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략과 전술
[칼럼] 전략과 전술
전략 전술 혼동하면 본말전도
돈육 할당관세가 대표적 사례
  • by 김오환

기업이건 나라건 전략과 전술을 잘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전략(戰略)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준비, 계획, 동원, 조직 등 전제 국면에 관계되는 기본 방침이다. 전술(戰術)은 단기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다. 전략은, 전술이 뛰어나야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반대로 전술이 뛰어나지 못하면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전략과 전술을 혼동하면 본말이 전도되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만큼 전략과 전술은 중요하다.

기획재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돼지고기에 대해 할당관세(4만5천톤)를 부과하자 떠오르는 단어가 전략과 전술이다. 양돈타임스 6월 1일자 ‘김오환 칼럼’ ‘무모하고 무능하다’라는 주제에서 말했듯이 기재부는 국내 최고 부서이며 엘리트 공무원들이 가는 곳이다. 기재부는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전략을 큰 틀에서 수립, 운영하는 부서이지 세세하고 미미한 전술까지 챙기는 부서는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돼지고기 할당관세는 전략이 아니라 전술이다. 물가안정이라는 전략 아래 돼지고기가 큰 폭으로 상승, 가정 경영에 영향을 미쳤다면 전술로서 할당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 그것도 농축산부 건의나 기재부가 농축산부에 협조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금년 돼짓값은 kg당(도매시장) 내내 하락하다 5월에 겨우 올랐다. 5월 돼짓값은 5천858원으로 4월(5천275원)보다 11% 올랐지만 작년 5월(6천385원)보다 8.3% 하락했기 때문에 물가안정이란 전략의 전술적 가치를 지니지 못했다. 그런데도 올해도 (돈육)할당관세를 실시한 것은 지난해 할당관세 했으니 올해도 아무 생각없이 해보는, 영혼도 없고 고민도 없는 전술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은 중요한 식량안보이기 때문에 전술적 이용보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지금처럼 곡물 수입을 통해 많은 국민이 ‘끼니’를 넘긴다 하더라도,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기본적인 수급체계를 구축해 놓을 일이 농축산부 주(主) 업무이지만,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재부가 국가 식량 수급 기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재부가 세세한 할당관세까지 관여한다면 백년대계의 식량 기본 전략은 백년하청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재부가 작년에 추진한 돼지고기 등 축산물 할당관세는 전략과 전술에서 완패했다. 세수(稅收) 도움은커녕 소비자들이 돼짓값 안정에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세수, 돼짓값 안정,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양돈 등 축산업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면밀하게 분석, 대안(전술)을 내놓아야 한다. 그럴 때 한국 축산업은 한 차원 더 발전하고 성숙하면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이다. 축산만이 아니다. 다른 산업도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는 내적 외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그것이 기재부의 존재 목적이자 기재부가 지향해야 할 가치(價値)다. 말하자면 기재부는 할당관세 등 아주 지엽적인 사안을 다룰 부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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