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깨끗한 양돈장]분뇨, 천덕꾸러기서 친환경 시대 주역으로(1/4)
[신년특집-깨끗한 양돈장]분뇨, 천덕꾸러기서 친환경 시대 주역으로(1/4)
  • by 양돈타임스
친환경 시대, 한국 양돈이 가야할 길

[신년특집-깨끗한 양돈장]분뇨, 천덕꾸러기서 친환경 시대 주역으로

매년 급증하는 냄새 민원에 속수무책
급격한 도시화 속에 농가 설자리 위협
악취 저감, 올바른 사료 급여에서 시작
돈사 청결 유지와 조경수 식재도 도움
규제 위주 환경부와의 소통 강화 필수
비료화만으론 한계…에너지 가능성 주목
외국선 바이오 가스화…정부 역할 중요

친환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양돈산업이 첫 번째 고비를 맞게 됐다. 무허가 돈사 적법화 시한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국 12만6천호의 축산 농가 중 47.8%가 무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1단계 적법화를 완료해야 할 축산농가가 1만1천905개에 달한다. 그러나 적법화 추진 농가 비율은 60%를 조금 넘기고 있으며 완료한 농가는 1/4 가량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나머지 농가들은 사용중지, 폐쇄명령이 내려질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다. FTA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국산 돼지고기가 한국 양돈산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이제 분뇨·냄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양돈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폐쇄, 사용중지 대상이 되는 농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분뇨로 수질, 토양을 오염시키고 냄새가 나는 양돈장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예 양돈산업의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어서다. 가축의 대량 사육과 그로 인한 환경오염의 폐해를 지적하며 기존의 축산업을 대신해 곤충, 식물성 단백질 등으로 육류 대체 식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한쪽에서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각이 그만큼 변했으며 양돈 등 축산업에 바라는 것도 단순한 고기 그 이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친환경 시대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양돈농가만의 생존이 아닌 사회적 상생을 지향할 때다.
■양돈업과 환경문제 대두=16년 국내 양돈산업은 농업 가운데 생산액 1위 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지난 70년 2.6㎏서 90년 11.8㎏으로 그리고 지난 16년 23.3㎏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같은 양적 성장을 뒷받침했다. 자연히 돼지고기 사육두수도 급증, 80년대 초반만 해도 200만두대 안팎이던 돼지는 현재 1천만두를 훌쩍 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성장 뒤엔 필연적으로 분뇨 문제가 따라붙었다. 환경부의 가축분뇨량 통계를 보면 90년대 초반 하루 7만㎥이던 축분 발생량은 15년 17만㎥로 2.5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분뇨 발생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농경지는 점차 감소하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늘면서 분뇨는 농지에 환원 소요량을 넘어서게 됐다. 자연히 분뇨는 수질, 토양의 오염원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냄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급기야 양돈농가들을 폐업의 위기로까지 몰고 있다. 여기에는 돼지 사육규모의 확대가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했지만 더불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급격한 도시화 등 양돈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물론 분뇨가 과거와 같이 단순히 폐수·오염원으로서만 취급받는 시대는 아니다. 가축분뇨에 대한 관리의 시작은 91년 오수 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오분법)로 볼 수 있다.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를 적정하게 처리해 수질오염을 줄이는데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이 법은 06년 9월 27일자로 폐지되고 대신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가축분뇨가 단순한 오염물질이 아닌 자원으로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오분법은 방류처리되는 수질의 준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이 법이 폐지될 당시 가축분뇨의 89%는 이미 퇴액비화 등 자원화 처리되고 정화 방류처리되는 비중은 8%에 불과했다. 특히 2012년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축분뇨는 퇴액비화, 더 나아가 에너지화 등으로 자원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공고해지게 됐다.
