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정현규]‘기본 실천’만한 특효약 없어(8/22)
[기획특집/정현규]‘기본 실천’만한 특효약 없어(8/22)
  • by 양돈타임스
[기획특집]돼지 폐사 이렇게 줄이자
‘기본 실천’만한 특효약 없어

정현규 소장 / 한국양돈연구소

연간 위생검사 계획 세우고 실천해야
피트 최소 연1회 슬러리 비우고 청소
타 농장과 성적 등 정보 공유 바람직

잘 크던 돼지가 갑자기 죽는 것을 보는 농가의 심정은 안타깝고 답답함 그 자체일 것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고 10~20%씩이나 된다면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요즘 업계의 관심거리는 “어떻게 돼지 폐사를 줄일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돼지 폐사를 줄이는데 무슨 기발한 방안이 있거나 특효약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아는 것과 책에 있는 누구나가 얘기하는 기본적인 내용을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양돈을 처음 시작할 때의 심정을 생각해 보자. 새끼 한 마리를 살리려고 분만하는 모돈 뒤에서 기다리다가 분만된 자돈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보온등 밑에 두고 돈방도 매일 두 번씩 청소하고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돼지를 전혀 모르고 시작한 사람이 그저 배운 대로 열심히 실천해서 돈을 더 잘 버는 예를 볼 수 있다. 요즘 양돈장에서는 분만 시 수건으로 닦아주는 곳이 없다.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그냥 둔다. 돼지 한 마리 한 마리가 나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고 진짜로 사랑스런 마음으로 돼지를 바라보는 자세가 사라지는 것에서 돼지의 폐사는 시작될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무관심이 범죄자도 만들고 사회의 죄악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돼지 기르는 일만이 내 일이고 내가 이 양돈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 문제해결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기본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도관리를 한다는 농장에서 돈사 온도 기록도 없다면 말이나 되겠는가? 슬러리는 차오는데 돈사에서 냄새난다고 환기량만 늘려서 될 것인지. 사료섭취량이 줄었다고 사료회사에 클레임을 제기하면서 사료보다 중요한 물먹는 양은 체크하지도 않고. 깜짝 놀란 일 중의 하나는 돼지가 물먹는 양을 체크해 보거나 물에 이상이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보는 농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돼지가 먹는 것은 사료와 물이고 환경은 온도, 공기, 습도인데 이것에 대한 기록이 농장에 없다. 돈사에 최고최저온도계를 놓고 매일 온·습도를 기록하고 물을 먹어야 사료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사료 먹는 것만 쳐다보지 말고 물을 제대로 먹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급수기가 있다고 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사료도 먹다 남은 것이 있으면 그 위에 또 주지 말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사료를 주어야지. 이런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눈으로 보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 돼지를 기르는 것은 머리나 생각이 아니라 손과 발이다.
또한 시설에 맞는 사육두수를 유지해야 한다. 오늘 자돈사에서 돼지가 나갔는데 내일 당장 또 돼지가 들어와야 하는 농장이 의외로 많다.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수세, 소독을 제대로 할 수나 있는지. 어떤 농장은 아침에 돼지가 나가고 오후에 들어와야 하는 곳이 있다. 바닥은 물론이고 피트는 청소할 생각조차 못한다. 농장에서는 분만사나 자돈사 보다는 임신 스톨수에 맞춰서 모돈수를 늘린다. 그러다 보니 분만틀이 부족하게 되고 이유일령도 왔다 갔다 한다. 당연히 자돈사도 마찬가지이다. 경험에 의하면 분만사나 자돈사, 비육사는 최소 1주 이상 비우고 수세, 소독반복 2회, 충분한 건조기간, 피트청소를 한 다음에 돼지를 받아야 폐사율을 줄일 수 있다. 1주보다는 2주쯤 비웠을 때 효과가 좋았다. 하루, 이틀 정도로 충분히 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슬러리시설에서 주로 문제되는 현상이 피트에서의 지속적인 오염이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피트를 완전히 비우고 바닥을 완전히 씻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매번 돼지가 올아웃 되었을 때 하면 좋다. 피트에는 각종 병원성미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각종 유해가스의 발생 원인이 되는 곳이다. 1년 동안 슬러리를 완전히 비우고 청소하지 않고 매번 어느 정도의 슬러리만 뺀다면 20cm 이상의 슬러지가 피트바닥에 굳어서 환기량을 늘려도 냄새가 계속 나고 질병 고리가 끊이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피트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는 것은 화장실에서 돼지를 기르거나 분뇨처리장에서 기르는 것과 같다. 그러면서 돼지가 잘 크거나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람이 건강진단을 건강할 때 받는 것처럼 돼지도 그래야 한다. 1년간의 위생검사 계획을 표로 만들어 실천하면 된다. 예를 들면 도체검사, 기생충 검사는 4월과 10월로 정하는 것과 같이 평상시의 점검계획을 세우고 월 1회 수의사와 상담하는 날도 정하고 달력에 크게 적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매월 1회 수의사가 방문해 약품사용, 질병문제 상담을 한다. 평소에 이런 것을 잘 해두면 혹시 질병이 와도 원인파악과 대처가 쉬워진다. 몇 십 만원이 아까워서 이런 일을 포기하면 안 된다.
잘하는 농장의 관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생산성적 뿐 아니라 질병극복, 피해사례도 서로 공유하면서 가야한다. 책이나 어떤 전문가보다 농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옆 농장에서 피해를 극복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모든 성적을 순위를 매겨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국내에서도 이런 곳이 있으므로 조그만 비용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나 혼자의 힘과 기술로는 해결이 어렵더라도 경험자의 한마디가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기도 한다. 폐쇄된 생각과 고집은 작은 문제만 해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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