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FTA 20년, 한돈은 안녕할 수 없었다
[기자의 시각] FTA 20년, 한돈은 안녕할 수 없었다
  • by 임정은

올해는 한국-칠레 FTA 서명 20주년이 되는 해다. 99년 칠레와의 협상을 시작해 03년 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우리나라 첫 FTA 였으며 그 상대가 돼지고기 수출국인 칠레였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올해 발효 중인 FTA는 총 21건(59개국), 그리고 협상 중인 FTA도 10건에 달한다.

칠레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EU, 캐나다와도 FTA를 체결, 미국, EU산 돼지고기는 이미 무관세로 들어온 지 오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시장 개방의 폐해는 단순히 관세가 낮아져서 수입육 경쟁력이 높아졌다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미국-중국 무역 분쟁, 중국의 ASF, 코로나 19 사태 등이 연이어 닥치면서 세계 돼지고기 시장은 그야말로 격랑의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한국 돼지고기 시장은 그 격랑을 고스란히 흡수, 이 시기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입량이 1년만에 20~30% 이상 증감을 보이며 요동쳤다. 한돈 생산량이야 줄어도 늘어도 1% 남짓인데 이렇게 수입육 시장이 요동치면 돼지고기 시장의 안정을 바라기는 어렵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세계 최대 수입국 중국은 수입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중국의 수입 추이는 향후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을 점칠 수 있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또 하늘 높은 줄 모르던 EU의 돼짓값은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다시 시작됐다. 너무 비싸서 수입이 크게 줄었던 EU산 돼지고기였으니 EU 돼짓값이 자꾸 떨어지는 것도 불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정부는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브라질은 최근 세계 돼지고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안전장치 없는 시장 개방이 어떤 것인지는 현재 한국 양돈산업을 들여다보면 될 정도다. FTA 20년, 시장 개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여전히 미흡한 피해 보전 대책과 국내 농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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