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친환경사육] 소비자들은 친환경 사육 통한 한돈 원하고 있다
[2020 신년특집-친환경사육] 소비자들은 친환경 사육 통한 한돈 원하고 있다
악취, 농가·소비자·돼지에 ‘골칫거리’
냄새 해결이 친환경 양돈의 첫걸음
소비자 갈수록 ‘건강고기’ 요구 높아져
농장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적극 투자
농가 개인보다 지역 차원서 해결책 모색
친환경 양돈 로드맵 위한 세부 방안 수립도
  • by 김현구

최근 한돈산업 등 축산업의 가치가 ‘생산성 제고’에서 ‘동물복지’와 ‘친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축산업 생산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 축산업의 정책적 지향점을 동물복지 등 친환경으로 설정하고 임기 중반을 넘어서는 올해 친환경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민들도 친환경에서 자란 돼지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이 정부와 국민들은 양돈농가에게 ‘친환경 사육’을 통한 한돈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건강한 한돈을 원한다=최근 일부 한돈 유통업체는 건강 마케팅을 추진하면서 한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 중 한 곳은 ‘단 한 번도 항생제를 쓰지 않은 건강한 돼지만 선별 출하한 돼지고기’라는 모토의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 업체는 해당 돼지고기의 사육부터 출하까지 건강 이력과 육질 정보가 담긴 건강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등 건강한 돼지고기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미생물, 축산, 수의 전공 10여명의 연구 교수진들이 유용 미생물을 활용, 대안 축산 농법으로 체계화한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을 적용시킨 친환경 돈육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도 동물복지 등 친환경 돼지고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민 셰프라 불리우는 백종원씨는 최근 한돈농가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돼지고기 요리’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 조회수는 1백만건을 넘어서면서 한돈 소비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됐다. 눈여겨 볼 점은 그가 유튜브 촬영을 위해 대형마트에서 선택한 돼지고기는 다름 아닌 ‘바른농장’이라는 동물복지 브랜드 돼지고기. 돼지고기 전문가인 그가 다름 아닌 동물복지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동물복지 돼지고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종원씨 뿐만 아니라 건강 먹거리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최근 백화점을 중심으로 친환경, 동물복지 돼지고기의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및 국민들의 친환경에서 길러진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건강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한 돼지고기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건강 프레임의 돼지고기 출시가 확대되면 반대로 한돈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가 작용할 까 우려의 시선도 있다. 건강한 돼지와 건강하지 않은 돼지, 무항생제와 항생제 맞은 돼지 등 나머지 축산물은 항생제 축산물로 오인, 한돈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돈장이 ‘친환경’으로 전환하면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육 환경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돈육과 대비돼 ‘한돈은 친환경’이라는 공식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한돈에 대한 프라이드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냄새 문제 농가도 돼지도 주민도 ‘골치’=양돈장 냄새 문제는 친환경 전환 요구의 시발점이었다. 2018년 기준(1~3월) 전국 지자체 민원 실태조사 결과 86개 시군, 195개 지역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 대부분이 양돈농가로부터 제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악취 민원 농가 1천449호 중 양돈농가가 1천432호를 차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이 양돈장 냄새 민원이 증가한 배경에는 2011년 이후 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각종 정부 기관이 혁신 도시 등 전국으로 이동하면서 이에 따른 이주민도 증가, 이들과 원주민간 냄새 분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주민들은 축산 냄새를 ‘삶의 질’ 영역으로까지 확대 해석해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지역의 큰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 때부터 양돈농가들도 냄새 저감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하고, 이후 냄새를 저감하기 위해 수익의 대부분을 분뇨 및 악취 관리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양돈농가는 “양돈을 지속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수익 대부분을 냄새 제거와 완벽한 분뇨처리를 위한 시설 도입에 수십억을 투자했다”며 “냄새 문제는 주민도 힘들지만 농가들도 매번 스트레스를 받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냄새 문제가 농가도 주민도 골칫거리지만, 말 못하는 돼지에게는 더욱 더 곤욕이다. 냄새가 심한 농장은 돈사 내 암모니아 농도도 높아 돈사 내 슬랏 면적이 좁을 경우 돼지가 똥자리를 잡지 못해 똥을 뒤집어쓰게 되고 바닥이 질퍽거려 돈사 환경이 악화되면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농도가 높아져 돼지들의 눈 충혈 등 눈병이 생겨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자란 돼지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일생을 보내게 된다. 즉 냄새 문제는 농가도 돼지도 주민도 다 골칫거리 인 것이다. 냄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사육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냄새 해결, 친환경 지름길=양돈장 악취가스는 대부분 돈사내부 슬러리, 분뇨처리장 및 저장조에서 발생한다. 돈사 내부에서 생성되는 악취가스는 pH와 온도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며 저장량이 많을수록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악취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트 내 슬러리 저장량을 최대한 줄여야 하며 돈사내부 바닥, 천장, 펜스 및 돼지몸체 등에 적체되어 있는 분뇨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이 돈사 냄새의 첫 번째 요소가 분뇨 처리 미숙으로 발생되는 산물이기 때문에 냄새가 심한 농장의 경우 돈사 내부 환경이 소홀한 농장인 점이 많다. 이 같은 농장의 경우 대부분 생산성이 높지 않아 수익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돈사 환경 저하→냄새 증가→생산성 저하→수익 감소’가 되풀이되는 ‘악순환’ 경영이 반복된다. 그러나 냄새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돈사 환경도 좋아져 생산성도 제고돼 수익도 증가될 수 있다. 이후 시설 투자가 가능해져 지속 가능한 양돈장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 즉 냄새 문제를 해결하면 농장에서는 생산성 제고로 인한 수익 증가, 농장에서 생산되는 한돈은 친환경 사육 시스템에서 길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질병, 친환경의 최대 敵=국내 양돈장 평균 폐사율은 15% 정도로 분석된다. 유럽의 양돈 선진국 2~3%와 비교해 크게 높다. 이는 무엇보다 국내 양돈장의 상재된 질병 영향으로 풀이되며 특히 이유 전보다 이유 후 폐사율이 높다.

