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고기 식용 여부 판단에 부쳐
[칼럼] 개고기 식용 여부 판단에 부쳐
개고기 떠나 전체 육류 소비 우려
판단 신중해야, 결론 차기 정부에
  • by 김오환

한식을 전후해서 고향에 갔다. 산소가 산속에 모셔져 있는지라 차를 주차하고 걸어갔다. 예전엔 그곳이 밭이 이었으나 귀촌한 사람들이 띄엄띄엄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외로운지, 아니면 타인이나 산 짐승이 올까 그런지 집집마다 1~2마리 정도 개(犬)를 키우고 있다. 개는 삽살개처럼 몸집이 작은 게 아니라 제법 컸다. 큰 개는 송아지만 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했다. 줄에 메여 있음에도 컹컹 짖으면 섬짓섬짓했다.

친구에게 말했다. “복(伏) 때 돈 좀 되겠네?” 친구 왈 “무슨 돈이여. 사료 값만 들어가. 개고기 먹는 사람이 있어야 개를 사 가지. 사가는 장사꾼도 없어 집집마다 애물단지여. 그냥 죽을 때까지 키우다 죽으면 산에다 묻어줘야지.” 그의 말은 이어졌다. “하도 TV 등 언론에서 뭐라고 해서 농촌도 개고기 식당도 없고 사람들도 먹을 생각을 안 해.”

통계를 보면 작년말 농가 인구는 231만명, 농가 수는 103만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초로 개 두수를 추정하면 최소 100만마리, 많게는 200만마리로 보인다. 그런 개를 농축산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9월)에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칭)을 출범, 내년 4월까지 논의해 결론을 낼 방침이다. 개는 육축(소 말 돼지 양 닭 개)의 하나로 인간에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개를 반려동물로 사육하면서 식용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민의 기호식품을 정부가 찬반(贊反)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축산 행정력이 AI ASF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여유롭고 한가로운지 묻기 이전에, 향후 축산물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무섭고 두렵다. 최근 지구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극히 미미함에도 마치 주인(主因)인양 몰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그것은 분명 축산물 소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더욱이 축산의 생산성 제고를 불가피한 밀사 절치(切齒) 꼬리자르기 등이 동물 학대로 오도(誤導)되고 있고, 냄새 등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개고기 식용 여부 결정을 떠나 축산업에 대한 부적절한 행정적 조치다. 심하게 말하면 폭력이라 해도 지나친 과언은 아니다. 또한 대체육, 배양육 등 ‘가짜 육류’가 설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가짜 육류에 ‘손을 들어줄’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개고기 식용 여부를 빌미로 축산 육류 소비 전체가 타격을 입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개고기에 대한 식용 여부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 개 식용 논의 위원회 활동 기간이 내년 4월까지인 만큼 결론을 이번 정부에서 내리지 말고 5월 9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넘겼으면 한다. 여유가 있다면 ‘신성한 소’(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지음) 일독을 권유한다. 거기에는 특정 육류 소비를 금지한 인도와 독일의 히틀러 사례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실려 있다. 칼럼을 통해 수차 밝혔듯이 한국 축산은 국가 경제나 국민건강 관점에서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요인이 훨씬 많은 산업이었음을 위정자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필자는 30년여전부터 개고기를 입에 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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