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국 양돈업 파탄 극복에 전 농가 나서야(2/12)
[특별기고]한국 양돈업 파탄 극복에 전 농가 나서야(2/12)
  • by 양돈타임스
[특별기고]한국 양돈업 파탄 극복에 전 농가 나서야

이정학 / 서해농장 대표

돼지 값 폭락, 정부 구제역 허술한 대응서 비롯
살처분 두수 늘면서 할당관세·수입 폭증 빌미
국산육 시장 회복 더뎌 5~6월 돈가 상승 미지수
협회 주도로 자율 감축 추진하고 이행여부 감독도


최근 돼지 값 폭락의 원인을 따지는 일은 2010년 구제역 사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말부터 11년초 사이에 발생한 구제역에 대해 정부가 허술하게 대응하면서 백신정책으로 전환하기까지 살처분 두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내 총 사육두수의 35%에 해당하는 330여 만두에 이르게 됐다.
그로 인해 11년도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물가 잡는다고 할당관세에 항공요금까지 지원하여 그 해 총 37만톤을 수입(연간 소비량 94만톤의 39.3%), 상당수의 국산 돼지고기 취급점이 수입산 취급점으로 전환하게 됐다. 더구나 살처분 농가들의 생산력이 회복되어 도축두수가 2010년도 수준에 거의 육박한 지난해도 수입을 장려 2010년 17만9천톤에 비해 10여만톤이나 많은 총 27만6천톤이 수입, 결국 돼지고기 공급 과잉을 불러와 돼지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수입된 27만6천여톤 혹은 과잉 공급된 수입육 10만톤이 도대체 얼마 만큼인지 가늠해 보자. 그 대부분이 삼겹살일텐데 우리가 선호하는 목살과 삼겹살로 환산하면 돼지 1마리에서 약 15㎏ 나온다하니 1천840만두분과 670만두분이다. 작년 국내 도축두수 1천400만두보다도 많다.
시장의 자율조절기능을 고장낸 정부는 지육가격 3천500원 선을 지지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한다 해놓고 2천700원이 되어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의 수매지원책 이상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루 3천두씩 연간 250일 수매하면 75만두로 삼겹살로 환산하면 7천500톤이고 목살과 삼겹살로 환산하면 1만1천여톤이다.
현 상황이 호전되려면 국산육과 수입육의 재고가 다 소진되고 국산육에서 수입육으로 바뀌었던 취급점들이 다시 국산육 취급점으로 바뀌어야 가능하다. 헌데 필자 생각에는 1년 이내에 그 절반도 이뤄질 것 같지 않아 5~6월 돈가 회복설은 오판이라고 본다.
그런 막연한 기대는 수개월 이내에 한국양돈 전체를 재기불능의 고사상태로 몰고 갈 것이며 그 연후에 대부분의 양돈농가는 수년전의 미국처럼 소수 거대자본기업에 인수합병 되거나 위탁사육자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나 유관 업계에 공동 대처할 방안이 있으면 찾아 도움을 청해야 하며 우선 우리 생산자가 실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돈업 파탄을 막을 대책으로 아래와 같이 제안코자 한다.
첫째, 왜곡된 시장가격 시스템의 복원이다. 돼지가격은 폭락해 생산농가는 고사지경인데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아 소비촉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또 수입육의 국산 둔갑도 감독이 잘 안 되고 있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은 아니나 정부와 자조금 관리위가 노력할 사항이다.
둘째, 공급 과잉량의 방출이다. 차후의 돈육수입을 억제하고 창고에 보관중인 수입육을 그대로 혹은 가공해 역수출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이 있는데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 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촉진(북한에 지원포함)에 시일이 많이 걸리겠지만 정부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수요 초과량의 생산 감축 후 단계적 증식이다. 한돈협회가 앞장서서 양돈업 파탄방지위원회(가칭)을 시·군 단위별로 조직하고 전국의 연합체를 구성해 양돈농가별로 자율감축 규모를 설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행 여부의 감독까지 수용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하고 동참하지 않는 업체는 명단을 공개하고 배척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시·군위원회가 관내 양돈농가의 동의하에 시설현황을 조사해 적정사육 규모를 파악하고 1단계 감축규모를 정하며(향후 5개월간 △이유자돈 적정규모의 20%를 매몰 혹은 소각하고 △적정 교배복수의 15%를 감축) 위원회의 확인점검까지 수용할 것임을 약정한다. 이러한 약정을 근거로 위원들이 이유자돈의 소각, 매몰에 입회하고 교배 감축은 전산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1단계 감축사업의 효과와 전망을 분석해 추가 감축 혹은 증식을 결정함으로써 시장의 수요에 맞는 사육규모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은 누구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낫고 큰 규모의 발전된 사업을 모색하기 마련인데 사업규모를 감축하고 자식같이 키운 새끼 돼지를 소각, 매몰까지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제역 발생으로 비롯되어 한국 양돈인들의 공멸이 예상되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라면 아픈 가슴을 여미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감축에 동참해 가격이 회복되면 감축하지 않은 농가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을 염려하는 농가나 자본력을 앞세워 최근에도 증식하고 있는 대기업 양돈회사도 버티려면 피 흘려야 하니 동참을 독려하되 안 따르면 피 덜 흘리고자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같이 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정도 상황에 이르러 생존을 위해 제 새끼 가슴에 묻듯 소각 혹은 매몰하는데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나라 축산과 농업의 절박한 상황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같이 결의해 감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암담한 상황에서는 기력이 소진하기 전에 결단력 있는 사람이 먼저 휴업에 들어가 볕들 날을 기다리는 것도 본인이나 업계를 위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대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수많은 긍정적 파급효과를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여기 설정된 적정규모는 향후 축산업허가제의 쿼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생산 조절경험은 향후 양돈업을 포함한 축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생산자가 시장가격의 결정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던 식량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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