국내 양돈장의 대표적인 질병은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다수의 전문가들은 양돈장의 다양한 질병 발생 원인으로 PRRS를 지목하고 있다. PRRS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육성 비육사에 만연하고, PRRS 바이러스가 다른 호흡기 병원체 및 2차 감염의 원인체 등의 출현을 야기해 PRRS 양성 농장은 다른 질병과 복합감염 형태로 진행, 결국 농장의 폐사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질병 발생 농장의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각종 질병 검사를 통한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후 주변의 수의사나 컨설턴트와 함께 농장의 질병 상황에 맞는 진단과 대책을 세우고 이를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면 PRRS는 어렵지 않게 통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이 양돈장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친환경축산에 위배되는 것이다. 친환경 축산업이란 환경 친화적으로 건강하게 가축을 사육해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것을 말하지만 질병이 만연한 농장은 환경 친화적과는 다소 동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양돈이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양돈장 내 질병 퇴치가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양돈장 내 외부 질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차단 방역 강화 등이 농가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 한돈산업의 선순환구조 시스템=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돈팜스에 분석된 MSY 상·하위농가를 살펴보면 상위농가(10~30%)의 성적은 21.7~20.0두로 하위농가(30~10%) 13.8~12.7두보다 최고 9두의 차이를 나타냈다. MSY는 농장 수익을 나타내는 척도로 MSY가 최대 9두 이상 차이난다는 것은 양돈장 내 시스템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위 농장의 경우 ‘돈사 환경 개선→냄새 감소·질병감소→생산성·수익 증가→투자’ 등 ‘선순환시스템’이 운영되는 농장이다. 반면 하위 농장의 경우 ‘돈사 환경 저하→냄새 증가→생산성 저하→수익 감소’ 등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면서 ‘악순환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악순환시스템 농장의 경우 질병·냄새 발생으로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하면서 한돈사업 부정적 이미지 각인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선순환시스템’ 농장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로 친환경농장으로 거듭나 민원도 줄어들고 수익도 높아져 지속 가능한 양돈장으로 탈바꿈되고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선순환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충남 태안의 한 농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사항에 먼저 대응, 경영하지 않으면 돈만 더 들어가고 성적도 처진다. 90년대는 생산성이 화두였다면 지금은 친환경이다. 이에 맞춰야 한다. 투자를 해서 좋은 양돈 환경을 만들어 민원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지역 주민과 수평 대등관계가 유지된다. 좋은 환경은 또 좋은 성적으로 이어져 수익이 올리는 선순환구조 양돈 시스템이다”이라고 주장하면서 친환경이 한돈산업의 선순환구조 시스템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농가 주도로 끌고 가야=앞에서 살펴봤듯이 양돈장 친환경은 양돈장의 인식을 바꿔줄 뿐 아니라 한돈산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게끔 도와준다. 이 같이 친환경 양돈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농가의 적극적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부의 경우 각종 정책을 통해 친환경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고, 농가들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이해해 줄지 의문스럽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친환경 정책은 현장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농가 주도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와 지역 주민이 연계를 통해 해당 지역이 친환경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동반 노력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명규 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적합한 축산환경 개선대책은 일차적으로 개별 축산 농가만의 문제 접근이 아닌 지역에 적합한 ‘지역단위로서 축산환경공동체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와 지역 스스로가 평가 체계화하고 수행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 축산업은 비친환경적 축산환경에서 친환경축산 환경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즉 친환경은 농가 스스로가 전환하는 것이 아닌 해당 지역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우선 각 축산농가와 지역 주민 간 발생하는 축산환경문제 소통을 통해 지역 축산 환경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후 그 문제의 실체가 무엇이며 핵심적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농가와 지역간 친환경 전환을 위한 큰 틀의 로드맵을 만들고, 다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돼야 농가 지역 모두 친환경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한돈산업이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 중심의 규제 추진보다 장기적으로 양돈농가와 지역과 함께 지역에 맞는 적합한 친환경모델 구축 작업이 선행돼야 ‘한돈농가-지역-소비자’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친환경 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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