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광욱]“양돈 경쟁력,경영자 마인드가 중요”(5/9)
[인터뷰-박광욱]“양돈 경쟁력,경영자 마인드가 중요”(5/9)
  • by 양돈타임스
[특별인터뷰]‘양돈 장인(匠人)’ 박광욱 양돈사랑 대표

“양돈 경쟁력, 좋은 시설보다 경영자 마인드가 중요하죠”

“5~10년 안에 농가 1/3 줄 것으로 예상돼
‘성적 중간층’ 끌어올려 자급률 유지해야”
돼지 유전자 종속 막기 위해 혈통고정 시급
소비자 요구에 걸맞은 돈육 브랜드화 필요

어떠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생각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장인정신’은 전문가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양돈업에는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산업발전과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장인정신으로 완전 무장된 사람이 있다. 높은 생산성과 양돈업을 지속 가능토록 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양돈사랑의 박광욱 대표이사.
그는 업계의 전문가나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것을 거부한다. 양돈업은 누구나 그렇듯 그 역시 ‘먹고 살려고’ 시작한 것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그는 국내 양돈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닌 ‘너 살고 나 살자’는 상생(相生) 의미를 계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래야 수입개방시대에 양돈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양돈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지를 묻는 질문에 “10년 후 양돈업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데 1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5년 정도만 지나면 양돈농가의 3분의 1은 전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경쟁력 있는 농장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돈 경쟁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설이 뛰어나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을 내다보고 양돈을 지속적으로 하려는 경영주 마인드가 좋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FTA(자유무역협정) 등이 계속적으로 체결되는 수입개방 시대에도 전체 양돈업 중 30% 안의 성적만 올릴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며 “수입 개방이 됐을 때 다 망하는 것도,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양돈업이 지속되기 위해 우리가 갖춰야할 경쟁력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선 농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PSY 23두 이상, 출하두수 20두 이상은 되어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돈육 품질도 같이 높여야 합니다. 돼지고기 품질이 수입육이 들어와도 이길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합니다. 이 두 가지만 갖춰진다고 하면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예전 일본 수출 시절에는 많은 농가들이 돼지 생산성과 품질제고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수출이 막히고 나면서 엉망이 됐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돈가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일 입니다. 항상 위험에 대비를 해야 해요.”
박광욱 대표는 이처럼 농가 경쟁력 제고를 주장하면서도 혼자만 잘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돈농가를 세 분류로 나눈다고 했을 때 정말 잘하는 상위 30%와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40%, 그리고 양돈업을 지속할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는 30%가 있다”며 “기회가 있을 때 그만둘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하위 30%는 관두더라도 중간에 있는 40%는 같이 가도록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상위 30%가 잘 한다고 해도 사업기반이 안정돼 있지 못하면 소용없다. 현재 우리나라 사육두수를 900만두로 본다면 아무리 많은 양돈농가가 폐업한다 해도 최소 700~800만두 이상은 유지되어야 한다”며 “혼자 잘 되고자 하기 보다는 적정두수를 유지해 국내 돈육 소비의 자급률을 지켜야 하며 이것이 양돈업을 하는 사람들의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향후 양돈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가 개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기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도 제시했다.
특히 국내 종돈의 수출사업과 재래돼지 유전자 보존 등 향후 종돈 사업에 대해 ‘유전자 종속’을 면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과거 우리나라 대표 품종은 4~5가지 정도였는데 현재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검은색 돼지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버크셔 계통은 종돈으로서 가치가 좋아요.
다만 경제성이 좋지 않은 것이 단점인데 이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체계적으로 개량하고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개인적으로 하긴 힘든 사업입니다. 종돈을 고정시키는 것을 계통조성이라고 하는데 보통 10세대가 지나야 합니다. 돼지가 1년에 두 번 새끼를 낳는다고 하면 5년, 기초군 조성까지 하면 최소 7년은 잡아야 하는 사업이죠. 그래도 혈통을 고정시켜야 종돈의 종속을 면할 수 있습니다.”
종돈에 대해 이야기한 그는 소비자를 위한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양돈은 앞으로 브랜드로 가야합니다. 정책적인 지원도 법인이나 브랜드 쪽에 지원되고 있습니다. 농가 개인에게 하는 지원은 이제 옛날 방식이 된 것입니다. 최근 돼지고기를 정육점에서 사먹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습니다. 거의 포장육으로 사먹죠. 포장 겉면에 이름이 있어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돼지고기를 믿고 사먹게 됩니다. 이제 소비자 맞춤 개념이 생긴 것입니다.” 그는 이처럼 돈육 브랜드화를 지향하면서도 소비자 인식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돈육 브랜드화, 고급화라는 것은 품질적인 차별화에 따라 가격도 다소 비쌉니다. 근데 아직 국산 돈육에 대해서는 한우만큼 비싸도 먹는다는 인식이 적어요. 최근 양돈자조금 등으로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어 나아지기는 했지만 수입 돈육이 저가에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브랜드에 걸 맞는 품질이 항상 요구돼야 합니다.”
그는 이제 정부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정부가 직접 해줘야 하는 부분은 분뇨처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양투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그만 두라고 하는 것은 양돈업을 그만 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해양투기 하나만 없어져도 양돈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축 분뇨 처리에 대해 현재 정부가 자연순환농업 등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꼭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돈업에 대한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양돈업을 하고 있는 사양가들도 양돈업의 환경, 교육 등으로 인해 고민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양돈관계자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양돈산업의 단점이 무엇인지 토론한 적이 있죠. 굳이 단점이라고 해서 나온 것이 환경문제와 애들 교육, 문화 혜택 등 세 가지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양돈을 해오면서 느껴 본 것으로는 그것들이 결코 단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농장 냄새 등 환경문제는 원래 넘어야할 문제입니다. 그것을 극복 못하면 농장을 할 수 없죠. 근데 이것은 농장주가 노력하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사는 집도 양돈장하고 10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지만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냄새난다는 얘기 거의 못 들었어요. 오히려 농장 생활은 전원생활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그래요. 학원을 가고 공부를 더하는 것에 비중을 두면 농장생활이 단점일 수 있어요. 하지만 공부를 조금 덜 한다 해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이것은 굉장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현재도 많은 사양가들이 이것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장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양돈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고 후계 농업도 가능한 것이죠. 양돈인력이 끊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 중에 가장 무서운 것 아닐까요?”
박광욱 대표가 강조하는 ‘양돈업이 곧 전원생활’이라는 것은 양돈업에 대한 박 대표의 애정이 얼마 만큼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실제로도 박 대표는 처음 양돈업에 발을 내디딘 계기가 회사에서 양돈사업을 접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산 그룹의 안면도 대단위 목장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회사 방침이 양돈사업부분을 그만하는 것으로 결정되자 타부서로 옮기는 대신 퇴직을 결심, 퇴직금 대신 키우던 모돈 100두를 달라고 요청해 양돈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좋은 돼지들이 참 많았어요. 퇴직금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내가 키우던 돼지니까, 잘 아니까 돼지나 달라고 했죠. 그게 양돈을 하게 된 계기고 그게 벌써 15년, 축산업에 종사한지 30년이 다 됐네요.”
양돈업 초기를 회상하는 박 대표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들이 묻어 나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많은 회상과 고민과 희망들이다. 그 모든 것에는 양돈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현재 좋은 성적을 달성하고 있는 양돈사랑을 이끌고 있는 힘도 바로 양돈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된 건 아닐까 한다. ‘그’는 진정한 양돈 장인이다.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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