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Ⅱ특집⑤] 종돈개량, 컨트롤 타워 시급하다
[창간 21주년Ⅱ특집⑤] 종돈개량, 컨트롤 타워 시급하다
돈육 품질 50%가 유전 요인 영향
육량 중심 개량에서 육질은 '소홀'

다산성 종돈 육질 관련 데이트 '전무'
국내는 신선육 소비 중심, 품질 중시

돼지개량 지원, 한우 비해 '조족지혈'
종돈 관련 단체 일원화, 경쟁력 높여야
  • by 김현구

돼지가 태어나서 출하돼, 고기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겪는다. 즉 ‘종돈장→양돈장→육가공장→유통업체→소비자’ 순으로 식탁위에 오른다. 이에 종돈장은 양돈장이 원하는 종돈을 생산하고, 양돈장은 육가공장이 원하는 돼지를 길러낸다. 육가공장과 유통업체는 마지막 단계인 소비자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돼지고기를 공급한다. 최종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신선하고, 맛있는 품질 좋은 돼지는 각 단계 과정을 잘 수행한 돼지이지만, 품질에 클레임이 걸린 돼지고기는 어느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돼지들이다.

각종 논문에 따르면 돈육의 품질은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영향을 받지만 대략 50%는 돼지의 유전자, 수송 전 취급 등 생산자에 의해 조절되는 요인들에 영향을 받고, 나머지 50%는 도축 전 취급, 도축 후 도체의 취급 등 도축가공업자에 의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돼지 품질 개선에서 첫 번째 단계인 돼지의 유전자 검사를 통한 종돈 선발 과정이 한돈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도축 등 후천적 과정은 노력 여부에 따라 개선할 수 있지만 선천적 유전 능력은 노력에도 어렵기 때문이다. 돈육 품질 향상을 위해 종돈에 대한 육질 개량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현재 종돈 개량은 사육능력, 번식능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양돈장이 원하는 돼지 개량이 주를 이루고,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지표인 육질, 다즙성, 그 중 ‘맛’의 개량은 등한시 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을 위한 품질 개량을 위해서는 육량 개량에서 벗어나 육질 개량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육질 개량이 부진한 이유=국내 한돈은 거의 대부분이 랜드레이스, 요크셔, 듀록 3품종을 이용한 삼원교잡종(YLD)을 이용해 생산된다. 수입 돈육 역시 삼원교잡종이다. 랜드레이스종(Landrace)은 번식능력, 포유능력이 우수하고 일당 증체량이 가장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고, 요크셔종(Yokshire)은 등지방 두께가 가장 얇으며, 번식능력, 포유능력 및 성장률이 양호하며, 듀록종(Duroc)은 성장률이 우수하며 근내지방 형성도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품종간 교배조합은 랜드레이스(L), 요크셔(Y) 교잡암퇘지에 듀록(D) 수퇘지를 교배하여 각 순종이 가지고 있는 장점 및 잡종강세를 활용한 삼원교잡종(LY×D)을 생산하는 교배조합이다. 이러한 삼원교잡종은 다른 교잡종에 비해 산자수도 많고, 성장이 빠르며, 고기 생산량도 더 높다.

이 같이 삼원교잡종이 전세계 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 품종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산자수,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돈 개량이 진행돼 왔다. 돼지는 하나의 산업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더 중요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육질 개량은 소홀했다. 이 같이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는 한돈업이 소비자와 연계되는 유통업과의 연계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 생산단계까지 피드백이 되지 않은 점이 육질 개량이 부진한 이유다.

■‘맛’에 대한 개량 시급=최근 5년간 다산성 유럽 종돈이 다량으로 수입되면서 종돈 개량이 활발해지고 종돈장간 네트워크 사업을 통한 핵돈 공유로 산자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종돈장 평균 산자수(요크셔)는 지난 2015년 11.6두 이후 매해 꾸준히 상승하면서 작년에는 평균 산자수가 처음으로 13두를 넘어섰다. 아울러 다산종돈의 특성인 등지방두께가 얇은 쪽으로 개량되고 있다. 한돈업에는 화색이 돌 만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다산 종돈에 대한 육질 개량 데이터는 전무하다. 특히 다산종돈이 유럽산이라는 점을 감안, 국내 선호도와 다른 돼지고기 생산으로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가공육보다 신선육의 소비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돼지고기의 품질과 맛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신선육은 별도의 첨가물이나 가공과정 없이 소비하게 되므로 육질과 맛이 더욱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유럽은 주로 돼지고기를 가공육으로 사용, 고기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향미나 기타 성분을 추가하여 기호도를 높인 형태이다. 따라서 다산종돈의 후대축이 생산한 돼지고기의 맛에 대한 평가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내 종돈 육질 검정이 시급한 이유다. 특히 육질 개량을 통해 돈육의 맛에 관한 정확한 지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맛은 개인 차이가 크고 추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에 관한 연구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돈육의 어떤 성분이 맛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고기의 일반성분 및 육질 특성들이 맛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종돈 개량, 정부 지원 강화해야=정부는 10년 주기로 가축개량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업계에 당부하고 있다. 2025년까지의 돼지 개량 목표 항목은 총산자수와 생존 산자수, 90kg 도달일령이 항목이다. 또한 한돈 품질 제고를 위해 종돈의 육색, 육조직감, 도축 후 24시간 pH, 근간지방두께, 지방 분리도 등 육질관련 개량도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이를 객관적 지표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육질 개량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이 같이 한돈 육질 개량 연구에 정부의 역할이 소홀한 이유는 종돈개량에 있어 ‘컨트롤 타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우 개량을 위해 연 300억원, 젖소 개량을 위해서는 10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돼지 개량을 위해 10년 동안 지원한 금액이 80억원으로 타축종보다 여실히 부족하다. 즉 한우는 국가적인 개량사업으로 지원 사업도 활발하지만, 돼지의 경우 민간이 참여한 네트워크 등 일부 사업에만 지원함으로써 사실상 민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종돈 개량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로 거슬러 가면 정부는 대일 한돈 수출이 활발했던 2000년 이후 돼지 품질 향상을 위해 업계를 지원한 바 있다. 출하 품질 독려를 위해 농가들에게는 출하 품질 장려금을 시행했으며, PSE육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키 위해 각 종돈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돈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PSS를 가진 종돈의 도태 사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한돈 수출 중단 이후 이 같은 지원책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육질 개량 사업을 과거처럼 정부 주도로 지원 금액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종돈개량사업에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육질 개량 지원과 아울러 민간 분야에서 종돈개량을 위한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둘로 나뉜 종돈개량 관련 협회가 다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별다른 지원 없이 민간차원에서 종돈 개량이 한계에 부딪치며 종돈장 구조가 중소농과 계열화로 나뉘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에 종돈 개량, 특히 육질 개량 부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며, 종돈 개량을 위한 내부 갈등도 조속히 마무리돼야 육질 개량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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