한 파트너인 선진의 장점은 꾸준하게 정직한 ‘품질’ 그리고 축산농가에 대한 ‘공감대’가 가장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그는 “선진은 축산전문기업으로 농장부터 사료까지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기술력은 지금까지의 성장동력이자 향후 가장 기대되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며 “가축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사료를 먹인 만큼 성장하고 피드백이 온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김장겸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으로 “농장 시작 때부터 마음을 비우면서 돼지 생산에만 전력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농장을 지금까지 운영했다”며 “농장 시작과 함께한 느티나무, 그리고 단풍나무들과 함께 우직하게 마지막까지 꾸벅꾸벅 한 마리의 돼지를 출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경기종축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강소농(强小農)이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우직함 그리고 진정성을 담아 돼지를 기르고,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이에 한돈업의 거대한 규모화 물결 속 이처럼 작지만 강한 농장이 많을수록 한돈산업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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