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 가르기’ 정책
[칼럼] ‘편 가르기’ 정책
국민끼리 갈등하고 반목만 초래
농촌공간정비사업서 ‘축사’ 제외를
  • by 김오환

중국을 처음 통일했던 진(秦)시황이 죽었다. 환관 조고가 시황제 큰아들 부소를 죽이고 막내 호해를 왕으로 앉힌다. 거칠 게 없었다. 신하를 좌중에 놓고 사슴(鹿)을 가르쳐(指) 말(馬)이라 했다(爲). 유명한 ‘지록위마’ 고사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과 말이라는 사람을 갈라놓고 사슴이라고 말한 신하들을 죽였다. 오늘날로 말하면 ‘편 가르기’다.

편 가르기는 정치에서 심하다. 스포츠에서도 있지만 사람을 죽일 정도로 편을 가르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경우는 허다하다. 조선시대 당쟁이 그랬고 6.25에서 좌우익이 그랬다. 그러나 요즘처럼 민주시대에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구금, 투옥 등 탄압할지언정 죽이지는 않는다. 국내외 수많은 이목(耳目)이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을 죽이지는 않지만, 극단적으로 혐오(嫌惡)하는 경향은 높아지고 있다. 사고와 이해를 달리하면 혐오의 도(度)는 극으로 치닫는다. 예를 들어 개고기 식용만 보자. 음식의 기호가 각자의 습성임에도 개고기를 먹으면 마치 미개인 인양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그렇다. 그런 사안 대부분이 정책의 오판과 미숙에서 유발된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여지가 높은 정책이 발표, 우려되고 있다. 최근 농축산부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농촌 공간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농축산부가 이 사업에 빈집, 장기방치건물 등과 함께 ‘축사’도 유해시설에 포함했다는 사실이다.

축사(畜舍)가 뭔가? 가축들이 사는 ‘집’ 아닌가. 그런데 그곳을 ‘유해시설’로 포함했다는 것은 농촌을, 축산을 전쟁‘화(化)’한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도 냄새 등 환경으로 축산을 혐오산업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축사를 유해시설로 지정한 것은, 지역 주민끼리 전형적인 또 다른 갈등 유발이요, 반목을 초래하는 편 가르기 정책이다.

축사의 유해시설 지정은 직업이나 거주 및 이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논하기 전에, 축산을 공식적으로 육성은커녕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축산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아가 폐업 지원금으로 축산의 폐업을 촉진하겠다는 음흉한 내심도 내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어떤 집단이 단체로 축사로 쳐들어가 부순다 해도 정부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인지도 모른다.

농축산부의 이 사업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생산 제공하고 있는 축산업 역할과 위상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을 축산을 놓고 편 가르고 있고, 세상을 또 다시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조속히 이 사업에서 ‘축사’를 제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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