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개식용 금지, 그 다음은?
[기자의 시각] 개식용 금지, 그 다음은?
  • by 임정은

이달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기사>

개식용 문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던 사안 중 하나였다. 언론보도를 보니 무려 1920년대부터 개식용은 논란이 돼 왔으며 이승만 정부에서는 개고기 식용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식용 문화는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이번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식용 문제가 다시 과거로 회귀할 여지가 희박해 보인다.

해외 언론들의 지적처럼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인식이 바뀐 때문일 것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천500만명에 이르고 설사 반려견이 없다고 해도 많은 국민들에 있어 개를 반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그동안 개식용을 옹호하는데 자주 불려 나왔던 문화의 다양성이란 가치도 더 이상 개식용에 대해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식용 금지가 개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는 사안인 것도 맞다.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갈 때 개식용 금지 그 이후는 무엇일까에 자연히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개 다음은 소, 돼지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렇다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것이 개고기처럼 찬반이 팽팽히 나뉠 사안은 아니겠지만 동물복지 이슈는 갈수록 더 존재감이 커질 것이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작년 코펜하겐 대학에서 4개국(덴마크, 독일, 중국,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돼지고기를 구매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기후변화보다 동물복지를 더 우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발자국보다 동물들의 사육환경 개선이 소비자들에게는 더 와 닿는 착한소비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복지 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 한돈도 복지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시각과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복지 이슈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주도적인 실천 전략도 그만큼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