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송년특집②] 세계 양돈, ASF‧코로나로 '산 넘어 산'
[2021 송년특집②] 세계 양돈, ASF‧코로나로 '산 넘어 산'
생산비 ↑, 인력‧물류난에 소비도 불안
中 돈가 작년 반토막…두수 증가 제동
EU 中 수출 감소 타격…돼지 값 추락
ASF, 폴 이어 獨 장악…西進 우려도
美 시장 호황에도 돼지 감소세 뚜렷
내년 中‧EU‧美 동시 줄 듯 20년내 처음
  • by 임정은

○…ASF와 코로나19는 2021년에도 세계 양돈산업 최대 변수였다. 변수 정도가 아니라 올해는 악재로서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특히 잠잠해지는듯하다 다시 확산되기를 반복하며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돼지 값 하락으로 양돈업이 휘청였던 EU나 반대로 고돈가를 기록했던 미국 모두 올해는 쉽지 않은 한해였다. ASF와 코로나, 두 치명적인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올 한해 세계 양돈산업을 돌아봤다.…○

■생산량 3년만에 증가=중국의 ASF 발생 이후 19년과 20년 연속 감소했던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은 올해 3년만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생산량이 1억610만톤으로 일년전보다 10.8% 늘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2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국 생산량의 추이가 곧 세계 생산량의 증감으로 이어진 결과다. 미 농무부는 올해 중국 생산량이 4천600만톤으로 일년전보다 26.6% 늘 것으로 추산했으며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러시아도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미국은 1천256만톤으로 작년보다 2.2% 감소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생산이 줄 것으로 전망됐다.

■다시 고비 맞은 中 양돈=올해 중국은 돼지 사육두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ASF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양돈산업이 정상화되는 듯 했다. 두수 회복으로 돼지고기 생산량도 빠르게 늘면서 9월까지 돼지 도축두수가 4억9천200만두로 지난해보다 36% 증가했다. 그러나 사육규모 회복과 함께 곧바로 중국 양돈업은 다시 고비를 맞았다. 늘어난 공급물량에 돼지고기 도매시세는 올 1월 46.7위안(㎏당)서 10월 19.5위안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정부는 돈육 냉동 비축에 나서는 등 양돈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세계적인 고곡물가에 중국 역시 생산비가 올라 농가들은 적자에 내몰렸다. 그 탓이었을까? 빠르게 늘기만 하던 돼지 사육두수는 9월 4억3천764만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18.2% 증가했지만 3개월전에 비하면 0.3% 줄었다. 특히 모돈 두수는 6월보다 2.3% 감소하면서 모돈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기도 했다.

ASF 사태도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최근 중국에서 지금까지 유행했던 유전자형 II와는 다른 유전자형 I의 ASF 바이러스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ASF는 초기 감지가 어려워 중국 내 ASF 통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中 수입 감소, EU에 직격탄=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급증했던 지난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EU는 반대로 올해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 여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은 EU의 돼지 값 추이다. 중국은 6월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 9~10월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중국의 수입량 감소는 곧 EU 돈육 수출 실적에 반영됐다. 그리고 이 기간 EU의 돼지고기 가격은 6월 163유로(100㎏ 기준)를 고점으로 이후 내리 하락하며 11월 중순 현재 128유로까지 떨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EU 내 소비도 줄고 수출도 타격을 입으면서 EU 양돈시장에 미친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EU 양돈산업을 궁지로 몬 것은 중국만이 아니었다. 스페인 다음으로 수출이 많았던 독일이 지난해 ASF로 돼지고기 수출을 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올해 ASF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독일은 11월 중순 현재 야생 멧돼지의 ASF가 2천여건을 훌쩍 넘겼는데 최근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된 동시에 양돈장에서 발생이 추가되면서 ASF 상황 장기화를 예고했다. 독일로 ASF가 유입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폴란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양돈장 ASF가 11월 초 현재 119건으로 지난 한해 전체 발생건수(103건)을 이미 넘어섰다. 더욱이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유입된 ASF가 더 서쪽으로 이동될 가능성도 지적되면서 ASF 문제는 현재 발생국뿐만 아니라 EU 양돈산업 전체에 최대 불안요인이 됐다

■美 고돈가에도 기 못 펴=미국 역시 대 중국 수출이 줄었지만 그 여파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중국이 전체 돼지고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EU에 비해 적고 주요 시장인 멕시코가 돈육 수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돼지 값도 좋았다. 시장이 불안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1월말 평균 230달러(돼지 지육 100㎏) 이상을 형성, 전년 대비 30~40% 올랐다. 이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4년(연평균 242달러) 이후 가장 돼지 값이 좋은 한해로 기록됐다.

이처럼 수출이 늘고 돼지 값은 좋았지만 코로나 여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로 도축 작업 속도가 제한된 탓도 있어서다. 작년 상반기와 같은 전면적인 작업 중단까지는 아니었지만 계속된 인력난과 작업 속도 제한 등으로 돈육 생산량은 10월말 1천37만톤으로 일년전보다 2% 가량 적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돼지 사육두수 감소세는 올해 더욱 본격화되면서 돼지고기 생산은 더 줄었다.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 9월 기준 7천535만마리로 일년전보다 4% 가량 줄고 모돈 역시 지난해 633만두서 올해 619만두로 감소했다. 사료 곡물을 비롯해 생산비가 크게 올라 경영 불안 요인이 된데다 PRRS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돼지 폐사율이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생산성도 악화됐다. ASF도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지난 7월말 ASF가 발생했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40년만이었다. 이후 아이티에서도 ASF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와 양돈업계도 긴장해야 했다. 농무부는 단일 질병에 대한 투자 규모로는 최대인 5억 달러의 기금을 오직 ASF 예방을 위해 투입키로 하는 등 ASF에 대한 위협이 커진만큼 미국 정부의 대응도 한층 강화됐다.

■세계 돼지 감축 중=올해 세계 양돈업은 돼지 값, 생산비 상승, 인력 부족, 물류난, 소비 시장 불안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돼지 두수 감축으로 나타났다. 생산비 상승과 돼지 값 하락이 동시에 겹친 EU는 물론이고 미국도 두수 감축 추이가 뚜렷하다. 미국 농무부가 10월 발표한 내년 세계 양돈시장 전망을 보면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 EU, 미국 모두 올해보다 생산이 줄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EU, 미국 생산량이 동시에 감소하는 것은 적어도 2000년대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두수 감소로 내년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다시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필리핀을 비롯해 최근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ASF 악화돼 돼지고기 부족 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세계 돼지고기 가격 상승 반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의 재확산과 ASF가 자칫 수출국들에 발생할 경우 등 코로나와 ASF의 추이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내년에도 세계 양돈시장에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