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돈 수입 증가에 대한 소회(所懷)
[칼럼] 종돈 수입 증가에 대한 소회(所懷)
생산성-질병 유입 ‘동전의 양면성’
개량 예산 늘리고 업무 일원화를
  • by 김오환

씨를 뜻하는 종(種)를 파자했다. 벼 화(禾)와 무거울(중할) 중(重)이 합쳐졌다. 그런데 종(種)에 있어 중(重)자가 중으로 읽히는 게 아니라 동(늦곡식)으로 읽혀야 의미가 풀이된다. 늦곡식(後熟穀), 뒤에 곡식을 익게 하는, 다시 말해 벼(禾)를 뒤에 익게 하는(重) 것이 씨(種)라는 것이다. 씨는 농업에 있어 근간이다. 농업은 씨에서 시작한다. 씨는 농업의 출발점이다. 시작,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씨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올해 순종돈과 합성돈, F1 등 수입 두수가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란다. <양돈타임스 11월 9일자 ‘종돈에다 F1 수입도 덩달아 증가’ 참조> 사실, 종돈 수입의 장단점과 기대와 불안은 어제오늘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농장의 생산성 제고와 새로운 해외 질병 유입 우려라는 동전의 양면성을 띠고 있어서다.

생산성과 질병 억제를 위해 종돈 관리를 정부가 맡으면 좋겠지만, 종(種)의 경우 정부는 상업적 의미보다 보전과 보존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민간 시장을 담당하기는 벅차다. 특히 한국 양돈업이 민간 주도로 탄생, 성장-발전해왔기 때문에 종돈 역시 그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종돈 시장은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켰다. 종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생산자단체만 3개나 되고 이밖에 유사 친목 단체를 포함하면 5~6개가 된다.

이렇게 단체가 많으면 종돈업 연간 매출이 많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예상 밖이다. 관련 단체는 순종 및 F1 생산용 모돈 갱신비, F1 모돈 갱신비, 종돈 수입액, 정액 판매액, 웅돈 교체비, 비육돈용 생산용 정액비 등을 합하면 연간 4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양돈생산액 9조5천130억 가운데 4.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돈장은 150개에 이른다.

이에 정부와 종돈장들은 종돈 수입을 줄이고 한국형 종돈 개발이란 목표 아래 수년간 돼지개량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부의 낮은 예산(연간 21년 21억원→22년 14억원 *참고로 한우-젖소 합해 443억원)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종돈 등록 검정 기관도 이원화돼 있어, 종돈 데이터의 통합관리를 통한 각종 개량 정보를 종합적으로 취득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런 여건에서 종돈 수입 증가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종돈 무관세 시대, 손세희 한돈협회장이 주장한 것처럼 종돈 수입을 2~3년 중단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국내 양돈장도 살고 종돈 시장도 사는 윈-윈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양돈업의 생산성 제고와 질병 유입 근절을 위해서 말이다. 정부는 한우-젖소 수준이 아니더라도 예산(돼지 개량)을 대폭 늘려, 돼지 개량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활성화, 활발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이원화된 종돈 관련 업무를 하루빨리 일원화했으면 한다. 생산자단체끼리 서로 허심탄회하게 논의, 공통점을 찾았으면 한다.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았으면 한다. 그런 시간이 빠를수록 종돈장도 살고 농장도 살면서 한국 양돈업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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