그런데 05년 악취방지법이 제정된 것을 시작으로 냄새 문제가 양돈농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여기에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의 영향도 빼 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축산관련 악취 민원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05년 4천300여건에서 13년 9천914건으로 연평균 15% 씩 증가했다. 특히 09년 11월부터 13년 10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악취 관련 민원 가운데 축산 악취 민원이 46%(3천61건/6천712건)로 가장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돼지가 1천371건으로 46%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05년 악취 방지법 이후 냄새 문제가 농장 운영에 더욱 실질적인 규제로 다가오게 된 것은 09년 각 지자체들이 생활여건이나 지역 환경 등을 고려해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라는 조례를 설정해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다. 이후 15년 환경부가 지자체별로 지정 기준이 서로 다른 가축사육제한구역의 적용 기준에 대해 통일되고 합리적인 적용 기준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가축사육제한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돼지의 경우 1천마리 미만은 400m, 1천~3천마리 미만은 700m, 3천마리 이상은 1천m 등으로 설정, 지자체에 시달했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이 권고안에 비해서도 거리제한을 더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농협 축산컨설팅국이 전국 150곳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12개 시군이 거리제한을 적용하고 있으며 평균 거리 제한은 양돈장 기준 878.3m로 15년 권고안 설정 당시 조사됐던 지자체 평균 제한거리 500m에 비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도시 조성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유입으로 냄새 민원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14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18년까지 무허가 돈사에 대해 사용 중지 및 폐쇄가 결정되면서 양돈 등 축산농가들은 불법과 적법의 기로에서 벼랑 끝 신세가 됐다.
■냄새 저감은 농장에서부터=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우선 냄새 문제에 있어서는 농장에서부터 저감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돈장의 관리가 중요한 것은 냄새의 발생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료, 분뇨처리, 돈사 환경관리 등의 요소들이 농장의 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냄새 물질 발생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사료를 꼽는다. 돼지가 섭취한 사료 중 영양소는 소화, 분해 및 체내 흡수 과정을 거쳐 성장과 증체를 위한 에너지로 이용되고 남는 영양소는 분뇨의 형태로 배설되기 때문에 악취 물질은 사료 중 영양소의 영향을 받는다. 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을 낮추면 암모니아 등 악취 물질이 감소하는데 이 때문에 환경 사료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농가의 사료 급여 방법으로도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돼지가 요구하는 영양소 요구량에 맞도록 사료를 급여하면 분뇨 오염물질의 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성장 단계에 맞는 사료 급여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 첫 번째다. 실제 국내 양돈사료량 통계를 보면 비육돈 사료 비중은 20% 이하로 낮고 대신 고영양의 자돈 및 육성돈용 사료량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사료 관리에 있어서 생균제를 첨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돈사 내부와 바닥 물청소, 기본적인 청결 유지는 기본이며 분뇨를 자주 비워주는 것만으로도 냄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피트 내 슬러리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발효) 되는데 피트 내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 혐기 발효로 냄새 물질 생성이 증가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저장 기간을 6주에서 2주로 단축시켰을 때 인돌류, 이성체지방산이 각각 45%, 24.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뇨의 고액 분리 시 악취 발생이 심한 만큼 고액분리기를 밀폐하는 게 좋은데 밀폐가 어려울 경우 최대한 맑은 날에 고액분리 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하고 있다. 또 돈사에서 나온 슬러리를 고액 분리 후 저장하면 집수조의 슬러지 발생이 줄고 이로 인한 부패 방지로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돈사 내 먼지 제거도 도움이 된다. 돈사 내부에서 발생한 냄새 물질이 먼지와 결합해 이동하기 때문에 먼지를 제거하는 것으로 냄새가 외부로 확산되는 것을 줄일 수 있어서다. 양돈장 외관도 신경 써야 한다. 양돈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냄새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결정된다. 외관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조경수를 심거나 화단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향나무 등 조경수와 풀을 심어 냄새 휘산을 막는 방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분뇨문제 정책적 실마리는 협업=농가의 노력이 기본이 돼야 하지만 분뇨, 냄새 문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06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원순환 농업 활성화 대책이 수립됐다. 가축분뇨에 대한 정책적 시각이 분뇨를 자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별 농가 및 공공처리 시설을 포함한 가축분뇨 처리사업을 지속 시행하면서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더 나아가 분뇨를 에너지화 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6년 기준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 4천699만톤 가운데 퇴비(79.6%), 액비(11%) 등 자원화 되는 비율이 90.6%에 달한다.
