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양돈농가는 초등학생이 아니다
[기자의 시각] 양돈농가는 초등학생이 아니다
  • by 임정은

화천에서 1년만에 재발한 양돈장 ASF의 불똥이 전국 양돈농가로 튀고 있다. 야생 멧돼지 얘기가 아니다. 이번 ASF를 계기 삼아 정부가 양돈농가에 대한 각종 규제의 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얼마 전 발표된 10개 시군에 대한 방역 강화 대책도 그중 하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통제 초소 설치처럼 실효성마저 의문이 제기되는 방안부터 모돈사 소독이나 생석회 벨트 조성을 주문하고 시군으로 하여금 매월 양돈장을 점검하고 패널티도 부과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농장 방역활동을 일일이 규제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같은 방역 강화 방안들은 10개 시군에 먼저 적용하고 향후 전국 양돈장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양돈장 차단 방역에 있어서 양돈장들만큼 절실한 누군가가 있을 수 있을까. ASF 발생 이후로는 대부분의 양돈장들은 알아서 더욱 철저한 방역을 실천하고 있다. ASF가 발생한 양돈장들이 겪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양돈장은 방역의 대상이기 이전에 양돈농가가 지켜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ASF 확산 방지와 양돈장 유입 차단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은 마땅히 실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방역 대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을 위한 방역 대책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하나하나 간섭하고 다그치는 정부의 조치들은 실질적인 방역 대책이라기보다 규제를 위한 규제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방역의 궁극적인 목표는 질병을 막아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대다수의 농가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과도한 규제를 통한 방역은 주객전도에 다름 아니다. 양돈농가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하고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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