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은 소수민족. 생존 비결은
[칼럼] 양돈은 소수민족. 생존 비결은
다수 민족에 현명하게 처신
한돈도 오도 바로 잡아야 장수
  • by 김오환

세계에는 수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밀림이나 섬에 사는 부족 수준의 소수민족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민족의 수를 확인하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을 두드렸지만 정확한 숫자는 나와 있지 않다. 너무 다양하고 소규모 민족이 많아 집계할 수 없다 한다. 비록 이들은 수적으로 열세이지만 수백, 많게는 천년 넘게 세계(世系)를 유지하며 큰 민족들 틈바구니 살아왔다.

수적으로 적은 소수민족들은 힘도 미약하고 자원도 넉넉하지 않다. 그런 여건에서 소수민족의 현명한 처신은 어떻게 하든 대민족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민족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대들었다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시간을 길게 잡고 그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서 힘도 기르고 대민족과 교류하는데 필요한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소수민족의 생존방법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양돈농가도 어쩌면 소수민족과 같은 처지다. 일단 수적으로 많지 않다. 1만명도 안 된다. 민족이 아니라 부족 수준이다. 더욱이 이웃에서 환영하지도 않고 되레 심한 눈총을 준다. 정부 역시 가난한 형제 아이 데리고 사는 듯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 속에 양돈은 수십년 지속돼 왔다.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또한 사료-동약-기자재-육류유통 등 국가-지방경제 이바지와 일자리를 유지 창출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버텨오고 있다. 농업 가운데 쌀을 제치고 생산액 1위이며, 생산물을 수출하고 있고, 해외에도 진출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소수민족이다.

그래도 양돈은 소수민족이다. 소비자라는 대민족이 불평불만을 제기하면 일단 멈춘다. 그들에게는 수입 돈육이라는 무기가 있고, 혼 낼수 있는 언론이 있고, 소비자라는 우군이 있고, 정부와 정치세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번 끌려갈 수 없고 당할 수 없다. 옳은말과 바른말은 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삼겹살 지방 문제를 보자.

우리는 삼겹살 지방 때문에 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았다. 사실 그 지방은 우리 뱃속의 지방과 다르고, 불포화지방산으로서 비타민F가 많아 혈액순환개선, 염증완화, 피부건강유지, 뇌기능 강화에 효과가 남다르다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슨 중죄인인 양 살았다.

앞서 말했듯이 소수민족의 생존 비결은 대민족에 대한 ‘현명한 처신’과 ‘필요한 역할’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현명한 처신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침묵하는 게 아니라 사안에 대해 정당한 주장을 밝히는 것이다. 되레 침묵하면 오해와 거짓이 사실이 돼 화(禍)를 입을 수 있다. 어쩌면 한돈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겹 지방처럼 한돈에 대한 오도(誤導)를 바로잡은 길일 것이다. 장수(長壽)의 길이다. 자조금 역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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