그러나 분뇨 문제는 기본적으로 환경에 관한 문제로 농축산부와 환경부가 동시에 관련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환경부는 규제와 감시 위주, 또 농축산부는 지원 위주로 이뤄지면서 농가의 혼란과 현장에서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양돈 등 축산업 주무부서인 농축산부는 분뇨를 자원화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입안하고 이에 따라 농가는 규제의 대상인 동시에 지원의 대상이 된다. 이에 비해 환경에 대한 주무부서인 환경부에 있어서 양돈농가는 악취 배출원으로 인식되면서 농가는 직접적 관리의 대상으로서 제재, 나아가 배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즉 양돈 등 축산농가와 가축분뇨 문제에 있어서 동시에 직접적으로 관련 정책을 만들고 있는 두 부처 간 시각의 차이가 그만큼 큰 것이다.
무허가 미신고 배출 시설에 대한 사용중지 명령 및 폐쇄 명령이 처음 담겼던 가축분뇨 관리 선진화 종합 대책만 봐도 그렀다. 지난 12년 환경부는 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축분뇨 관리를 공장 폐수 관리 기준으로 강화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 쪽에서는 분뇨를 자원화의 대상으로 한 쪽은 공장 폐수와 같은 오염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폐수로 바라보는 환경부는 당연히 오염원의 제거에 정책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축분뇨 문제에서만큼은 환경부와 농축산부가 소통 강화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가축분뇨에 대해 일관된 시각과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양돈업 등 축산업 상호간 이해 없이는 환경도 양돈산업도 모두 살리기 힘들다.
■분뇨, 친환경 시대 주역으로=그런데 분뇨를 자원화 하고 냄새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시대에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물론 가축분뇨는 비료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고 이를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11년에 발표된 농협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가축 분뇨를 비료 성분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4천206억원의 가치를 가지며 축분 비료를 활용한 작물 증수와 환경오염 방지 등의 효과까지 고려하면 그 경제적 가치는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퇴액비의 시비 기간이 한정적이며 일부 불량 퇴·액비에 의한 악취 민원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양분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분뇨는 계속해서 양돈농가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먼 미래를 볼 때 자원화보다 한발 더 나가 친환경 양돈을 보다 적극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가축분뇨를 친환경 에너지화하는 것인데 외국에서는 이미 가축분뇨를 바이오 가스화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 가스는 가축 분뇨에 있는 유기물을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혐기성 세균을 활용해 분해하는 혐기 소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도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 가스 생산과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다. 지난 15년 강원도 홍천을 시작으로 매년 3~5곳의 신규 사업지를 선정, 지원하고 있어 지난해 선정된 5곳을 포함하면 전국에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모두 14곳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분뇨 에너지화 비율은 3%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경제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그럼에도 개척 여지는 분명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6년 기준 바이오가스 플랜트 수가 9천여개 이상일 정도로 보편화됐다. 개별 농가에서도 바이오 가스 시설을 가동하고 있어 다른 유럽국가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가축분뇨를 활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 전지(FC) 발전소를 미국 서부에 건설한다는 기사다. 이 발전소는 오는 2020년 가동을 시작하면 하루 동안 미국 일반가정 2천350세대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전기는 가축 분뇨의 바이오매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가축분뇨가 전기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친환경은 양돈 등 축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최근 주목하는 과제다. 화석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 시대를 가장 먼저 열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그런 전기 자동차와 가축분뇨가 만나 친환경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멀기만 한 얘기지만 가축분뇨가 천덕꾸러기에서 친환경 시대의 총아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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